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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의 사계절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06-11 11:37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2390

산수유의 사계절

               
산수유 사진  
  
   

연구소 이곳 저곳을 틈틈이 걷노라면 사계절 자연이 변해 가는 모습을 절로 보게 된다.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것은
노란 산수유 꽃이다. 이어서 진달래, 개나리, 벚꽃, 조팝나무 꽃들이 차례로 핀다. 올해는 3월말에 평년보다 따뜻한 날이 닷새나 계속되어 많은 꽃들이 거의 일시에 활짝 피었다. 겸 손하게 허리를 굽혀야 가냘픈 꽃잎을 볼 수 있는 제비꽃도 덩달아 피었다. 벌과 나비들과 바람의 도움으로 꽃들은 제 각각 수정하여 열매를 생산할 준비를 한다.

노란 산수유 꽃도 수정되어 파란 열매들이 나무에 매달려 여름 내내 자란다. 열매들은 초록 잎들 사이에서 굵고 튼실 해지면서 더운 여름을 보낸다. 서늘한 가을이 오면 어느 순 간 새빨간 열매들이 마치 꽃송이처럼 가지마다 조롱조롱 매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의외로 필자는 지금껏 노란 산수유 꽃을 빨간 열매와 연결시킬 수 없었다. 아마도 3, 4월에 꽃 이 피어 10, 11월에 열매를 맺기까지 6개월 이상의 시간 간격 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수유는 이른 봄에 피어 사람들의 눈에 잘 띄기에 시인들 은 이를 주제로 많은 시들을 남겼는데, 다음은 그 중에 하나다.

봄이 오면 작고 노란 산수유꽃 피어나네
여름내 반질한 몸 잎새 아래 감췄다가
가을 오면 붉은 열정 가지마다 내걸더니
겨울에는 흰 눈 속에 하얗게 꿈꾸겠다

이 시를 음미해 보면 우리 KRISS 연구원들이 힘써 측정표준 과 측정기술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꽃과 나무들이 겪는 사계 절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긴 겨울 동안 흰 눈 속에 꿋꿋이 서서 하얀 꿈을 꾸는 산수 유나무처럼 연구원들도 새로 개발할 측정표준이나 기술을 고민하며 찾는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세 달 정도 된다. 하릴 없이 세 달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산수유나무의 줄기와 가 지 끝에서는 이듬해에 피워낼 꽃과 매달아 두어야 할 나뭇 잎들이 계획되어 추위 속에 하나하나 준비된다. 자연이 그 렇게 되어 가는 것이어서 당연하지만 신기한 일이다. 우리 동료들도 조용한 것 같지만 앞날의 측정표준이나 기술을 그 리며 지내느라 머릿속은 분주할 것이다.

따사로운 봄이 오면 초목은 꽃을 피워 낸다. 사람들 입장에 서는 사면팔방에 꽃들이 피어 구경하기에 좋다지만, 풀이나 나무 입장에서는 다음 세대를 이을 첫 삽을 뜨는 역사적인순간이다. 그러면서도 이때는 상당히 절박한 시기다.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면 꽃가루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 버릴 지 도 모른다. 혹여 바람이 세게 불면 꽃가루가 다른 꽃에 가서 붙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얄미운 꽃샘추위가 찾아와 너무 추워져도 안 된다. 우리네 연구과제 진행상 아마도 과제 착 수 미팅과 그 이후 일정 기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슨 일이 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처음에 길을 잘못 가면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돌이키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니 주의해서 첫 삽을 잘 떴는지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하겠다.

여름은 상당히 길다. 5월 중순에서 9월까지 초목들은 뜨거 운 태양과 목마른 가뭄에 견디어야 한다. 열매는 잎들에 아 득히 둘러싸여, 보일 듯 말 듯 여름을 보낸다. 여기서는 한여 름에 피는 꽃들은 논외로 한다. 자세히 살피면 초목들은 봄 에 일찍 꽃을 피우고 곧 이어 잎들이 돋는데 이것은 당연한 이치다. 손바닥 같은 잎들이 뙤약볕 아래서 광합성 작용을 한 결과로 열매들이 서서히 영글어가기 때문이다. 이제 연 구원들도 계획에 맞추어 과제 진도를 나간다.

 나무나 꽃은
중간에 실하지 않은 열매는 바닥에 떨군다. 해마다 추석 보 름 전쯤 산책길에는 속이 빈 작은 밤송이들이 떨어져 뒹군 다. 이때쯤 되면 우리네 연구원들도 중간점검을 한다. 가을이 오면 잎들은 제 역할을 다하고 지면에 떨어질 준비 를 한다. 그냥 떨어지지 않고 단풍들로 화려하게 산하를 장 식한 후 다음 세대를 위한 밑거름으로 남는다. 참 멋지지 않은가?  

 

잎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열매도 맺혔다. 어떤 열매들 은 사람들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고, 또 어떤 열매들은 사람 과 동물에게 새콤함과 달콤함을 주는 과실이 된다. 드디어 연구원들이 만들어 왔던 측정표준과 측정기술이 세상에 나 오는 계절이다. 어디선가 측정의 질서를 세우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에 소중하게 쓰일 보배들인 것이다.

다시 변함없이 겨울이 찾아온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필요 한 그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시기가 다시 찾아온다. 나 무와 풀이 겪는 사시사철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이 듯, KRISS 구성원들의 사계절이 세상을 품는 또 다른 사랑 의 시간이 될 것이다.

삶을 가장 잘 사는 방법은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은 지금이다.
The best way to live is to love.
The best time to love is now.

글_강태원(KRISS 전자파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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