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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장악했던 까까머리 소년들의 비장한 승부 - 말뚝박기 놀이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7-07-07 16:21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2741

말에 대한 동경이 만든 놀이

지금은 골목이라는 개념이 거의 퇴색됐지만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골목길 따라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 에 살았었다 . 앞집 옆집 뒷집에 사는 동무들은 걸핏하면 치고 박 고하면서도 옆 동네 애들과 싸움이 나면 두 팔 걷어붙이고 서로 편을 들어줬다 . 그 시절엔 밥숟가락만 내려놓으면 골목으로 뛰쳐 나가 하루 종일 놀다가 밤이 다 돼서야 들어오곤 했다 . 동네 아이 들끼리 즐겨했던 골목놀이 중에 말뚝박기도 빠지지 않았다 . 아이 들은 그 비좁은 골목길을 장악하고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말뚝박 기 놀이를 했다 .  

말뚝박기 놀이는 대표적인 서민층 아이들의 놀이로 , 주로 남자아 이들이 즐겨 했으며 유아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행해 졌다 . 옛날에는 말이 최상의 교통수단이었지만 서민들은 말을 탈 기회가 거의 없었다 . 말뚝박기 놀이는 말을 타고 싶은 서민들의 욕 구가 놀이로 구현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우리민족이 언제부터 말뚝박기 놀이를 했는지 그 확실한 시기는 전해지지 않지만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 선 말기인 1895 년 스튜어트 컬린 (Stewart Culin) 이 지은 < 코리안 게임 (Korea Games)> 에는 ‘Nobleman Play’ 라 하여 이 놀이를 소 개하고 있다 . ‘ 한 소년이 등을 구부리고 다른 두 소년이 각각 양쪽 에서 서로의 한쪽 손을 잡은 다음 , 네 번째 소년이 등에 올라탄다 .’ 광복 이후 발간된 <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 에는 경기 , 충남 등 지에서 이 놀이가 행해지고 있는데 경기지방에는 두서너 명이 하 는 말뚝박기 놀이가 , 충남지방에는 편을 나누어 하는 말뚝박기 놀 이가 있다고 소개했다 .  

흑백사진 - 말뚝밖기 중인 아이들

힘과 머리로 승부를 가르는 놀이  

몇 명씩 두 편으로 나누어 가위바위보로 수비와 공격을 정한다 . 비가 된 편 중 한명을 뽑아 대장 ( 말 머리 ) 으로 삼는데 가위바위보 를 잘 하는 아이를 뽑는 게 매우 중요하다 . 대장이 벽에 기대서고 나머지 아이들은 한명씩 엎드려 친구의 가랑이 사이에 머리를 끼 워 넣고 두 손으로 앞 사람의 허벅지를 잡아 말 등을 만든다 . 맷집 좋은 아이가 맨 끝에 있어야 유리하다 . 이렇게 말이 완성되면 공 격하는 편의 아이들은 차례차례 말 등에 올라타는데 , 이때 멀리서 부터 달려오는 힘을 이용해 두 손으로 말 등을 잡고 뛰어올라 깊 숙이 타야 한다 . 그렇지 않으면 뒷사람이 탈 수 없기 때문이다 . 이 무너지면 다시 공격을 할 수 있고 무너지지 않으면 말 대장과 가위바위보를 한다 . 말 대장이 이기면 공격과 수비가 바뀌고 지면 그대로 한다 . 공격 편 아이가 말에서 떨어지거나 땅에 발이 닿아 도 공격과 수비가 교체된다 . 가위바위보를 잘 못하는 대장은 욕을 바가지로 먹고 다른 아이에게 대장 자리를 뺏기기도 한다 . 말 등 을 하는 아이들은 공격 편 아이들이 달려오는 동안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에 사로잡힌다 . 여러 명을 등에 태우고 버티는 것도 힘 들지만 등에 퍽 하고 올라타는 순간 고통 (?) 이 말도 못한다 . 하지 만 그 순간 다리가 풀어져 무너지면 또 다시 말을 해야 하니 어떻 게 해서든 버텨내야 한다 . 공격 편 아이들도 절실하기는 마찬가지 . 공격을 뺏기지 않기 위해 말을 무너뜨리려고 기를 쓴다 . 올라 탈 때 말을 무너뜨리지 못했을 경우에는 몸집이 작은 아이를 공략 한다 . 몇 명이 그 아이 등에 몰아서 타는 것이다 . 버티는 것밖엔 방 법이 없다 . 땀이 뻘뻘 나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참아야 한다 . 말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 , 엎드린 아이들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렇 게 외친다 . “ 야아 ~ 빨리 가위바위보 해  

흑백사진 - 말뚝밖기 중인 아이들

말과 관련된 유사한 놀이로 마부놀이가 있다 . 먼저 가위바위보로 마부와 말을 정한다 . 보통 맨 꼴찌가 말이 되고 그 전 사람이 마부 가 된다 . 말은 마부의 옆구리에 머리를 대고 , 마부는 손으로 말의 눈을 가린다 . 말을 타려고 달려오는 사람을 보고 뒷발질을 하지 못 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 놀이가 시작되면 말은 다른 사람이 못 타 도록 계속 뒷발질을 하거나 이리저리 움직인다 . 이때 타는 사람이 말의 뒷발질에 채이면 그 사람이 말이 되고 말을 했던 사람은 마 부가 된다 . 또한 말이 몸을 이리저리 틀어서 말 위의 사람을 떨어 뜨려도 말과 마부가 바뀐다 . 반대로 말이 무게를 못 이겨 넘어지 거나 주저앉으면 다시 말이 되어 계속해야 한다 .

올림픽 종목이었던 놀이 , 안전과 배려가 중요한 놀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방법의 말 놀이를 볼 수 있다 . 싱가포르 에는 조랑말과 기수 라는 놀이가 있다 . 놀이방법은 한 명은 기수 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조랑말이 되어 기수가 조랑말을 타고 달 리다가 목표물을 맞히는 것이다 . 조랑말을 타는 자세는 아이를 업 는 형태이다 . 일본의 야생말 타기 라는 놀이는 우리나라의 말뚝 박기 놀이와 방법이 비슷하다 . 그런데 이곳에서는 마부가 2 명이 란 점이 다르다 .  

그림 - 말뚝밖기 중인 아이들

한편 , 말뚝박기가 과거 올림픽의 종목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 제가 되기도 했다 . 1936 년 베를린 올림픽 정식 종목 중 상대방 무 게 떠받치기 가 있었던 것이다 . 당시 영상자료를 보면 남자 선수 들이 90 도로 엎드려 있고 그 위로 상대팀 선수들이 전속력으로 달 려와 올라탄다 . 양 팀 선수들 모두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버티 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말뚝박기 놀이를 할 때는 달려오는 가속도와 반발력을 이용해 바 닥을 힘껏 박차고 높이 뛰어오르는 것이 공격 포인트이다 . 따라서 공격하는 사람에게는 순발력이 필요하며 , 수비하는 사람에게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 마부놀이의 경우에는 움직이는 말에 올라타 야 하기 때문에 민첩성과 순간적인 판단력 , 그리고 대담성이 필요 하다 . 다소 과격한 놀이인만큼 무엇보다도 안전에 유의하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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