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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산업의 숨은 주역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20-04-20 16:38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971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숨은 주역   

- 반도체측정장비팀 책임연구원 임종연 -  

 

 

 

 

모든 산업에 있어서 '불확실성'은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다.

특히 정밀제품을 생산할 때 기준을 충족하는지 판별하고 검증하는 작업은 최종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반도체도 그중 하나다. 확실한 표준, 정확한 측정이 뒷받침될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20여 년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측정표준 기술 개발과 보급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온 반도체측정장비팀 임종연 박사.

그가 오랜 시간 해온 일들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진공’과의 만남

 

“처음 연구소에 들어온 게 1997년 1월 1일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우리나라 최초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출연연마다 임무가 주어졌어요. KRISS는 압력진공그룹이 그 임무수행을 담당하게 되면서 인력을 충원했던 겁니다.”  

 

당시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던 임종연 박사는 연구원 모집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서를 냈다. 그동안 연구해온 분야는 아니지만, 왠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핵융합 연구 장비는 용기 자체가 굉장히 크거든요. 그 용기의 진공설계를 맡게 됐어요. 학위를 할 때 진공을 배우긴 했지만 체계적으로 배웠던 건 아니었어요. KSTAR 프로젝트를 하며 진공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거라고 할 수 있죠.”

 

KSTAR 프로젝트에 참여할 당시 임 박사는 국내 진공 분야의 체계화 필요성을 실감했고, 그것은 20년 넘게 진공이라는 한 우물을 파게 된 출발점이 되었다. 

 

  20여 년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측정표준 기술 개발과 보급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온 임종연 박사  ?

▲ 20여 년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측정표준 기술 개발과 보급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온 임종연 박사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 진공펌프 성능평가 시스템

 

“저는 기업 생산설비의 진공 성능을 평가해주는 일을 해왔어요. 측정표준 R&D의 최종 단계가 ‘보급’인데, 제가 하는 진공 분야는 보급 성격이 강합니다. 보급은 측정표준 확립, 유지와 함께 KRISS의 임무 중 하나이기도 하죠.”

 

반도체 제조공정은 대부분 진공상태에서 진행된다. 진공상태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불순물인 산소와 수소, 질소를 제거해주는 장비인 진공펌프가 사용된다. 임종연 박사는 바로 이 진공펌프의 성능을 평가하는 시스템 개발 및 보급을 담당해왔다.

 

“반도체를 만들 때 밀폐된 진공 용기를 만들기 위한 펌프가 필요한데,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 한곳을 예로 들면 반도체 생산라인이 16개라면 각 라인 당 많게는 5천 대 정도의 진공펌프가 설치됩니다. 진공펌프 가격이 고급 중형세단 한 대 값인데 차는 반영구적이지만 진공펌프는 소모성 설비예요. 그러니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죠.”

 

우리나라에서 한창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외산 진공펌프를 수입해 사용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외산 진공펌프의 성능에 대한 믿을 수 있는 평가가 필요해졌다.

 

“과연 회사 카탈로그에 적힌 성능이 맞느냐, 그걸 분명히 확인할 수가 없거든요.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도 없고요. 그런 현장의 요구가 커지면서 KRISS에 그 역할이 주어진 겁니다. 삼성반도체의 경우 어떤 회사의 모델이든 모든 진공펌프는 우리 연구실의 평가를 거친 뒤에 도입하고 있어요.”

 

반도체측정장비팀에서 운영하는 진공펌프 성능평가 시스템은 약 20년 전 자체 구축한 것으로, 당시 정부 과제를 통해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하며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이 시스템을 통해 평가를 받을 경우 그 결과 데이터는 국제적으로 인정된다.

 

 

진공펌프 종합특성평가시스템

▲ 진공펌프 종합특성평가시스템

 

 

“사실 초기에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어요. 어떤 장비를 구축할 때는 목표를 제시해야 자금을 조성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저희가 제시한 목표가 너무 높다',‘그 기준을 맞출 수 있겠냐',‘비용이 많이 든다’며 우려를 나타냈어요. 하지만 제 판단은 달랐어요. 낮 ? 은 수준에 맞춰서 개발하면 결국 인정받지 못해요. 승산이 없죠.  

저는 KRISS가 높은 수준의 측정표준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고 목표치를 낮추지 않았어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도전했고 결국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계속 이어져야 할 ‘진공’ 연구

 

“반도체 산업은 계속 발전하는데 진공펌프는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험실 수준의 연구로는 안돼요.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우리 후배들이 그 역할을 해나가야겠죠.”

 

평생 한 분야에 몸담았던 임종연 박사에게는 연구원에서의 남은 시간이 짧게만 느껴진다. 신진 연구원들이 그동안 이어온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이유다.

그는 퇴직 후에도 산업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계속 연구를 해나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KRISS에서 나온 기술이 산업체와 연계성을 가지고 계속 이어지는 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자체는 성장했지만, 기반기술이 부족해요. 측정표준이라는 기반이 바탕에 견고하게, 촘촘히 깔려 있어야 해요. 그래야 그다음 단계로 올라설 수 있죠.”

 

마지막까지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측정표준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임종연 박사. 그와 동료들의 노력으로 반도체 진공펌프 성능평가 기술의 국산화가 이뤄지고 발전해왔듯이 다음 세대 또한 그 길을 꾸준히 이어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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