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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하지 않아도 괜찮아! 고유미션을 수행하는 길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8-08-07 10:59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1396

누구나 자신 있는 것을 말할 때 생기가 넘친다. 이경석 박사 역시 원자를 이야기하는 내내 열정 가득 찬 에너지가 넘쳤다. 언젠가 자신이 측정한 값을 주기율표에 올리고 싶다고 말한 그는 매일 불확도 최소화를 위해 도전하고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연구가 아닌 기초과학 고유 임무를 하나하나 수행하는 그의 연구가 더 궁금했다. 글 . 윤수이 사진. 박경태  

사진 : KRISS 이경석 책임연구원

더 정확하고 정밀해진 표준, 몰(mol)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몰(mol)은 1971년 제14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되었다. ‘1 몰은 탄소-12의 0.012 킬로그램에 있는 원자의 개수와 같은 수의 구성요소를 포함한 어떤 계의 물질의 양으로 한다.’ 하지만 2018년 몰의 기준이 탄소-12가 아니라 정확하게 정의된 아보가드로 상수 ( N A )= 6.022 140 76 × 10 23 mol -1 로 재정의 된다. 이제 ‘몰’을 떠올릴 때, 정의에서 ‘탄소’는 잊어도 된다. 사실 일상에서 몰 단위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화학이나 생물학 전공자라면 ‘탄소 12 g 속에 들어있는 원자의 개수’라는 정의가 떠오를 것이다. 이것을 ‘아보가드로 수’라 말한다. 하지만 현재 아보가드로 수는 측정방법에 따라 다른 값과 측정불확도를 가진다는 한계가 있다. 또 몰은 탄소 질량을 기준으로 정의되는 단위다. 2019년 단위의 재정의를 통해 질량의 정의도 바뀌게 되니 자연히 ‘몰’을 새로이 정의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래서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몰에 대해서 아보가드로 수를 사용해 재정의하게 됐다. 바로 ‘국제 아보가드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을 주축으로 일본, 중국 등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팀이 이끌고 있다. 실리콘 공에 대한 화학적 순도 분석, 질량과 부피 측정, 표면분석, 단위격자 상수 측정, 실리콘 몰 질량 측정에 이르기까지 물리와 화학에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KRISS는 국제공동연구팀에 포함되지 못했다. “몰이란 결국 화학 측정의 단위입니다. 제가 속한 부서가 몰과 관련된 측정소급성을 연결해주는 일을 해요. 저희 팀 황의진 박사님께서 만든 인증표준물질이 몰과 관련된 단위로 인증값이 나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몰과 관련된 일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몰의 재정의와 관련된 일을 했냐고 물어보신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KRISS는 아쉽게도 아보가드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아보가드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의 말대로 실제 단위 재정의에 KRISS가 직접 담당한 일은 없다. 하지만 몰의 측정소급성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몰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입장으로서 ‘단위 재정의’를 국민에게 알리는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사진 : 연구중인 KRISS 이경석 책임연구원

기초과학의 땅을 다지는 일
화학에서 동위원소비를 측정하는 것은 측정소급성을 연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은 2011년에 MC-ICP-MS 몰질량 측정기가 도입됐다. 1990년대에 연구를 시작한 다른 나라보다 한참 느린 후발주자였다. 따라가기에 시간도 부족했고, 성과도 바로바로 나오지 않았다. “측정표준 연구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그사이에 내놓을 성과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것들이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결과가 날 때는 말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하죠. 저희가 나중에 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다른 측정기관에 비교해 초보자나 다름없어요. 그런데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갑자기 내가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아요.” 측정표준이란 KRISS의 존재 이유이다. 이런 연구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기다려주면서,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선진국 측정표준기관들과의 비교에서 좋은 성과를 얻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이는 상대적으로 짧은 연구 기간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관련 연구를 진행한 다른 기관들과 동등한 결과를 얻었다는 큰 의미가 있었다.  

사진 : 각종 약품 용기들

그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이제 몰에 대한 측정소급성도 저희가 연결 해줘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용액들에 대해서 물질량을 구해줘야 해요. 물질량을 구해주기 위해서는 동위원소비를 굉장히 정밀히 측정해줘야 하는데요, 이것이 우리가 이어나가야 할 업무입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고유임무 중 하나입니다.” 그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기초과학연구란 땅을 다지는 일과 비슷하다. 건축하기 전에 땅을 갈고 다지듯이, 기초가 탄탄한 땅 위에 튼튼하고 멋진 건축물이 올라간다. 표준용액, 동위원소비 이런 기초연구는 과학기술의 연구 측면에서 땅 다지기의 역할이 된다. 그의 연구팀이 다져놓은 기초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획기적인 과학기술 성과를 내놓을 것이다. 땅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으면 그곳에서 나오는 모든 결과가 불안정해 질 수밖에 없다. 그는 싱크홀 같은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기초과학을 다지는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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