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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과 자연, 사람이 어우러지는 철박물관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10-23 11:46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2779

철과 자연, 사람이 어우러지는 철박물관  
철박물관 내부 모습   
 

‘철’하면 언뜻 ‘차갑다’, ‘딱딱하다’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철의 역사를 살펴보면 철은 늘 사람과 함께하고 자연과 어우러지며 존재해왔다. 우리는 철 위를 거닐고 철 속에 머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철의 소중함을 느끼고 철과 친해지는 곳, 철박물관이다.

산자락의 그림 같은 박물관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위치한 철박물관. 박물관은 ‘이런 곳에 박물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2000년 동국제강 창업자 상속인들이 출연한 세연문화재단에서 설립한 철박물관은 철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철 관련 전문 박물관으로, 철이 인류문명에 끼친 영향과 인간-자연-철의 유기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와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관람을 넘어 즐기다
곳곳에 철재장식이 눈에 띄는 건물 내부.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철의 탄생과 역사, 철의 생산, 생활 속의 철, 철과 예술 등을 주제로 전시실이 꾸며져 있다. 먼저 1층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병뚜껑들이 더덕더덕 붙어있는 철운석이 보인다. 철운석은 주로 철과 니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운석에서 나온 금속은 인류가 처음 사용한 철로 추정된다. ‘철의 탄생’을 시작으로 ‘철의 역사’와 ‘철의 생산’, ‘철과 산업’, ‘생활 속의 철’, ‘철의 재활용’ 등 다양한 주제별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제철과 제강의 차이, 단조와 주조의 차이 등 철의 생산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해놓은 전시물을 지나면, 구석기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제철기술의 발달과정을 실물자료와 함께 나타낸 연표를 통해 철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유독 눈길을 끄는 건 옛 장날 시장풍경을 꾸며놓은 전시물이다. 양은냄비, 농기구, 붕어빵 틀, 뻥튀기 기계까지 철제 민속품이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1층 가장 안쪽에는 펀스틸(Fun Steel)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철로 만들어진 공을 들어볼 수 있는 코너, 못을 직접 만들어 보는 코너 등 재밌는 체험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움직이는 철’이다. 빨간 자동차에 타 신나게 전놀이(?)를 하며 자동차가 철로 만들어지는 고도의 산업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철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을 통해 철의 특성인 자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꾸민 ‘철과 자기’ 코너도 재미있게 철의 특성을 배울 수 있는 창의적인 전시물이다.

2층에 마련된 금속공예작가들이 철을 재료로 서로 다른 기법을 통해 만든 미술작품들도 창의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중에서도 ‘니르바나 33’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이경자 입사장의 작품으로 좌선의 모습 위에 상감기법의 하나인 입사와 조각을 통해 금속 위에 다양한 장식기법을 사용해 참선을 행하는 부처의모습을 표현했다.   

  어린 여자아이 2명이 철박물관의 전시물을 살펴보는 모습    

더불어 누리고 소통하다
철박물관은 건물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수목원처럼 넓고 싱그러운 야외 전시장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를 갖추고 있다. 이론적인 교육보다는 체험을 통한 살아있는 학습, 그리고 지역민을 위한 휴식공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강철이 만들어지는 제강공정을 실제 사용됐던 기계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중에는 1966년 국내 최초로 동국제강 부산제강소에서 사용됐던 전기로(電氣爐)가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1971년 국내 최초로 후판을 생산하는 등 우리나라 제강산업의 역사를 대변하는 뜻 깊은 유물이다. 이밖에도 전기로의 이물질을 받아내는 슬래그(slag) 박스, 쇳물을 받아내는 레이들(ladle), 레이들을 들어 올리는 후크(hook) 등이 순서대로 전시되어 있다. 여러 제강공정을 거쳐 생산된 완제품도 전시되어 있다. 또 철제품의 무게를 재는 30톤 규모의 대형저울인 계근대(計斤臺), 못을 만드는 기계인 제정기(製釘機)를 체험해볼 수 있다. 뒤뜰에는 경주 건천읍 용곡댐 수몰지구에서 발굴된 조선시대의 제철 유적을 옮겨놓아 조상들이 어떻게 철을 만들었는지도 보여준다.

정평이라고 이름 붙여진 대장간은 9월 이후 진행되는 특별기획전에 맞춰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야외전시장 곳곳에는 각종 환경조각이 기다린다. 박물관 내 아트스튜디오에서 초대작가들이 작업을 한 것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철과의 접목을 시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동물-빛-바람'은 철을 소재로 네 발 동물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반짝이는 빛과 찰랑거리는 소리가 살아있는 존재처럼 자연에 반응하는 철을 표현하고 있다.

철은 인류의 꿈, 바위는 철의 어머니, 철선이 바위를 감싸고 있는 ‘철
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질문을 던진다. 저마다 심오한 예술적 의미가 담긴 작품들. 하지만 꼭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도 누구나 작품들 사이를 거닐면서 철과 자연, 그리고 예술이 조화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체험을 넘어 상상하다
한편 철박물관은 2009년 재개관과 함께 체험공간을 확대해, 다양한 문화행사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철의 성질과 특징을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유익한 문화학습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중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중고생 20명을 대상으로 10주 과정으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 2013년 진행됐던 ‘Iron & Art’는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이론 및 실습교육을 통해 철을 보고, 듣고, 만들고, 느끼고, 생각하고, 나누는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금속조형학과 교수진의 지도하에 학생들이 직접 작품 아이디어 구상부터 설계, 작품완성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미술대학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했다. 철박물관은 올해도 새롭고 참신한 주제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Iron Craft’로, 금속 공예작품 제작을 통해 철이 가지는 미학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체험활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철박물관은 앞으로도 철을 통해 예술적 감성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하게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철박물관’ 하면 왠지 어렵고 학술적일 것 같지만, 직접 와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삶과 역사 속에서 철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자연 그리고 예술과 더불어 철을 즐길 수 있는 곳, 아마 이제껏 철에 대해 가졌던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가 사르르 녹아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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