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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흐른다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8-08-06 15:58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1511

전기는 흐른다
전기와 관련된 단위는 매우 많지만, 전압(電壓)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역시 전류(電流)다. 학교에서 전압과 전류를 물의 수압과 유량으로 비유해서 배운 기억이 있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전류라는 어휘 자체가 전기의 흐름을 물의 흐름에 비유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일상에 있어서 전류는 전압에 가려진 조연자와 같은 위치에 있다. 일상에서 볼트(V)는 익숙해도 암페어(는A) 어지간해선 찾아보기 어렵다.
글. 김일선 IT컨설턴트, 저술가 일러스트. 최명미

그림 : 붉은 전기 철탑

암페어와 앙페르
한 달간 사용한 전기요금을 계산하려면 당연히 사용한 ‘전기의 양’을 알아야 한다. 수도 요금을 계산하려면 수도꼭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의 압력이 아니라 사용한 물의 양을 알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용한 전기의 양은 전압과 전류의 크기를 알면 된다. 그런데 수압은 사용자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지만 전기는 그렇지 않다. 가정용 전기의 전압은 항상 220 V다. 그렇다면 전류의 양을 알아야 되는데, 이를 표시하는 단위가 바로 암페어(A, ampeer)다. 암페어? 독자들 중에서는 처음 듣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암페어(A)처럼 단위가 알파벳 대문자로 표시되는 것들은 누군가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암페어의 주인공은 프랑스의 앙드레-마리 앙페르인데. 사실 듣기에 따라선 ‘옹뻬흐’라고 들리기도 한다. 이름을 딴 것이지만 원래 이름에 가깝게 불리지 못하는 것도 어디서나 명확하게 볼트(Volt)라고 불리는 전압에 비하면 2인자의 설움이라고 해도 될 듯도 하다. 앙페르가 발견한 법칙은 자기장과 전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고, 전기역학의 토대가 된다. 이 공을 인정받아 전류의 단위에 그의 이름이 남게 되었다. 앙페르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를 가로질러 살다간 천재였다.  


한국에서도 일제 치하와 한국전쟁, 그 이후의 다양한 시대적 변화를 모두 겪은 세대가 존재하지만, 프랑스 혁명을 겪은 앙페르도 그에 못지않았다. 그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15년 전에 부유한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는 계몽주의가 한창이던 시대로, 그의 아버지는 루소의 교육론에 심취하여 앙페르를 학 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앙페르는 부친이 보유한 방대한 장서를 마음껏, 보고 싶은 대로 보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쌓아 나갔다. 물론 이런 방식이 아무에게나 효과적인 교육 방법은 아니다. 그런데 그의 10대 중반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고, 그의 부친은 혁명에 협조했음에도 공포 정치의 와중에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만다. 잘 알려진 대로 공포 정치는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 수만 명을 마구 처형하면서 프랑스를 뒤덮었지만, 이런 방식이 오래 유지되기는 어려웠고 결국 공포 정치의 주인공들도 단두대로 끌려가며 막을 내렸다.  


이런 시대에 청년기를 보낸 앙페르는 정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음에도 뛰어난 능력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고, 결국 에콜 폴리테크닉의 정식 교수가 되기에 이른다. 무학력자가 프랑스 최고의 학교의 교수가 된 것이다. 공포 정치를 자행한 자코뱅파가 추구한 것은 어이없게도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 루소의 이념이었다. 앙페르의 부친은 루소의 교육 이념을 따라 자식을 키웠으나 이들에 의해서 처형되고, 그런 교육으로 빛을 본 앙페르는 자코뱅파가 몰락한 이후에 최고의 학자의 자리에 올랐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의 흐름에 따른 결과에 어떤 법칙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림 : 전구, 스위치, 전류계, 플러그 등

경쟁에서 공존으로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한 순간에 쓸 수 있는 전류의 양은 제한되어 있다. 수도꼭지를 아무리 열어도 흐르는 물의 양이 엄청나게 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집에서 ‘전기를 쓴다’는 것은 ‘전류를 흐르게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도체에 전류가 흐르면 열이 발생하므로, 일정 량 이상의 전류가 흐르면 화재의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전기가 공급되는 곳이라면 가정을 포함해서 어디에서건 너무 많은 전류가 흐르면 전기를 차단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흔히 두꺼비집이라고 부르는, 전원 차단기가 바로 그것이다. 전원 차단기에는 20 A, 30 A 등과 같이 최대 전류 용량을 나타내는 값이 적혀있다. 가정에서 암페어라는 단위를 찾아볼 수 있는 드문 곳 중의 한 곳이다. 지금은 전기 없는 삶과 사회를 상상할 수조차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전류가 너무 많이 흐르면 감당할 수가 없으므 로 차단해야 된다. 앙페르가 살았던 프랑스 혁명의 시대도 어찌 보면 비슷했는지 모른다. 혁명은 어떤 형태로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지나치자 차단되었다. 왕정의 지나침을 차단한 혁명이, 지나친 공포를 무기로 마구잡이로 날뛰다가 결국은 스스로 차단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앙페르가 남긴 전류라는 유산이 그가 한 복판을 살다간 시대와 유사하다는 점은 사뭇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싶다.  


전기는 크게 보아 두 가지 형태로 사용된다. 하나는 건전지처럼 +극과 ?극이 정해져 있어서 전류가 항상 한 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직류(直流), 또 하나는 가정에 공급되는 전기처럼 방향이 정해져있지 않은(1초에 60번씩 방향이 바뀐다) 교류(交流)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전기, 전자제품은 직류 전기를 사용한다. 그러나 발전소에서 만들어지고 가정까지 전달되는 전기는 교류다. 결국 대부분의 전자제품 내부에는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장치가 들어있다는 의미다. 지금은 이처럼 직류와 교류가 공존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이들이 시작부터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전구의 발명자로 유명한 에디슨은 직류 발전소를 만들어내었고 사업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직류 전기는 먼 곳까지 보내기 힘들다. 웨스팅하우스는 전류의 방향이 초당 수십 회씩 바뀌는 교류 발전기를 만들어내었는데 교류는 원거리 송전에 훨씬 유리한 형태다. 당연히 이 둘은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고 이 싸움은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향보다는 상대방의 단점을 과장해서 까발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특히 에디슨은 교류 전기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퍼뜨리기 위해 교류 전기 를 이용해서 공개적으로 코끼리를 죽이거나, 사형 집행에 최초로 사용된 전기의자에 교류를 이용하는 등의 일도 마다치 않았다. 이를 위해 웨스팅하우스의 특허를 사들이기도 했을 정도였다. 게다가 교류 발전의 아이디어는 에디슨의 조수였던 천재 니콜라 테슬라의 것이었고, 그가 에디슨에게서 해고된 후 웨스팅 하우스를 도와 교류 발전을 성공시켰다는 점까지 생각해보면 직류와 교류의 싸움은 치정 관계만 없다 뿐이지,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빠짐없이 갖고 있었다.  


앙페르는 죽음 혹은 처형이 일상화된 시대를 헤쳐 나가며 암페어라는 전류의 단위에 이름을 남겼고, 전기는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는 공포를 부각시키며 자리를 잡았다. 앙페르가 이런 뒷일을 기꺼워하진 않았을 테지만, 전류와 공포 사이에는 묘한 인연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날카로운 칼이 유용한 만큼 위험한 것처럼 전기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렇다면... 대체 직류와 교류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어떻게 비교하느냐에 따라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사실 답은 둘 다이다. 인간에게 물이 더 위험한가, 불이 더 위험한가라는 질문과 마찬 가지다. 둘 다 없어도, 너무 많아도 안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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