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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으로 사는 즐거움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20-01-06 13:33
  • 분류함께 걸어가다
  • 조회수1211

독서인으로 사는 즐거움

소설가 김운하  

 

 

KRISS 독서동호회 ‘크리스북’의 SNS엔 오늘도 회원들이 드나들며 글을 남긴다. 독서와 글쓰기를 지도해주는 김운하 작가는 동호회원들의 글을 조금 더 좋은 글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제는 의무가 아니다. 글을 써오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의 글을 함께 보면 된다. 그러다가 언젠가 ‘나도 한번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글쓰기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잘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재미를 붙일수록 글 쓰는데 가속도가 붙는다. 이는 김운하 작가가 글쓰기 클래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비법이다. 그는 언제나 설파한다. 책 읽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그리고 열혈 독자는 언젠가 작가가 되게 된다고.
[글: 김진희, 사진: 이민희]

 

 

 

 

작은 문화원  서가에서 시작한 책 읽기  

 

삶이 흥미로운 이유는 사람의 인생 터닝포인트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만화책을 좋아하고 미대를 지망했던 김운하 작가가 지독하게 책 읽기를 사랑하게 된 계기도 그랬다. 그의 삶에 갑작스레 큰 어려움이 닥쳤고, 사는 것은 절망의 다른 이름이라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그는 ‘자신의 삶에 마지막 기회를 허락해주자’ 마음먹고 독하게 공부에 몰두했다. 맹목적인 몸부림이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온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대입시시험을 치른 뒤 우연히 고향의 작은 문화원 서가에 서게 된 것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을 품었던 시절이었어요. 문화원 서가에서 우연히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발견했어요. 혹시 여기에 답이 있을까 생각했죠.”

 

그는 그날 답을 찾기 위해 밤새 카뮈의 책을 읽었고, 그것을 계기로 철학 서적을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밤새도록 책을 읽었다. 혹시 읽다 보면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말이다. 그리고 앎을 위한 갈망 때문에 무섭도록 책에 파고들다 보니 독서가 주는 매력에 조금씩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때는 책 읽는 게 좋은 거구나 싶었어요. 다양한 지식과 지혜도 얻게 되면서 조금씩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으니까. 그렇지만 독서 자체에서 행복을 느낀 건 아니었어요.”

 

말하자면 그가 품고 있던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해 책을 읽었다. 앎에 대한 갈망이 큰 만큼 읽은, 읽어야 할 책도 늘어났고, 서재엔 엄청난 양의 책이 쌓여갔다. 김운하 작가는 결국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철학자들이 가르쳐 주지 못한 것을 한 권의 소설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세상 많은 즐거움에 하나 더 더하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 인생을 보는 관점을 바꾸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좋아한 책은 아니었는데, 이 책의 진정한 의미를 뒤늦게 깨닫게 되었죠. 삶을 늘 비극적으로 바라보던 저에게 그것이 희극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줬어요. 삶이 무겁지만은 않구나, 삶에 균형이라는 것도 필요하구나, 하고요. 구체적인 인생 이야기를 통해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문학의 위대함도 느꼈고요.”

 

이 책에 더해 숙고했던 수많은 철학, 문학 작품들을 통해 스스로 물었던 질문을 탐구하는 과정을 거쳤고, 얻게 된 깨달음도 많았다. 그는 이 과정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꼭 결과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더라도 삶을 탐구하기 위해 책을 읽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고.

 

앎을 위해 독서를 했던 그가 등단한 후에는 문학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져 즐거움을 위한 독서의 길에 들어섰다.

 

“세상에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많은 것들이 있잖아요. 가령 음악을 듣는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그런데 그런 것과 더불어 책을 읽는 것도 그들 못지않은 행복을 줄 수 있어요. 아름다운 책을 읽으면 행복, 지혜, 지식도 얻을 수 있죠. 독서는 인간의 삶에서 가성비가 아주 좋은 즐거움이에요.”

 

그는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고 즐겁길 원하는데, 책 읽는 즐거움을 모르는 건 책과 친해질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공부용이 아니라 즐겁기 위한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크리스북 클래스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변하는 걸 느낍니다. 문학작품을 즐겨 읽다보니 원래는 딱딱하게 글 쓰던 분들이 감성적으로 글을 쓰게 되거든요. 그리고 문학이란 즐거운 세계를 발견했다는 것에 기뻐하시고요.”

 

김운하 작가는 KRISS와 인연이 깊다. 크리스북 클래스에서 회원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열혈 독자는 언젠가 작가가 됩니다. 계속 읽다 보면 언어라는 게 차곡차곡 쌓이거든요. 그리고 그것들이 스스로 분출되거든요. 수업을 들으신 후에 칼럼리스트나 에세이리스트가 되신 분도 여럿 있답니다.”

 

그는 글 쓰는 연습이 운전 연습과 같다며 글재주가 없어 글을 못 쓴다는 편견, 심리적 장벽을 없애고 관심을 두고 배우다 보면 누구나 에세이를 쓰고 좋은 문장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업하다 보면 굉장히 재밌어요. 평소에 꺼내놓을 수 없었던 첫사랑 이야기까지도 어느덧 술술 털어놓게 되죠. 글을 쓰며 같이 깔깔 웃고, 업무 스트레스도 풀죠. 책과 글쓰기를 통해 우정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그는 책을 읽는 것도 행복하지만, 글을 쓰는 것도 행복한 일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을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는 건 또 다른 행복이라고 말한다.

 

 

 

 

행복한 그리고 행복할, 읽고 쓰는 삶

 

“살다 보니 위기도 오고 방황도 하게 되고 인생의 갈림길에 서기도 하죠. 저에겐 그 순간들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책에서 나왔어요. 그뿐만 아니라 다른 변화를 꿈꿀 수 있게 해주기도 했죠.”

 

그에게 책 읽기란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만난 운명 같은 존재였으며, 앎을 위해 파고들었던 열정이었고, 이젠 삶의 즐거움 그 자체이다. 결국은 꿈에도 생각 못 했던 작가가 된 그는 오늘도 읽고 쓰는 즐거움으로 일상을 채운다.

 

“번쩍이는 사고가 문장을 통해 표현되어 나올 때, 삶에 대한 통찰이 언어를 통해 아름답게 표현되어 나올 때, 그런 순간에 저는 굉장히 기쁘고 행복합니다. 건강과 지성이 허락하는 한 한평생 읽고 쓰고 싶어요. 즐거운 건 계속하고 싶잖아요. 이것까지 하고 그만둘 거야 하지 않잖아요. 그게 행복한 걸 아니까요.”

 

그가 내놓은 작품들은 그가 수많은 작품을 통해 느낀 것처럼 다른 방황하는 이들에게 삶에 지표가 되어주기도 하고, 지루한 삶에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행복은 큰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작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그것이 바로 좋은 삶이라고 전하는 그의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운하 작가의 저서로는 「137개의 미로카드」, 「언더그라운더」, 「그녀는 문밖에 서 있었다」, 「사랑과 존재의 피타고라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등의 소설과 인문서 「선택, 선택의 재발견」, 「카프카의 서재」, 「릴케의 침묵」,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가 있다. 공저로 「권태」, 「우리는 가족일까」, 「그로테스크의 몸」, 「애도받지 못한 자들」, 「포르노 이슈」, 「지구에는 포스트휴먼이 산다」, 「포스트바디」, 「인류세와 에코바디」와 번역서 「너무 이른 작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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