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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라는 확대경을 들고 찾아가는 미시의 세계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10-10 08:59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4127

BEC라는 확대경을 들고 찾아가는 미시의 세계
KRISS 시간센터 문종철 박사팀


KRISS 시간센터 문종철 박사팀과 연구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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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절대온도 1억분의 1도에 가까워지면 물체는 일상에서 보기 힘든 기묘한 형태가 되는데, 이런 상태를 일컬어 BEC(Bose-Einstein Condensation,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상태)라 한다. BEC 상태에서는 물체를 이루는 모든 원자들이 동일한 양자역학적 상태가 되어 하나의 원자처럼 움직이게 된다. 이때 원자는 입자에서 파동으로 변해 마치 레이저와 비슷한 형태로 움직인다. 미국 NIST, MIT 등 세계 유수의 기관과 대학에서는 BEC에 대한 연구가 장기간에 걸쳐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를 시도하는 연구그룹이 많지 않다.

국내최초로 Rb원자를 이용한 BEC 관측에 성공한 젊은 과학자들
KRISS 문종철 박사팀은 BEC를 연구하는 소수의 국내 연구그룹 중한 곳이다. 문종철 박사팀은 2012년 국내 최초로 루비듐 원자를 이용한 BEC 관측에 성공 했으며, 이는 비교적 빠른 시간인 3년 만에 이룩한 성과이다. 문종철 박사팀이 성공한 BEC 관측은 그 실험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국가의 연구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만큼 난이도가 높다.

“상온에서는 원자들이 각자 따로따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물리량을 측정하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초저온상태가 되면 원자들이 하나의 커다란 원자처럼 똑같이 움직입니다. 이 과정에서 원자들의 운동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정지상태가 돼서 물리량을 측정할 수 있죠. 문제는 이런 초저온상태를 어떻게 만드느냐 인데, 저희는 증발냉각의 일종인 레이저 쿨링이라는 기법을 이용했습니다. 온도가 높은 원자만 증발시켜서 차가운 원자만 남기는 겁니다.”

문종철 박사팀은 ‘레이저 냉각’ 기법을 사용해 원자의 온도를 나노켈빈(nK)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온도영역이다. 날아가는 원자를 향해 세 방향에서 레이저빔을 쏘아주면 원자가 이를 흡수한 뒤 다시 방출하는 과정에서 절대영도 수준의 초저온상태가 되는 것. 이 기술을 통해 양자역학적 현상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됐다.

“BEC는 원자물리학에 속하는데요, 원자물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핵을 떠올리기 쉽지만 분야가 다릅니다. 원자를 냉각시키는 연구이죠. 원자는 물리량 측정의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에 원자를 냉각시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BEC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로, 1920년대 인도 물리학자인 샤텐드라 나스 보스와 상대성 원리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처음 예견한 현상이다.

이후 1995년 미국 항공물리연구소(JILA)와 MIT에서 각각 BEC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고 이들은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한편 BEC는 길이, 시간, 질량 등의 다른 표준분야들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특히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원자 고유의 주파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자의 운동속도를 양자역학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느린 수준으로 줄인다면 측정표준 연구 전반에 큰 성능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천군만마 부럽지 않은 4명의 파트너
BEC는 독일, 미국, 프랑스에서는 이미 큰 관심을 기울이며 연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BEC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때문에 2009년 문 박사가 BEC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변변한 연구실도 없이 연구를 이어나가야 했다. 더 큰 문제는 함께 연구할 파트너를구하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워낙 활성화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높은데다가, 굉장한 의지가 필요한 분야예요. 모든 순수과학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뜬 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기 쉽죠. 당장 돈이 안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4명의 파트너들이 함께하는 지금, 문 박사팀은 천군만마 부럽지 않은 의욕으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명의 박사와 박사 후 연구원 1명, 위촉연구원 1명을 포함 4명이라는 적은 인원이지만, 문 박사팀에게 사람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모든 팀원들이 두세 사람의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KRISS로고를 배경으로 복도에서 촬영한 KRISS 시간센터 문종철 박사팀              

“다들 나이도 비슷하고, 외국에서 학위를 했다는 것도 공통점이죠. 게다가 알고 보니 학계에서 건너건너 인맥이 이어져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생각이 잘 통해요.”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문종철 박사팀. 무엇보다 멀리 보고 천천히 가겠다는 생각이 4명의 가장 큰 공통점이다. BEC는 기초과학 분야이므로 성과를 눈으로 보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야. 당장의 경제적 가치보다 훗날의 공공적인 가치를 바라보며 꿋꿋이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들의 뚝심이 믿 음직스럽다.

긴 호흡으로, 세계 최고를 향해
“수천만 개의 원자들을 하나의 원자처럼 움직인다는 것은 원자의 크기가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원자상태에서 일어나는 미시적 현상들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이죠.” BEC를 통해 원자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이를 어떻게 조작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되면 자연 과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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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현상에 대한 설명이나 양자화학에 대한 해석 등 아직까지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난제들을 풀거나, 이론에서만 가능했던 현상들을 직접 재현할 수 있으며, 지구상에 없던 물질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특히 측정에 있어서는, 원자의 파동성을 이용해 미시적인 현상을 거시적으로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측정의 질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

“그동안 인프라 구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어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이런 시스템을 갖춘 곳은 많지 않습니다. 인프라를 잘 갖췄다고 성과가 좋은 건 아니지만 BEC 분야에선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아주 크거든요.”BEC 분야에서 가장 선두그룹이라 할 수 있는 미국 NIST 원자물리센터와 비교하면 수적, 질적으로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종철 박사팀은 온도를 낮추는 기술과 원자 간섭계 개발이라는 틈새분야를 통해 세계적인 입지를 마련하겠다는 확실한 전략을 갖고 있다. 원자 간섭계를 꾸미는 데 꼭 필요한 레이저를 확보한 문종철 박사팀은 간섭계의 성능을 향상시켜 나가면서, 이를 활용해 다양한 측정도 시도하고 있다. 중력가속도의 경우 BEC를 활용해 기존 기술보다 1000~10000배까지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KRISS 시간센터 문종철 박사  

               

“현재는 나노캘빈 수준까지 온도를 낮추는데 성공했고, 앞으로 피코캘빈 수준까지 달성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지금까지 측정할 수 없었던 많은 현상들을 원자 레이저를 이용해 측정해보고 싶습니다.”문종철 박사팀은 BEC라는 ‘확대경’을 손에 들고 미시세계를 찾아가는 설레는 여행을 시작했다. 4명의 과학자가 함께 떠난 여행은 이제까지 측정할 수 없었던 물리현상을 밝혀내는 흥미진진한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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