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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서 배우는 신뢰와 존중의 리더십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05-09 10:39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3509

음악에서 배우는 신뢰와 존중의 리더십
소리 없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다
지휘자 금노상 예술감독과의 대화

피아노와 악보대 사이로 인터뷰중인 지휘자 금노상 예술감독과 인터뷰어인 이동훈, 김미소의 사진
 

 

화가가 여러 색을 배합하여 그림을 그리듯 지휘자는 각 악기의 소리를 배합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서로 다른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혼연일체가 되도록 길을 안내하는 사람. 그래서 지휘자는 소리를 이끄는 사람이되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다. 늘 중심에 서지만 주인공이 되기보다 벙어리가 되기를 청했던 지휘자, 금노상 예술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조화와 소통에 대한 그만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동훈 저희는 취미로 악기를 하면서 민간오케스트라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을 공연 때 멀리서만 보다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먼저 음악가의 길을 선택한 동기를 여쭤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가족의 영향이 크셨나요?

금노상 저희 부모님께선 그 옛날 일제강점에 음악을 하셨어요. 아버지(금수현)께선 도쿄 음악학교를 졸업해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곡 작곡가로 활동하셨고, 어머니께선 그 시절에 집에 피아노가 있었대요. 교회 반주도 하셨죠. 외할머니께선 가곡 ‘그네’의 작사자로 잘 알려진 소설가셨죠. 가정 분위기도 그랬고, 부모님, 조부모님들로부터 물려받은 재능도 있었을 거예요. 유년시절에 보고 듣는 것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죠. 어린 시절 저희 집엔 전축도 있고 피아노도 있었어요. 악보도 많았죠.

김미소 저희 아버지께서도 저와 전공이 같은 금속공학자세요. 그래서 어렸을 땐 절대 과학자는 안 될 거라고 했었는데 어느 날 정신 차려보니 과학자가 돼있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지휘자의 길은 다른 음악가의 길과는 다를 것 같아요. 

     

  연습중인 오케스트라의 모습  

             

금노상 국내 대학에 지휘학과가 처음 생긴 게 10여 년 전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시스템에서는 제대로 구성된 지휘학과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요. 비엔나국립대 1학년 수업이 22과목인데 22명의 교수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음악사, 음악형식, 합창지휘, 오페라, 오케 스트라, 오페라문헌 등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의 전문지식을 배워야하죠. 심지어 매우 기술적인 음향학까지! 제게 지휘공부를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친구들이 종종 있는데 저는 냉정하게 한국에선 어렵다, 외국에 나가야 한다고 말해요. 외국에 나가려면 어학도 공부해야 하 고요.

김미소 요즘은 어떤 분야든 다양한 분야의 배경지식이 요구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융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지휘자의 역할이 융합이 아닌가 생각해요.

금노상 저는 다른 분야에서 말하는 융합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오케스트라에 있어서는 융합이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죠. 과거(1930~1940년대)에는 지휘자가 독재적으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좌지우지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지휘자는 벙어리여야 해요. 소리를 내면 안 되죠. 한명 한명에게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라도 각자 해석이 다르고 색깔이 다르면 협주를 할 수 없어요. 공유되는 색깔을 만들어가야 하죠. 단원들을 존중하는 지휘자가 되려고 노력해요.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에요. 스포츠도 그렇잖아요. 축구경기를 할 때 아무리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이 많더라도 팀플레이에 실패하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감독과 지휘자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환경, 서로 화합하는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이동훈 연구하는 데 있어서도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각자 맡은 파트만 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서로 맞춰가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누군가 조율하면서 리드하는 사람이 있어야해요. 지휘자 같은 역할이 필요하죠.    

김미소 지휘자뿐만 아니라 연주자들도 융합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연구할 때도 누군가 오더해서 시키는 대로 할 때와 전체를 생각하면서 할 때 결과가 분명히 다르거든요.

금노상 그 다음 단계는 예술성이 담긴 연주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그렇지 않은 오케스트라의 차이는 몰입도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 아이라도 연주에 혼을 실을수 있고 세계적인 음악가라도 혼이 안 담긴 연주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최상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지휘자가 이끌어줘야 합니다. 

     

  인터뷰중인 지휘자 금노상 예술감독과 인터뷰어인 이동훈, 김미소의 사진  

             

이동훈 오케스트라의 경우 감동이 있는 연주를 만드는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각 연주자가 혼이 담긴 연주를 하는 것과 훌륭한 협주가 되는 것은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금노상 글쎄요. 정확한 답인지 모르겠지만, 제 경우는 몰입과 도취의 차이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도취해서 지휘하는 건 절대 피해야 해요. 지휘자는 혼을 실어서 지휘하되 무대에 서있을 때도 냉철하고 냉정해야 합니다. 그럴 때 연주자들의 능력을 120 %로 끌어올릴 수 있고 청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김미소 요즘 과학은 대중과의 교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도 대중과의 교감이 필요한 분야인 것 같은데,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금노상 우리들이 잘못 생각하기 쉬운 게 대중적인 것과 상업적인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거예요. 지휘자들 중에서도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시대의 조류에 집중해서 변화만 추구하는 것은 절대 경계해야 해요. 정통적인 해석을 모르면서 다르게 해석하려고만 하면 안 되죠. 정통적인 해석을 깊이 이해한 상태에서 새로운 해석을 덧입혀야 합니다.

이동훈 저도 공감합니다. 대중화가 가벼워지는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될 것 같아요. 기본을 갖추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덧입힐 때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어요.

금노상 그럼요. 문제는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접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는 거예요. CD나 TV로 듣는 것과 공연장에서 듣는 것과는 천지 차이가 나죠. 직접 와서 들어보는 게 제일 중요해요.

김미소 맞아요. 그런데 공연장이라도 더 울림이 좋은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더라고요.

금노상 오케스트라에 있어서 음향시설은 굉장히 중요해요. 무대음향뿐만 아니라 연습실음향도 무대와 똑같이 갖추는 것도 필요해요. 공연장을 지을 때도 자재부터 구조까지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하고 지어야 하고요. 과학적인 구조, 과학적인 시설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좋은 공연을 할 수가 없어요.

이동훈 과학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도 궁금한데요, 예술가가 바라보는 과학은 어떤 세계인지 듣고 싶습니다.

금노상 사실 과학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없어요. 하지만 막연하게 최고점에서는 예술과 과학이 같지 않을까 생각해요. 둘 다 끝이 없는 분야이니까요. 물론 과학은 계속 탐구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가까이 답이 있다면, 예술은 답이 더 멀리 있는 것 같아요. 답이 아예 없을 수도 있고요. 사람의 머리로 할 수 있는 한계에서 벗어난 세계니까요. 그래서 하면 할수록 어렵고 겸손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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