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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원복 교수와의 대화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08-18 15:27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2339

만화로 세상을 여행하고
문화를 이야기하는 '문화통역자'
만화가 이원복 교수와의 대화 

 

응접실에서 찍은 만화가 이원복 교수와 인터뷰어 이정순의 사진  

 

< 먼나라 이웃나라 > 는 1987년 첫 출간 이후 국내에서만 17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국민 역사책'이다. 무려 30여 년 간  < 먼나라 이웃나라 > 를 집필한 이 원복 교수는 드디어 지난 해 에스파냐 편을 끝으로 총 15권의 시리즈를 완간했다. 1975년 독일 유학길에 오른 그는 만화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목격했고, 그곳에서 10여 년 간 세계 각국의 만화를 두루 익혔다.  

 

그리고 1984년  < 먼나라 이웃나라 > 를 펴내 한국 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만화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문화통역자’ 이원복 교수. 그와의 대화에서 뜬 구름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던 소통, 창의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정순 퇴임 후에 활동이 더 다양해지신 것 같아요. 석좌교수로 시각디자인 연구도 계속하시고, 신문연재나 강연도 하시던데,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이원복 우리 같은 사람은 퇴임 전이나 후나 별로 다를 게 없어요. 전에는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세 번 학교에 나갔지만, 수업이 끝나면 항상 오피스텔에 와서 지냈으니까요. 지금이랑 달라진 게 거의 없어요. 강연은 피할 수 없는 경우 빼고는 안 하는 편이지만 신문 연재는 꾸준히 하고 있어요.

이정순 제가 느끼기엔 어디에 메여있는 것보다 자유롭게 활동하는 편이 더 잘 맞으실 것 같아요. 그래도 연재를 맡으면 굉장히 잘 지키시는 걸로 유명하다면서요?

이원복 제 생각은 그래요. 프로의 첫 번째 조건은 결과물의 품질이좋은 것이 아니라 약속을 잘 지키는 것에 있다고요. 시간이 생명인 신문잡지에 마감을 어기는 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박사님은 표준을 정하는 분이니까 누구보다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실 것 같아요.

이정순 표준연에 다닌다고 하면 뭐든 정확하게 지킬 거라는 선입견을 갖더라고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그래서 변명하기를 국민을 위한 표준을 높이는 데 신경 쓰느라 제 삶의 표준은 낮춰서 산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죠. 예전에는 뭐든 다른 사람들보다 정확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제는 마음을 좀 편하게먹게 됐어요.

이원복 모든 직업에 선입견이 있기 마련이죠. 저는 어려서부터 자유롭게 자라서 만화도 많이 봤는데 박사님은 공부만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었을 것 같아요.

이정순 저도 고등학교 때 만화방에 많이 갔었어요. 그 시절엔 만화방 다니면 불량학생이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래서 고등학교 땐 몰래몰래 다니다가 대학교 가서는 당당하게 가서 신나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렇지만 만화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죠.

이원복 고1 때부터니까 만화를 그린 지 50년이 넘었군요. 그 시절엔 만화방이라고 하면 어둡고 퀴퀴한 냄새도 나고, 건전하지 못한 곳으로 생각했어요. 저 역시 만화가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독일에서 유학을 할 때 만화에 대한 다른 인식 때문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서점에 가면 중앙에 만화책이 있고, 흑백이 아닌 올 컬러에 하드커버로 된 만화들이 가득했죠. 아티스트보다 카투니스트가 더 인정받는 직업이더군요. 그때 언젠가 이런 만화의 블루오션이 한국에도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죠.

이정순 전 만화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바뀔 줄 몰랐어요. 요즘 지하철 타보면 다들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고 있잖아요. 이제 오히려 우리나라가 만화장르를 리드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교수님의 선견지명이 적중한 거죠. 교수님처럼 나가서 많이 다니고 많이 보는 게 앞서갈 수 있는 조건인 것 같아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본 사람이 새로운 문화를 리드할 수 있죠.

이원복 대학교수 생활을 30년 가까이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가 평생 안 해본 게 공부였어요.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게 공부라면 전 공부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대신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느끼는 게 공부라면 그런 공부는 누구보다 많이 했죠. 

 

실외 벤치를 배경으로 찍은 만화가 이원복 교수와 인터뷰어 이정순의 사진       

       

이정순 해외 문화를 접하다 보면 우리 문화가 객관적으로 보일 것 같은데, 전 한국이라는 인구 5천만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를 휩쓰는 한류가 일어났을까 의아하기도 해요. 세계문화를 경험해 본 입장에서 한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이원복 역사를 보고 세계를 다니다 보면 한국만의 독특한 면이 눈에 들어와요. 그게 뭐냐면 전 세계에서 서양문화 기독교문명이 가장 늦게 들어온 나라가 한국이에요. 침략을 통해서가 아니라 침략자를 쫓아내고 들어왔죠. 일제강점기 동안 지켜낸 민족혼을 갖고 있으면서 서양문화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원형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세계에서 유일한 ‘글로벌믹스형’ 의식구조를 갖게 된 거죠. 의식 속에 서양의 유전자와 한국의 유전자가 공존하는 거예요. 서로 섞여있는 게 아니라 별개로요. 그렇기 때문에 서양의 의식구조를 가지고 한국의 콘텐츠를 요리할 수 있는 거죠. 해외장르의 음악이라도 한국의 얼을 넣어서 만들 수 있고, 우리 음악을 가지고 서양인들도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거죠.

이정순 한류의 배경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교수님의 분석을 들어보니 제일 논리적이고 수긍이 가는 것 같네요. 최근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이원복 우리나라에선 인문학에 대해 과장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장자니 소크라테스니 그런 사상가들의 명언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인문학은 간단하게 사람 얘기예요. 사람이 생각하는 게 철학이고, 사람이 살아온 자취가 역사이고, 사람이 꿈꾸는 게 문학이거든요. 어렵게 접근할 필요가 하나도 없어요.

이정순 맞아요. 사람들은 인문학을 전문적인 것의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과학 같은 특정적인 분야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죠. 그런데 왜 요즘 들어 이렇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걸까요?  


이원복 사회 변화속도가 완만했던 과거에는 한 분야를 좁고 깊게 파고드는 I자형 지식인이 인정받는 사회였어요. 그런데 사회가 변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변화의 폭도 커지면서 얇더라도 폭넓게 아는 T자형 지식인이 인정받는 사회로 바뀌었어요. 한 분야를 깊이 알면서 얄팍하더라도 다른 분야들까지 폭 넓게 알고 있으면 변신이 가능하거든요. 그 넓은 판이 바로 인문학이에요. 인문학 열풍은 시대적인 필요가 아니라 의무인 셈이죠.

이정순 이런 시대적인 변화 속에서 ‘문화통역자’가 필요해요. 교수님이 그런 역할을 해 오셨던 거고요.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세계 일주도 이제 끝났는데, 앞으로는 또 어떤 문화를 통역해주실 계획이신가요?

이원복 계획은 없어요. 인생의 가장 큰 신조가 ‘계획 없이 살자’거든요. 새로 준비하고 있는 신문연재가 있긴 한데 내용은 비밀이랍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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