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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mol), 물질의 양의 단위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8-08-07 10:47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35750

몰(mol)은 크기가 매우 작은 입자로 구성된 물질의 양을 입자의 개수로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단위이다. 2019년 5월부터 시행되는 국제단위계(SI)의 개정안에서 1 mol은 ‘아보가드로수’로 알려진 6.02214076x10 23 개의 입자로 구성된 물질의 양을 나타낸다. 이제 아보가드로수는 더 이상 실험 오차가 포함된 ‘측정치’가 아니라 SI에서 정의한 ‘상수’로 바뀌게 된다. 아보가드로수는 우리말로 ‘6,022해1,407경6,000조’에 해당하는 엄청나게 큰 숫자다. mol은 ‘화학적’ 규모의 원자나 분자를 다루는 화학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단위다.
글.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일러스트. 최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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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수’를 표시하는 단위, mol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쇠고기처럼 질량(무게)으로 나타내기도 하고, 휘발유나 물처럼 부피로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낱개로 셀 수 있는 경우에는 개수를 사용해서 양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개·마리·자루 등의 단위를 함께 사용한다. 대상의 크기가 작아져서 개수가 지나치게 커지는 경우에는 여러 개를 함께 묶어서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고등어 2마리는 ‘손’이라고 부르고, 오징어 10마리는 ‘축’이라고 한다. 연필 12자루를 ‘다스’라고 하고, 달걀 30개를 ‘판’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원자나 분자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위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탄소 12 g에 들어있는 탄소 원자나 물 18 mL에 들어있는 물 분자의 수는 무려 6천만 경 개에 이른다. 원자의 크기가 10억 분의 1 m에 해당하는 nm(나노미터)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우주 만물이 모두 그렇게 많은 수의 원자나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흔히 큰 수를 ‘천문학적’이라고 부른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무한히 많다는 인식이 반영된 표현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한 곳에 서서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수는 2천 개 정도 로 그리 많지 않다. 물론 1990년 우주 궤도에 올려놓은 허블 우주 망원경을 이용하면 볼 수 있는 별의 수는 크게 늘어난다. 실제로 우주에는 1천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가 무려 1천억 개가 있다고 한다.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별의 수가 1천조 개의 100억 배에 이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말 큰 수는 ‘천문학적’이 아니라 ‘화학적’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화학에서 원자나 분자의 개수처럼 큰 수를 표시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mol’이다. 우주에 있는 별의 수를 mol로 표시하면 0.017 mol이 된다.

 

물질의 양을 설명한 이론들
화학에서 물질의 양을 굳이 개수로 나타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화학 반응은 원자나 분자라고 부르는 ‘입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소(O 2 )와 수소(H 2 )가 반응해서 물(H 2 O)이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산소 1 kg과 수소 1 kg이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산소 1 kg과 반응하는 수소의 양은 0.125 kg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 반응해서 물이 만들어지려면 수소 질량의 8배에 해당하는 산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산소와 수소는 언제나 8:1의 질량 비율로 반응한다. 그런 사정은 기체의 양을 부피로 표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1803년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이 처음 밝혀낸 ‘배수비례 법칙’에 따르면 그렇다. 돌턴은 배수비례법칙이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원자설’을 제시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atom)’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던 고대 그리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한 단계 발전시킨 주장이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은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의 엄격한 종교적 교리에 대한 쾌락주의적 반발의 결과였다. 그런 점에서는 돌턴의 원자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돌턴의 원자설은 화학반응에서 관찰되는 질량의 비율을 설명하기에 편리한 수단일 뿐이었다. 돌턴의 배수비례 법칙이 성립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준 것은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물속에 들어있는 꽃가루가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브라운 운동을 설명하려면 분자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물을 구성하는 크기가 아주 작은 물 분자(원자)들이 집단적이고 무작위적인 방법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꽃가루가 무질서한 브라운 운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기체가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주장은 1738년 다니엘 베르누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체와 같은 유체의 흐름과 압력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베르누이의 원자설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제임스 맥스웰과 오스트리아의 루드비히 볼츠만에 의해 기체운동론으로 확장되었다. 일정한 온도와 부피를 가진 기체의 압력을 기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운동량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원자의 크기를 처음 추정한 로슈미트는 1865년 기체 운동론으로부터 추정한 기체 분자의 평균자유행로를 이용해서 기체의 수밀도(number density)를 계산했다. 그렇게 추정한 ‘로슈미트상수’의 값은 1.81x10 24 이었다. 로슈미트 상수의 값은 오늘날 사용하는 아보가드로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원자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당시의 추정으로는 훌륭한 성과였던 것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아보가드로수와 물질 양의 재정의
현대 화학에서 아보가드로수는 ‘원자량’을 정의하는 근거가 된다. ‘원자량’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은 존 돌턴이었다. 1805년 돌턴은 수소의 원자량을 ‘1’로 정하고, 배수비례 법칙을 근거로 다른 원소들의 상대 원자량을 결정했다. 돌턴의 원자량은 현대 화학에서 사용하는 원자량이 아니라 19세기 화학에서 널리 사용되었던‘당량(equivalent weight)’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현대 화학에서 원자량(또는 원자질량, atomic mass)은 아보가드로수에 해당하는 1 mol의 질량을 g 단위로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동위원소의 질량수가 달라지면 원자량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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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에서는 탄소-12의 원자량을 기준으로 정의한 동위원소의 상대 원자량을 사용한다. 굳이 동위원소를 구별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지구상에서의 평균 자연 존재비(average natural abundance)를 고려한 ‘표준(상대) 원자량’을 사용한다. 탄소의 경우에는 탄소-12의 존재비가 98.9%이고, 탄소-13의 존재비가 1.1%이기 때문에 표준 원자량은 12.011로 적는다. 수소의 표준 원자량은 1.008이고, 산소는 15.999이다. ‘아보가드로수’라는 이름은 190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장 페랭의 제안으로 19세기 이탈리아의 과학자 아메데오 아보가드로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것이다. 아보가드로는 1811년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기체의 부피는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분자의 수에 비례한다는 ‘아보가드로의 법칙’을 주장했다. 원자나 분자의 존재가 인정되기 전이었던 당시에는 혁명적인 제안이었다. 페랭은 실험을 통해 아보가드로 상수를 실험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로 192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본래 장 페랭이 정의한 아보가드로 상수는 수소 원자 1 g에 들어있는 원자의 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 훗 날 IUPAC(국제 순수·응용화학연합)에서는 아보가드로수의 기준을 수소 원자 대신 탄소-12로 변경했다. 실험으로 아보가드로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2017년에 실험으로 측정한 아보가드로수는 6.022140758(62)x10 23 이었다. 새로운 SI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아보가드로수는 더 이상 실험 오차가 포함된 측정치가 아니라 6.02214076x10 23 이라는 정해진 값을 가진 상수가 된다. mol의 정의가 바뀜에 따라 IUPAC의 ‘원자 질량’ 정의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SI 개정안이 추구하는 ‘측정의 연속성’ 덕분에 IUPAC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준 원자량의 값은 수정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표준 원자량 계산에 포함된 자연 존재비의 불확실도가 상당히 큼에도 불구하고 동위원소 원자질량의 정의와 그 값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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