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KRISStory

TOP

보름달 착시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10-23 14:44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11738

보름달 착시 
배경 도형의 크기에 따라 똑같은 크기의 두 가지 도형의 크기가 틀리게 보이는 착시 모형  
 

 

바닷가에 서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본 사람들이라면 ‘수평선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혹시 이 거리가 사람이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라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가?

하지만 지구가 커다란 공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평선까지의 거리는 실제로 사람이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보다 훨씬 짧다. 수평선까지의 거리는 지구의 반경(6,378 km)과 관찰자의 해발 눈높이를 이용하여 잘 알려진 삼각형의 피타고라스 정리에 의해 비교적 간단히 계산이 가능하다. 빛의 굴절이 없다고 가정하여 계산하면 3.57 km에 관찰자의 눈높이 (m 단위)의 제곱근 값을 곱하면 된다.

즉, 눈높이가 1.7 m 인 사람의 경우 수평선까지의 거리는 3.57 km에 1.3을 곱한 4.64 km가 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공기의 밀도차이가 있어 빛이 아래쪽으로 굴절하게 되므로 실제로 이보다 조금 더 뒤에 있는 수평선까지 보이게 된다. 이 경우 수평선까지의 거리는 3.86 km에 관찰자의 눈높이(m 단위)의 제곱근을 곱해서 구할 수 있다. 즉 눈높이가 1.7 m인 사람의 경우 그 거리는 5.02 km가 된다. 해변에 서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거리의 한계가 아니라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나타나는 시야의 한계라 할 수 있다. 수평선 너머로 배가 다가올 경우 먼저 수평선 너머로 배의 윗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다가 점점 전체가 보이게 되는 것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또 높은 산에 올라가 수평선을 바라보면 훨씬 멀리까지 보이는 것 또한 경험하였을 것이다. 만일 높이가 1,950 m인 한라산 정상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 본다면 이론적으로 계산된 수평선까지의 거
리는 170 km가 된다.

그렇다면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는 얼마나 될까? 이 거리는 대상 물체가 얼마나 밝은 빛을 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두운 밤에 사람의 눈은 48 km 떨어진 곳에서 깜빡이는 촛불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물체로부터 온 빛의 입자인 광자가 우리의 망막을 자극함으로써 가능한 데, 과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망막이 5~14개의 광자만 흡수할 수 있으면 빛이 깜빡이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최대의 거리는 26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성운이다. 이 성운이 발산하는 빛이 워낙 밝아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우리 눈이 인식할 수 있는 충분한 량의 광자가 지구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깜빡이는 빛이 아닌 물체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물체가 최소한 0.017도의 시각(視角, visual angle)을 가져야 한다. 시각이란 물체가 수정체에서 초점이 맞았을 때 물체의 한 끝과 다른 끝이 수정체 상에서 이루는 각도를 뜻한다. 보름달이나 태양의 경우 0.5도의 시각을 가지고 있다. 먼 별의 경우 시각이 0.017도보다 작기 때문에 단순히 빛이 깜빡이는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는 얼마나 될까? 사람의 눈은 0.01도 정도로 떨어진 두 선을 분리해서 볼 수 있는데, 이는 눈으로부터 15 cm 거리에서 대략 0.026 mm 간격을 의미한다. 실제로는 좋은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0.04 mm정도의 폭을 가진 물체까지 볼 수 있다고 하며 이는 가는 머리카락 굵기 정도이다. 이처럼 사람의 눈은 놀라울 만큼 성능이 우수하지만, 때로는 실제와 다른 모습으로 크기를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월 대보름이나 추석 밤에 보름달이 떠오르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지평선 부근에 막 떠오른 달이 하늘 높이 떠 있을 때에 비해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가 물체의 크기를 인식하는 방법에 기인한 착시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물체의 크기를 망막에 만들어지는 상의 크기와 머리 속으로 추정한 거리의 곱으로 인식한다. 즉 망막에 같은 크기의 상이 맺히더라도 한 물체가 멀리 있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멀리 있는 물체를 더 크게 인식한다. 예를 들어 그림 1의 가로로 놓인 두 짧은 선은 실제로 같은 크기이지만, 옆에 있는 두 가이드 선이 마치 위쪽으로 멀어져 가는 느낌을 주어 위에 있는 가로선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망막에는 두 가로선이 같은 크기로 상을 맺지만 우리는 위의 가로선을 더 크다고 인식하게 되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보름달 착시현상에 대한 설명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가능하다. 보름달의 경우 막 떠오를 때엔 주변에 나무나 건물 등의 물체들이 존재하고 달은 이러한 눈으로 보이는 모든 물체의 뒤에 있어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늘 높이 떠 있을 때에는 그러한 물체들이 없기 때문에 소위 평평한 하늘이 되어 지평선 부근의 달이 하늘 높이 있는 달 보다 더 멀리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므로 역시 망막에는 같은 크기의 상이 만들어 지지만 지평선 부근의 달이 더 크게 인식되는 착시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거리 추정의 정도도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지평선 위에 떠 오르는 보름달의 크기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인식될 것이다.

착시 현상은 물체의 크기에 대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모양이나 색깔에 대해서도 나타나며, 심지어는 물체가 사라지거나 없는 부분이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도 존재한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부분을 시각을 통하여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기억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동일한 사물을 보고도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시각이 정교하고 뛰어나긴 하지만 이처럼 왜곡되게 인식하는 경우도 많을 뿐만 아니라, 경험에 따라 왜곡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안다면 남들과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내가 보아서 확실하다고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한 뻔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신의 믿음이나 확신이 잘 못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는 일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사진 : 박용기 박사(UST 교무처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QUICK MENU

QUICK MENU 원하시는 서비스를 클릭하세요!

등록된 퀵메뉴가 없습니다.

등록된 배너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