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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물리학, 그리고 표준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06-11 09:27
  • 분류Issue Report
  • 조회수5342

축구, 물리학, 그리고 표준
나노소재평가센터 이인호 책임연구원


  나노소재평가센터 이인호 책임연구원   
   

 

골대 뒤 스탠드에 도열한 서포터즈, 푸른 그라운드 위에 쏟아지는 눈부신 조명, 그 순간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고 관중의 함성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14 브라질월드컵. 6월 2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30여 일 동안 작은 공 하나가 세계인을 ‘들었다 놨다’ 할 것이다. 축구팬은 물론이고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월드컵 기간만큼은 축구에 열광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을 웃고 울리는 축구경기의 결과에는 감독의 전술, 선수의 실력뿐만 아니라 과학적 원리가 작용한다. 축구와 과학의 상관관계를 알면 경기는 더 흥미진진해 진다.  

KRISS의 축구박사(?)
요즘 월드컵을 앞두고 부쩍 바쁜 한 사람. 이인호 박사는 본의 아니게 ‘축구 전문가’로 알려져 강연요청이다 원고청탁이다 일거리가 많다. 2002년 물리학회 홍보잡지에 ‘축구와 물리학’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쓴 일을 계기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축구의 다양한 원리를 물리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모든 스포츠 종목엔 ‘룰’이라는 게 있어요. 규칙, 기준, 표준이죠. 축구의 경우 경기장만 해도 FIFA에서 정한 규격에 적합해야 하고, 축구공도 FIFA에서 인정하는 공인구만을 쓸 수 있어요. 무게는 얼마, 둘레는 얼마, 이렇게 다 정해져 있죠. 심지어 기압도 기준이 있어요.”

동일한 조건, 공정한 경기를 위한 규격
축구에 있어 표준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선수, 모든 팀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만 공정한 경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경기장의 규격은 가로 68 m, 세로 100 m이며, 센터서클, 아크, 골라인, 패널티킥 에어리어 등의 범위도 규격이 정해져 있다.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는 데 있어 최적의 조건지점을 반영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센터서클의 반경과 아크의 반경은 모두 9.15 m이다. 페널티 스팟과 골라인 사이의 거리는 11 m이다. 아크의 반경이 9.15 m이므로 아크정면과 골라인까지의 거리는 약 20 m 이다. 이곳 아크 정면에서 킥을 할 경우를 생각해 본다. 키커가 찬 공의 속도가 120 km/h라고 가정했을 때, 공이 골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0.6초, 골키퍼가 방향을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0.3초로 이다. 약 9.15 m 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적정거리인 것이다. 실제 경기상황을 통해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2002년 6월 4일,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첫 승을 거둔 날, 유상철 선수가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죠. 유상철 선수는 아크정면에서 120 km/h 정도의 강력한 슈팅을 날렸어
요. 아크정면에서 골대까지의 거리는 20 m이고, 공이 날아가는 속도는 33 m/sec. 그러니까 유상철 선수의 발을 떠난 축구공이 골대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0.6초예요. 골키퍼가 판단을 내리는데 0.3초, 움직이는데 0.3초가 걸리죠. 이 당시에는 다행히 골키퍼의 손에 유상철 선수의 공이 스쳤어요. 페널티 킥은 120 km/h으로 차면 0.33초 만에 골대를 통과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골키퍼는 주로 좌우 방향 둘 중에서 한 쪽을 미리 선택하죠.”

축구공도 예외일 수 없다. 월드컵 공인구는 엄격한 기준을 만족하도록 정밀하게 제작되며 다양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2006년 기준 공인구의 승인 요건은 다음과 같다. 10개 지점에서 측정한 공의 둘레가 모두 68.5~69.5 cm 범위에 들어야 하며, 16개 지점에서 지름을 측정했을 때 가장 큰 값과 가장 작은 값의 차이가 1.5 % 이내여야 한다.

무게에 있어서는 420~445 g의 범위로 만들어져야 하며, 수분 흡수로 인해 증가된 무게가 10 %이내가 되도록 방수능력을 갖춰야 한다. 시속 50 km로 2000번 충돌시킨 후에도 형태와 성능이 유지되는 내구성과 일정한 반발력을 갖춰야 하며, 2 m 높이에서 철판에 10번 떨어뜨려서 가장 높게 튀어 오른 지점과 가장 낮게 튀어 오른 높이의 차이가 10 cm 이내여야 한다.
 

 

   아디다스사에서 제작한 축구 공인구    

             

더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발전하는 공인구
공인구의 변천사도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 흥미롭다. “축구공은 둥근 모양의 가죽으로 일정한 크기와 무게, 공기압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게 정20면체에서 꼭지점을 자른 형태죠.” 가장 이상적인 축구공의 형태는 ‘구’,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모든 점으로 이루어진 입체 형태이다. 인류 최초의 축구공은 가죽 조각들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었다.

이후 사람들은 구형을 구현하기 위해 정다면체를 사용했다. 모든 면이 같고 한 꼭지점에서 만나야 한다는 정다면체의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4면체, 6면체, 8면체, 12면체, 20면체밖에 없다. 이중 가장 구에 가까운 것이 조각수가 가장 많은 20면체로, 20면체의 꼭지점을 잘라서 만들어진 12개의 5각형과 20개의6각형으로 이뤄진 32조각의 축구공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것이‘텔스타’의 축구공이다. 이러한 구조는 분자 크기의 세계에도 존재한다. 60개의 탄소 덩어리인 C60은 축구공의 모양과 똑같다.

1985년 크로토, 칼, 스몰리가 헬륨가스 안에서 흑연으로부터 만들어진 탄소 원자 집합체를 분석해 발견한 가장 안정된 탄소 구조다. 그러나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팀가이스트‘가 ’텔스타‘를 대체했다. 팀가이스트는 휘어진 판넬로 만들어진 것이고 구에 더 가깝게 제작됐다. 그리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8개의 가죽조각을 이어붙인‘자블라니’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독일 샤인펠트 연구소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2년 여의 개발과정을 거쳐 탄생한 ‘자블라니’는 삼차원 곡선 형태의 가죽 조각 8개를 붙여 보다 완벽한 구의 형태를 구 현했다. 공 표면에는 특수 미세돌기가 나있어 미끄러짐 현상을 방지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기역학을 이용해 공이 날아가는 궤적의 안정성을 높여 선수들이 날씨 등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공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하지만 ‘자블라니’ 역시 더 발전된 축구공에 밀려났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사용될 축구공은 ‘브라주카’로, 2년 반 동안 날씨, 고도, 습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쳐 완성됐다. ‘브라주카’는 역사상 가장 적은 6개의 판넬로 이루어져 그립감과 터치감, 안정성을 더욱 높였으며 특히 공과 공 사이의 편차가 거의 없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축구공이라 할 수 있다.

“아마 머지않아 골프공처럼 표면에 딤플이 있는 축구공이 등장할 겁니다. 왜냐하면 스포츠팬들은 더 많은 골을 보고 싶어 하거든요. 공표면에 홈이 있으면 공 주변의 공기흐름에서 터뷸런스가 유도되어 더 멀리 날아가죠. 야구공에 실밥이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나노소재평가센터 이인호 책임연구원이 모형 구조물위에 연필을 올려 균형을 잡는 모습   

             

축구와 물리학, 축구와 표준을 알리고 싶어
“하고 싶은 게 많죠. 존 웨슨이 쓴 ‘축구의 과학’이라는 책이 있는데 여기 보면 축구에 대한 굉장히 다양한 실험들이 나와요. 축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재미있는 사실들이 더 많이 있을 거예요. 특히, 팀 전술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설명해보고 싶어요.”

이인호 박사의 연구분야는 나노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밝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과 툴을 이용해 축구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나노소재의 특성을 분석하는 것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강연이나 칼럼을 통해 축구와 물리학, 축구와 표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높이고 싶은 것이 이 박사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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