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KRISStory

TOP

눈으로 보는 온도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10-20 11:00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2874

눈으로 보는 온도
복사온도와 가시형 광고온계  
가시형 광고온계   
 

온도는 첨단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일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중요한 측정량으로 국제단위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철강, 세라믹, 고분자화합물 등의 소재 생산 공정의 성패는 온도에 의해 크게 좌우되며, 일기 예보와 기후 변화 예측은 정확한 대기 온도의 측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스테이크를 굽고 빵을 굽는 일 또한 조리기구의 적절한 온도관리를 통해 한결 같은 맛을 담보하게 된다.

통 낮은 온도의 측정은 측정 대상물과 측정 센서 사이의 열평형에 기반하여 이뤄진다. 대상물과 센서가 전도를 통해 열평형을 이루고, 센서의 온도에 대한 감응성(예: 온도-저항, 온도-전압)으로부터 온도를 측정하게 된다. 센서가 손상될 정도의 고온의 경우, 이와 같은 접촉식 측정이 불가능하여, 다른 측정원리인 플랑크의 복사법칙을 이용하여야 한다.

플랑크의 복사법칙은 양자역학을 태동시킨 발견으로, 열평형을 이루고 있는 흑체는 온도의 함수로 정해진 파장에 따른 세기의 복사광을 발산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상물에서 발산하는 빛을 이용하는 측정원리는 센서의 손상 없이 원격에서 비접촉식으로 온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하며, 이러한 방식으로 측정하는 온도와 온도계를 특별히 복사온도, 광고온계라고 부른다.
 

복사온도는 사람의 눈을 이용하여 측정기기를 구현할 수 있다. 물리적인 광검출기를 이용하는 복사온도계에 대비하여 보통 가시형 광고온계라 불리는 계측기기로 내부에 온도를 이미 알고 있는 흑체와 비교하여 복사온도 눈금이 매겨진 백열전구를 탑재하고 있고, 이 전구와 측정 대상물의 빛 색깔을 눈으로 비교하여 온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측정자의 눈은 대상물의 온도가 1000 ℃ 정도 일 때, 반복측정하면 5 ℃ 이내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약간의 숙련된 측정자일 경우의 이야기다. 측정영역은 보통 800~3000 ℃ 이지만 흡수필터의 흡수율을 잘 이용하면 6000 ℃ 이상 태양의 표면온도까지측정 가능하다.

90년도부터 우리나라는 제철소, 유리산업, 요업, 반도체 등 컨베이어에서 움직이는 표적의 온도를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는 복사온도계를 많이 사용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파장대의 검출기들이 개발됨에 따라 복사온도 영역별로 사용할 경우 -50~3000 ℃ 까지 측정 가능하다. 온도영역이 넓고 저가 상품도 시중에 많이 보급됨에 따라 가시형 광고온계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지만 복사온도계로 측정할 수 없는 철사 같이 가는 필라멘트나 열전대의 소선 숙성 시 복사온도를 측정하는 데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가시형 광고온계의 최대 단점은 측정자의 눈으로 직접 대상물의 복사온도를 재기 때문에 자동화가 어려우며, 복사온도계보다 정확도가 낮고 어떤 측정자가 복사체를 측정하느냐 따라 개인오차가 큰 편이다.

나아가 복사율 측정이 어려워 정확한 복사온도를 측정하기 어려울 때 2색 복사온도계를 사용하고 있다. 2색 복사온도계는 일반적으로 파장이 서로 다른 두 개의 필터를 사용하여 같은 복사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한 개의 대물렌즈에 두 개의 복사온도계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두 온도계의 출력 신호를 비율(Ratio)로 계산하여 복사온도로 환산된다. 2색 복사온도계는 복사체의 복사율, 그 앞에 장애물을 전혀 모를 때는 유용하지만 단색 복사온도계보다 분해능, 정확도가 좋지 않고 측정영역이 좁다.

1985년에 당시 KRISS는 국제실용온도-눈금(IPTS-68)에 근거를 두고, 가시형 광고온계의 교정방법과 절차를 처음 제정하였고, 이 후 몇차례 개선을 더해 현재까지 산업체에 복사온도 눈금을 보급 해오고 있다. 현재 KRISS는 두 대의 표준 복사온도계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 대는 1990년도 KRISS에서 자체 제작하여 대외 교정서비스에 사용하고 있으며, 또 한 대는 2004년에 구입하여 1차 표준기로 사용하고 있다. 복사온도 눈금은 1990년 개정한 국제온도눈금-90(ITS-90)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고순도 금속 중에서 은, 금, 구리 중 한 금속을 선택하여 고정점 흑체를 만들어서 절대교정하고 은의 녹는점(961.78℃) 이상 국가표준 온도를 유지하고 확립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복사온도계의 절대교정을 잘하기 위해서는 검출기의 분광감응도, 개구 크기효과, 검출기의 선형성을 잘 측정해야 600~3000 ℃ 이상 온도눈금의 정확도를 신뢰할 수 있다.

지난 7월, 고등학생 예비과학자 한 명이 장마기간 중 KRISS를 방문하여, 가시형 광고온계로 태양의 표면온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하였는데, 그 측정값은 4500 ℃ 정도로 문헌에 보고된 태양의 표면 온도인 6000 ℃ 에 크게 못 미쳤다. 아마도 장마 기간이라 엷은 구름층이 태양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외에도 안개, 황사, 먼지와 같은 대기 중 부유 물질은 태양으로부터 발산되는 빛의 세기와 스펙트럼을 왜곡시켜 복사온도 측정 오차의 원인이 된다. 올 가을, 청명한 하루를 골라 태양의 온도를 다시 측정해본다면 6000 ℃ 에 근접한 값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글 김봉학 (광도센터 책임연구기술원, KRISS 명장)

QUICK MENU

QUICK MENU 원하시는 서비스를 클릭하세요!

등록된 퀵메뉴가 없습니다.

등록된 배너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