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KRISStory

TOP

느리지만 괜찮아, 정밀측정을 향한 도전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8-08-06 16:23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1184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 빛이 난다. 배명호 박사 역시 전자 얘기를 하는 내내 활기가 넘쳤다. 전자 하나마다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시대를 꿈꾼다는 그는 10-8 수준의 불확도 달성을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연구과정이 어렵지만 그래서 더 즐겁다는 말을 듣고 있자니 그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글. 김민영 사진. 이도영

사진 : KRISS 배명호 책임연구원

전자 하나와 길을 만드는 재미
배명호 박사는 새로운 암페어 정의의 구현을 위해 전자와 씨름하는, 아니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자 하나와 노는 일’을 하고 있다. 전자 하나 하나의 흐름에 대한 원리를 규명하는 것이다. 특히 내년 암페어 재정의를 앞두고 전류의 표준을 정립할 단전자 펌프 소자를 개발하면서 연구에 탄력을 받았다. “저희가 개발한 단일전자펌프는 양자점을 이용해서 만든 장치인데요. 전자 하나만 빠질 수 있는 우물 모양의 소자를 만든 뒤 앞뒤로 장벽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제작된 소자 중 가장 좋은 것을 골라 불확도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죠.” 연구팀이 개발한 단전자 펌프 소자는 펌프가 지하수를 끌어올려 물을 만들 듯이 전자를 한개씩 제어하여 주기적으로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암페어를 재정의 하기 위한 측정기술 발전이 더딘 상황에서 우리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단전자 펌프 소자를 개발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최근에는 전류표준 소자를 디자인하고 제작된 소자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 불확도를 측정하는 일 때문에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연구에 푹 빠져있다. 단전자 펌프에서 출력된 전류가 기존의 양자전기표준체계(조셉슨 전압 및 양자홀 저항표준)와 일치함을 증명하기 위한 양자측정삼각체계(QMT) 연구가 속도를 내는 중이다. 단전자 펌프가 양자 전류표준기로 공인받기 위해서는 소자 작동의 안정성과 보편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10 -8 불확도 수준에서 일치성 검증이 요구된다. “단전자 소자를 측정하고 있는데 완성이 되면 삼각체계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전압과 저항은 준비가 거의 완료됐는데 전류는 제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해서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 : 전류표준 소자 불확도를 측정 작업 중

처음엔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마침내 전압과 저항, 전류를 담당하는 3팀이 한 팀으로 뭉치면서 연구에 진전을 보였다고.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 일이라며 팀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보였다. “전압, 저항, 전류로 각자의 분야가 다르지만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거든요. 그래서 옴의 법칙을 기반으로 세 개의 독립적인 양자전기 표준들이 어디까지 서로 일치하는지 보는 거죠. 중요한 가치를 두고 같이 뛰고 있다는 것이 저로서는 행복합니다.”  

  사진 : 현미경을 보고 있는 배명호 책임연구원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
KRISS의 첫인상을 묻자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정의를 구현하는 산실이라고 답했다. “KRISS와는 대학원 시절 공동연구를 통해 인연을 맺었는데요. 실험실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던 얘기가 기초과학을 제대로 구현하는 곳이라는 말이었어요. 2012년에 학위를 마치고 입원해보니 표준이라는 것이 보급, 유지 뿐만 아니라 순수과학을 깊게 이해해야 되는 일이라서 정말 재밌더라고요. 어렵지만 그래서 더 흥미가 생기고 만족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자긍심을 갖는 이유는 팀의 연구주제가 표준기관만이 할 수 있는 연구라는 점이다. 민간에서는 전압, 저항, 전류 이 중 하나만 연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KRISS 에서는 3개 팀이 상호보완적으로 연구를 수행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실 안은 모든 것이 느리게 진행됩니다. 실수할까봐 잠깐씩 멈추기도 하죠.  

샘플 작업을 할 때는 정전기 방지를 위해 털옷은 피하고요, 샘플은 장비에 끼우고 측정 하는 등 모든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이런 과정이 어렵지만 정확한 측정을 위해 최대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느리지만 괜찮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는 거죠.” 설명을 듣고 보니 표준을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끈기와 집념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표준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각 나라들의 공동연구가 필수이고 이런 과정이 결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배명호 박사는 ‘양자측정삼각체계(QMT)가 확립되면 노벨상 수준의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도 내비쳤다. 조셉슨 소자와 양자홀 소자가 개발된지 10여 년 만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처럼 우리도 10년, 20년을 인내하고 연구한다면 가능성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부디 그의 연구실에서 유레카의 함성이 터지길 바란다.  

QUICK MENU

QUICK MENU 원하시는 서비스를 클릭하세요!

등록된 퀵메뉴가 없습니다.

등록된 배너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