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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5월, 봄이 춤추는 장터 - 함평 5일장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7-07-06 16:55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2230

함평 5일장에서 채소를 거래하시는 두 할머니, 상인으로 보이는 할머니는 어두운 계열의 편한 옷을, 손님으로 보이는 할머니는 밝은 계열의 등산복 차림이다.

새벽을 여는 큰 소장

바다 건너 봄님이 오시는 노둣돌 , 남도는 벌써부터 계절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창문을 내렸다 . 땅거미가 채 걷히지 않은 새벽 , 아직 공기는 서늘했지만 청량하고 온화한 바람에 먼 길을 달려온 여독이 다 풀린다 .

봄과 퍽 잘 어울리는 고장 , 함평 . 판소리 < 호남가 ( 湖南歌 )> 의 노랫말이 함평천지 늙은 몸이 로 시작될 만큼 이곳은 예부터 농사짓기 좋기로 이름났었다 . 비옥한 농토가 넉넉하니 살기에 풍요롭고 평온하다 .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과 한우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 새벽을 달려 함평까지 온 것은 함평 우시장이 열리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 함평 우시장은 110 년 역사와 함께 전국 5 위 안에 들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 요즘은 함평 하면 나비축제부터 떠올리지만 원래 함평 큰 소장이 전남 소 값을 좌우한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우가 유명했다 . ‘ 큰 소장 은 우시장이 큰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 함평지역은 옛날부터 농업 지역이었기 때문에 소가 많이 거래됐고 함평 우시장도 자연스럽게 규모를 키웠다 . 지금도 하루에 120~300 두가 거래될 정도로 시장이 크다 . 아침 6 , 장에는 벌써부터 암소와 송아지가 따로 매어져서 매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 트럭에서 내려진 소들은 저울에 올려 무게를 다는데 이 때 주인들과 실랑이 (?) 를 벌이는 모습이 볼거리였다 . 앞에서 두 사람이 줄을 잡아당기고 뒤에서는 주인이 소 엉덩이를 밀고 ... 트럭에서 저울까지 몇 미터 안 되는 거리가 멀고 험난하다 . 요즘은 소의 무게를 달 때 전자저울을 사용하는데 , 추로 무게를 재던 시절에는 눈금을 조금만 잘못 읽어도 난리가 났었단다 . 무게를 재고 나면 등짝에 커다랗게 도장이 찍혀 매매소로 향한다 . 노란 모자를 쓴 중개사들은 무전기처럼 생긴 전자입찰기를 들고 왔다갔다 바쁘다 . 한쪽에서는 매매가 성사된 모양이다 . 떠나보내는 원래 주인과 새 식구를 맞이하는 새 주인의 표정이 사뭇 다르다 . “ 가서 잘들 자라거라 !” 송아지도 주인마음을 아는지 커다란 눈을 껌뻑거리며 목청껏 운다 .  

닭을 거래하는 모습 팔기 위해 내놓은 더덕, 국내산 더덕 원산지 표시가 있다

보고 있어도 그리운 시장풍경

아침을 먹고나서 다시 시장으로 나섰다 . 남도 특산물이 죄다 모인다는 함평 5 일장이다 . < 임원경제지 > 에 의하면 함평의 재래시장은 당시에 있던 5 개의 장터가 모두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 특히 함평 5 일장의 위치는 1903 년부터 장이 서던 그 자리이다 . 그래서인지 제멋대로 난전이 들어서있는데도 뭔가 안정적인 분위기였다 . 시장 구경은 오감이 즐겁다 . 이번엔 눈이 먼저 사로잡혔다 . 담장 밑에 차려진 채소전 . 청록색 브로콜리는 핑크색 바구니에 , 주홍색 당근은 파란 바구니에 담겨있다 . 오이와 호박은 박스째로 나와 있었다 . 대순과 미나리 , 깻잎도 청청하니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 “ 깻잎 ? 원래 한 줄에 천원 받는 건데 세 줄 사면 2 천원에 줄게 !” 에누리는 시장

쇼핑의 묘미 . 주인 할머니는 깎아달라는 말도 안 했는데 흥정을 하시더니 주섬주섬 비닐봉지에 오이를 담기 시작하신다 . “ 이만큼이면 됐지 ?” 주문도 알아서 , 계산도 알아서 . 얼떨결에 값을 치르고 봉지를 손에 받아들었다 . 빨간 천막 아래에 난전을 펴놓은 과일가게에도 들렀다 . 시장이나 슈 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란색 플라스틱 박스를 엎어놓고 그 위에 합판을 얹어 진열대 (?) 를 만들어놓았다 . 하긴 , 여기에 제대로 된 가구를 놓아두는 게 더 어색할 것이다 . 한 주부가 딸기 한 바구니 주세요 .” 하자 , 주인아주머니는 정말 바구니 째 비닐봉지에 담아 건넨다 . “ 무르면 맛없으니까 잘 가져가요 . 향 날아가지 말라고 두 겹으로 쌌어 .” 사소하지만 세심한 배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장소는 해산물 코너였다 .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주문에 생선을 손질하는 상인들의 손길이 바빴다 . 고등어 , 굴비 , 병어 , 오징어 , 낙지 , 새우 , 꽃게 , 문어 등 가까운 바다에서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들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 다른 시장에서 잘 볼 수 없는 품목으로 엽삭젓이 있다 . 엽삭젓은 뒈미젓이라고도 하는데 , 새끼 전어를 소금에 절여 소뼈를 넣고 담근 젓갈이다 . 설렁설렁 해산물 좌판들을 구경하는데 유독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 몇 걸음 다가가자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 역시나 , 삭힌 홍어가 가득 쌓여 있었다 . 알맞은 크기의 홍어를 골라 주문하면 상인은 바로 먹을 거냐 고 묻는다 . 먹는 시기에 따라 어느 정도 삭힌 홍어를 줄 것인지가 다르다 . 언제 먹을 건지 말하면 주인 아저씨는 거침없이 한 마리를 골라잡아 바로 손질에 들어간다 . 칼질이 시작되자 시큼하고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 홍어를 먹을 줄 모르는 나로선 괴롭기 그지없었다 . 달아나듯 얼른 걸음을 옮겼다 .  

갈치 다수를 토막내고 있는 모습  

  탕탕탕탕 어디선가 귀를 찌르는 쇳소리가 들려왔다 . 50 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장간이었다 . 점포는 허름한 옛 모습 그대로 , 세월을 간직하고 있었다 . 안을 들여다보니 철로 된 각종 농기구들이 곳곳에 쌓여있고 , 뜨거운 풀무불 앞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장인이 낫을 만들고 있었다 . 손님인지 구경꾼인지 많은 사람들이 대장간을 기웃거렸다 . 머지않아 영상자료에서나 볼 수 있게 될 풍경 . 나도 사람들 틈에 껴서 장인의 솜씨를 구경했다 .

  함평 나비축제 모습

나비들과 함께 봄의 파티를

차로 15 분 쯤 떨어진 곳 . 소박한 시골 장터와는 전혀 딴판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 전국적인 축제로 이름난 함평나비축제다 . 1999 년 이래 매년 4 월 말에서 5 월 초까지 열리는 함평나비축제는 전국의 수많은 봄축제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 다른 농촌과 마찬가지로 고령화와 농업경쟁력 저하로 침체의 길을 걸었던 함평군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한 함평나비축제는 이제 함평의 확실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 각종 나비와 나비애벌레가 전시되어 있는 나비 · 곤충생태관 , 곤충의 사계절 생태를 모형으로 꾸며놓은 숲속의 곤충마을 , 세계 각국의 나비와 곤충의 표본을 전시해놓은 금호아시아나관 등 나비와 곤충을 주제로 꾸민 전시 , 공연 , 체험행사가 준비되어 있는데 , 특히 함평엑스포공원과 생태습지 , 화양근린공원의 드넓은 들판에는 유채꽃과 자운영을 비롯한 갖가지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펴 상춘객들을 맞았다 . 정말 나비가 있을까 ? ‘ 나비축제 에 와서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하는 건 도시환경에 너무 익숙해진 때문일 것이다 . 나비를 직접 본 건 열 몇 살 때가 마지막인 것 같다 . 괜한 걱정을 하면서 황소의 문을 지나 들어선 공원 . 흐드러지게 핀 꽃만큼이나 수많은 나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 꽃송이 사이사이 너풀너풀 날갯짓하는 수만 마리의 나비들 . 비현 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황홀한 풍경이다 . 나비는 오염되지 않은 곳에만 살아 도시에서는 잘 볼 수 없다 . 그래서 반갑고 신기하기도 하다 . 나비들과 어울려 왈츠를 추는 기분이랄까 .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내 발걸음도 사뿐해진다 . 남도의 봄은 그렇게 생기로운 에너지와 화사한 이미지로 기억에 저장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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