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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전거 여행을 권하는가?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10-20 10:50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2028

나는 왜 자전거 여행을 권하는가? 
  산을 배경으로 자전거 헬맷을 쓴 8명의 기념 사진  
 

나의 취미는 자전거 여행이다. 인라인 스케이트 동아리와 합쳐서 2006년 ‘바퀴연합’이라는 동아리를 만든 이후, 매주 토요일 아침 유성구청에서 동료들과 모여 주말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토요일마다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돌아오는 남편을 참아주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나만의 시간을 갖고 즐거울 권리가 있지 않은가’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며 취미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연구원에서 대표적인 ‘바퀴 마니아’로 알려져 있어서 가끔 새로 자전거를 구입하려는 이들이 어떤 자전거를 사면 좋을지 묻는다. 하지만, 내 자전거를 살 때가 아니면 신제품이 뭐가 있는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구매 정보는 별로 알려주지 못하고 자전거 여행이 좋다는 홍보에 열을 올리게 된다. 요즘은 한 발 더 나가서 업무상 만나는 이들에게도 기회만 있으면 자전거 여행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자전거 여행이 남들에게 권할 만큼 좋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매년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하고 가끔 일본이나 섬진강처럼 멀리 자전거 여행을 떠나지만 보통의 자전거 여행은 유성구청 앞마당의 정자에서 시작된다. 시간이 되면 그날의 멤버들이 차츰 모이고 오늘은어디로 갈지 정한다. “공주 산림박물관으로 갑시다.”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공암리 시외버스정류소의 작은 가게에 도착하면 너도나도 얼음과자를 집어 들고 겨드랑이에 끼운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으~ 시원하다. 좋~다!”라고 외친다. 아이들이나 좋아할 것 같은 천 원짜리 얼음과자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료인양 찬사를 보낸다. 아! 천 원짜리 얼음과자가 나를 즐겁게 했다.

마티고개 오름길은 2 km, 자전거 기어를 바꾸고 열심히 올라가면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와 중력의 압박으로 땀이 비 오듯 흐른다. 힘들게 고개 마루에 오르고 나면 더 이상 자전거 페달을 젓지 않고 “으~아~아~아~내~려~간~다~~~~!”라고 외치며 고개를 내려간다. 아! 내리막길이 나를 즐겁게 했다.

산림박물관 뒷산을 넘어 가면 모두들 허기를 느끼고 빨리 점심을 먹자고 재촉한다. 금강변의 식당에 자리를 잡고 칼국수를 먹으면 “칼국수는 이 집이 제일 맛있어”라고 찬사를 늘어놓는다. 아! 맛있는 칼국
수가 나를 즐겁게 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모두 가능하게 한 자전거 여행이 나를 즐겁게 했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머릿속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온다.

겨울에는 얼음과자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족과 먹은 그 칼국수는 평이했으니 그것들이 나를 언제나 즐겁게 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 때문에 그 순간 그렇게도 즐거웠던 것일까? 이유를 생각해보니 답은 간단했다. 조금 식상한 답이지만,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그 안에 담겨있다. 찌는 듯 한 팔월의 태양이 있었기에 얼음과자가 소중했고, 힘든 오르막길이 있었기에 내리막길의 자유로움이 더 후련했으며, 배고픔이 있었기에 칼국수가 더 맛있었던 것이다.

사실은 고난과 고통 그리고 어려움과 같은 괴로움이 있었기에 평범했던 것들이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즐겁게 한 것은 바로 괴로움이 아니었을까?!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다. 물론 그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어설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은 괴로움과 즐거움이 잘 섞여 있기 때문에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즐거운 여행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괴로움이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글+사진 김재완 (길이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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