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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만드는 1 암페어(A)의 정의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8-08-06 16:45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2358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이에 따른 정확한 단위의 정의를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도전. 전자기표준센터/양자기술연구소 양자측정 삼각체계(QMT) 검증팀 역시 전류의 단위인 암페어(A) 재정의를 앞두고 분주해졌다. 국제단위계 중 측정기술의 발전이 가장 더딘 분야로꼽히는 암페어의 변화 속에서 기회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 . 김민영 사진. 이도영  

전자기표준센터/양자기술연구소 양자측정삼각체계(QMT) 검증팀 멤버들

암페어(A)의 합리적인 새 기준을 찾다
전류의 단위인 암페어(A)는 1948년 제9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 되었다. ‘1 암페어는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 중에서 1 m 간격으로 유지될 때 두 도체 사이에 매 미터당 2 × 10 -7 N의 힘을 생성하는 일정한 전류의 크기이다.’하지만 이것을 실현하는 데는 문제가 있었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가정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는 조셉슨 전압표준기와 양자홀 저항표준기를 이용한 간접적인 방식을 이용해 암페어 단위를 구현해 왔습니다. 하지만 산업계가 발전하면서 양자전압표준기와 양자저항 표준기의 정확도가 10 -9 (10억분의 1)수준까지 갔고 반면 전류표준의 정확도는 상대적으로 100배 이상 떨어졌어요. 전류표준을 새롭게 정의 내릴 필요성이 생긴 것이죠.(김남 박사)” 과학자들은 국제단위계 정의와 현실적인 구현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2005년부터 암페어 재정의를 논의했다. 그 결과, 기본전하( e =1.602 176 634 × C)를 물리상수로 정하고, 이 전하의 단위 시간 당 일정한 흐름을 암페어의 새로운 정의로 결정했다. 2019년 5월 20일 세계 측정의 날부터 이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암페어가 기존의 모호한 정의에서 벗어나 단순명료하게 재정의되는 것이다. 우리 일상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표준과학자들은 표준 분야에서는 거대 한 변화지만 실생활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과학계에서는 논리적인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표준 단위의 명확한 정의가 기본이거든요. 그래서 재정의가 큰 이슈이긴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혼란이 없도록 세심하게 접근한다는 것이죠.(채동훈 박사)”  

  사진 : 단전자 펌프 소자

단전자 펌프 소자 개발의 쾌거
전자기표준센터/양자기술연구소 양자측정삼각체계(QMT) 검증팀은 암페어 재정의에 따라 새로운 양자 전류 표준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암페어 단위를 실현할 측정 시스템과 기술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암페어 재정의를 실현하는데 가장 유력한 방법은 ‘단일전자 펌프 소자’로 양자점을 통과하는 전자의 개수를 재어해 전류를 발생 시키는 소자다. KRISS에서는 2000년대부터 연구를 진행한 결과, 지난 2015년 우리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단전자 펌프 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낮은 출력이지만 극소 전류 영역에서(1 암페어의 10억분의 1 크기) 내년에 재정의 될 암페어를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는 소자다. “유럽을 중심으로 단전자 펌프 소자가 개발된 곳이 있지만 저희가 개발한 소자는 양자점의 크기를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자가 지나가는 포텐셜의 모양과 깊이를 조절해서 0.1 nA(나노암페어, 10억분의 1 A)의 전류 불확도를 1 ppm (백만분의 1)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죠.(김완섭 박사)” 양자점 포텐셜 에너지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단일 전자에 대한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극미세 수준의 전류를 좀 더 정확하게 발생시킬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단전자 펌프 소자의 정확도가 이 분야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영국 표준기관과 동일한 수준이다.  

사진 : 측정기기

 

해당 연구결과는 측정분야 국제적 학술지 ‘메트롤로지아(2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남 박사는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며 보람된 순간을 회상했다. “우리가 개발한 단전자 펌프 소자가 영국 표준기관(NPL)과 상호비교를 통해서 검증됐을 때 큰 보람이 있었죠. 표준은 경쟁도 하지만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반도체 종류나 소자 디자인, 측정 장소도 다르지만 유사한 전류의 크기와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보편성이라는 벽을 하나 넘는 셈입니다.”  

  사진 : 회의중인 전자기표준센터/양자기술연구소 양자측정삼각체계(QMT) 검증팀 멤버들

 

연구팀은 현재 개발된 단전자 펌프 소자의 전류의 크기를 키우고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양자 전류표준기를 이용하여 기존의 양자홀 저항표준기와 양자 전압표준기 상호간에 ‘옴의 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을 검증하는 것이다. 또한 새롭게 정의되는 암페어를 실현하는 방식과 기존 암페어를 구현하는 방식의 일치여 부를 검증하는 양자측정삼각체계도 연구하고 있다. “저희가 시도하고 있는 양자측정삼각체계 검증은 아무도 가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분야입니다. 저항과 전압에 비해 전류는 크기가 너무 작고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기술이 성숙되어 있지 않아 세계표준기관들이 나서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저희는 창의적인 것이 도전적인 것이고, 또 도전적으로 해나가야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을 보게 되거나 또 다른 정밀측정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김완섭 박사)  

  사진 : 측정기기 앞에서 전자기표준센터/양자기술연구소 양자측정삼각체계(QMT) 검증팀 멤버들 기념사진

측정의 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
전자기표준센터/양자기술연구소 양자측정삼각체계(QMT) 검증팀은 인터뷰 내내 연구 과정이 어렵고 힘들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면 서도 과학자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하나된 분위기였다. “2019년 재정의 되는 모든 국제 단위 중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전류인데 유럽의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동안 우리가 단위 정의와 구현이 일치하지 못한 사회를 살아온 거니까 앞으로 인류가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겠죠.(채동훈 박사)” 양자측정삼각체계 연구는 정밀측정이 요구되는 분야인 탓에 외부 노이즈를 제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불확도를 10배 향상하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만큼 긴 호흡도 필요하다. 표준은 경쟁도 하지만 상호검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과 협력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꿈은 다 같이 꿔야 이뤄진다고 하잖아요. 열 심히 해서 양자전류표준 실현에 기여하고 싶고 유럽의 다른 팀과도 협력해서 좋은 결과물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김남 박사)” 소자 제작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김범규 박사는 “지금은 단전자 펌프 소자가 한 개의 디바이스에서 작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걸 여러 개 구현하여 각각의 디바이스에서 만든 전류를 합쳐 큰 전류에 도달하고 싶습니다”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배명호 박사는 “물리학자로서 교과서에만 나와 있던 조셉슨, 양자홀, 단전자 효과 이런 것들이 현실화 되고 인류가 가보지 못한 초정밀 세계에 갈 수 있게 하는 측정의 꽃을 피우고 싶습니다.”라는 꿈을 밝혔다.
경쟁을 넘어 인류 삶의 질 향상을 꿈꾸는 과학자들. 포기를 모르는 그들의 뜨거운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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