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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과학 1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7-07-05 16:44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4195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섭취하는 먹거리 중 빈도가 가장 높은것은 무엇일까? 2014년에 매경이코노미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커피가 배추김치와 쌀밥을 앞질러 1위를 차지하였다. 성인 남녀 100명 중 94명이 평소 커피를 즐기며, 주당 12.3회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조사돼 11.8회의 김치와 7회의 쌀밥보다 커피가 가장 가까이 하는 음식이었다. 국내에는 커피전문점이 6700여 개이며 전국의 카페 숫자가 약 5만개로 추산된다고한다. 

 

사람들은 왜 커피를 좋아할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쓴맛의 커피를 이렇게 좋아할까? 진화적인 측면으로만 본다면 오래 전부터 쓴맛을 내는 음식은 독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피해야 할 음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쓴 커피를 마시며 즐기기까지 한다. 그 이유를 커피가 지닌 향의 유혹과 커피 속에 있는 카페인이 우리 뇌에서 일으키는 기분 좋은 화학작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혀는 다른 기본 맛들에 비해 쓴맛을 유독 민감하게 느낀다. 예를 들어 쓴맛을 제외한 4가지의 기본 맛을 느끼는 감각 수용체는 5개인데 반해 쓴맛을 느끼는 감각 수용체는 25 개나 된다. 그런데 쓴맛을 단순히 피하기 위해서라면 이렇게 다양하게 쓴맛을 느끼도록 진화할 필요가 있었을까? <맛있어, Tasty>라는 책을 쓴 칼럼니스트 존 맥퀘이드에 의하면 유전적으로 PROP라는 특정한 쓴맛 물질을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 보통으로 느끼는 사람, 그리고 거의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쓴맛의 음식을 잘 먹고 어떤 사람은 유난히 힘들어 하기도 한다. 유전적인 측면 외에도 사람들은 경험에 의해 쓴맛 중에도 독이 아닌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필요와 문화가 유전적인 맛에 대한 선호도를 바꾸게 되기도 한다. 경험이나 생존의 필요성에 의해 일부의 쓴맛을 먹고 즐기게 되었지만 어쩌면 우리 몸은 이미 쓴맛을 잘 판별해서 그 중 유용한 음식은 섭취하기 위해 다양한 쓴맛 감각 수용체를 발달시켜 왔는지도 모른다. 커피의 쓴맛도 그중의 하나다. 다시 말해 커피의 쓴 맛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쓴맛을 가진 모든 것은 독이 아니다혹은 더 나가서 몸에 좋은 약은 쓰다라는 말을 믿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커피란 무엇인가?

에티오피아의 염소 목동이었던 칼디(Kaldi)는 어느 날 염소들이 어떤 나무의 열매를 먹은 후 너무 흥분하여 밤에 자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직접 먹어본 결과 정말 에너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느껴 그 열매를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에게 가져갔다. 하지만 겁을 먹은 수도승은 부정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 열매를 불 속에 던져버렸다. 그러나 불 속에서 열매가 구워 지면서 유혹적인 향기가 퍼져 칼디는 그 구워진 열매를 꺼내 갈아서 뜨거운 물에 넣어서 마셔보았다. 인류 역사상 첫 커피 한 잔은 이렇게 만들어지게 되었다. 커피는 흰 꽃이 핀 후 초록색 열매가 맺히고 이것이 빨갛게 익는 커피나무의 열매로부터 얻는다. 열매 속에는 두 쪽의 커피콩이 들어 있는데 바로 이것이 커피의 출발점인 생두다. 커피나무의 종류는 크게 아라비카종과 카네포라종(로부스타종)이 있는데 아라비카종이 쓴맛의 카페인과 자극성이 있는 성분이 적고 지방량이 많아 로스팅을 했을 때 맛과 향에서 우수하다. 아라비카종은 에티오피아 고산지대에서 유래하였는데, 해발 고도가 높은 열대지방에서 자라고 로부스타종은 이보다 낮은 고도나 평지에서 자란다.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북회귀선(북위23.5)과 남회귀선(남위 23.5) 사이의 기후 조건이 맞는 지역에서만 커피나무가 자라기 때문에 이 지역을 커피 벨트라 한다. 커피는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진면목을 발견하게 되는 보석과 같다. 우리가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마시게 되기까지 커피나무에서 딴 생두는 건조와 로스팅 과정을 거쳐 원두가 되고 분쇄 및 추출이라는 과정을 거쳐 한 잔의 커피로 탄생하게 된다. 커피 한 잔에는 자그만치 1,8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으며 이 중 850여 가지의 물질이 커피의 향과 맛에 영향을 미친다. 생두로부터 출발하여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 지는 과정 속에는 물리적 및 화학적 반응이 수반되는 복잡한 과학적 여정이 담겨져 있다. 그러므로 완벽한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잘 이해하고 조절해야만 한다. 왜 커피는 그 맛이 그리도 다양하고 또 매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지는 커피 한 잔이 만들어 지는 여정을 알고 나면 이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두의 탄생 

  커피의 생두는 열을 가해 볶는 로스팅 과정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우리가 아는 커피의 원두로 탄생한다. 로스팅 과정에서 열에 의해 커피 안의 당류나 아미노산 성분이 변화하여 색이 갈색으로 변하고 고유의 향 물질이 들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반응을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부른다. 고기를 굽거나 빵이나 과자를 구울 때 우리를 유혹하는 맛있는 냄새와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의 변신은 바로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이다. 프랑스의 화학자 루이스 마이야르에 의해 1912년에 정리되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아미노산(단백질) 성분이 없이 당만으로 이루어지는 가열 산화 반응을 특별히 캐러멜화 반응이라고 한다. 설탕을 국자에 넣고 연탄불 위에서 녹이면 갈색의 캐러멜로 변하고 이것을 자전거나 물고기 모양의 틀에 부어 달고나를 만들어 조심조심 경계를 따라 잘라 내었던 달콤한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로스팅 과정의 커피빈에서도 같은 반응이 일어난다. 

 로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온도와 시간이다. 생두를 예열된 로스터에 처음 넣게 되면 생두에 있던 수분이 증발하면서 커피빈이 주변으로부터 열을 흡수하는 흡열반응이 일어나 로스터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여름에 땀이 증발하면서 주변으로부터 열을 빼앗아 가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단계에서 생두에 있던 크로로필이나 안토시안 등의 색소가 분해되면서 녹색의 생두는 노란색과 황금색으로 변해가게 되고 향도 풀 냄새에서 구수한 토스트나 팝콘 냄새로 변해 가게 된다.  

  계속 열을 가해서 다시 온도가 올라가 175 에 도달하면 이번에는 커피빈이 열을 발산하면서 하게 되는 발열반응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온도를 높이는데 있어 외부에서 가해주는 열이 덜 필요한 단계가 된다. 커피빈의 내부에서 수분과 휘발성 물질이 증발하면서 커피빈은 28 %의 무게가 감소하게 되며 부피는 두 배 정도로 팽창하게된다. 이 과정에서 커피빈에 균열이 발생하는데 196 부근에서 1차 균열이 나타나고 225 부근에서 또 한 번의 균열이 발생한다. 1차 균열은 내부에서 발생하는 고압의 수증기 증발과 관련이 있으며, 2차 균열은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나(CO) 탄산가스(CO2) 및 산화질소(NOx) 등에 의한 압력 발생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균열 발생은 소리를 동반하기 때문에 커피의 로스팅 단계을 판단하는 지표의 하나로 사용되기도 한다.

  로스팅 과정에서 나타나는 화학적 변화는 대단히 복잡하다. 로스팅을 통해 생두에는 존재하지 않던 많은 맛 물질과 향 물질이 만들어진다. 탄수화물은 줄어들고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생성된 캐러멜화 물질들이 크게 늘어 커피의 기본적인 맛들을 형성한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신맛, 향미, 단맛, 쓴맛 등이 달라지는데, 각 맛의 최대치가 되는 시기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로스팅의 정도를 조절하면 원하는 맛의 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로스팅 중 신맛이 가장 먼저 최대치에 도달하고 향과 단맛이 그 다음에 나타나며, 입안에서 느껴지는 밀도감이나 중량감을 의미하는 바디감이 그 다음을 잇는다. 로스팅이 더 진행되면 쓴맛의 최대치에 도달하고 그후에는 탄내가 강해지게 된다. 로스팅의 온도와 시간에 따라 커피빈의 색깔도 변하게 되므로 원두의 색깔도 로스팅의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의 하나가 된다.

   

시티 혹은 프렌치?

  핸드드립을 하는 프리미엄 커피숍에 가보면 메뉴판에 시티 혹은 프렌치 등 조금은 생소한 말들이 적혀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는 원두의 산지를 뜻하는 말이 아니고 로스팅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동일한 생두로 출발해도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매우 다른 맛과 향, 그리고 색깔의 원두가 태어나게 되는 게 커피의 매력 중 하나이다. 로스트 정도는 크게 라이트, 미디엄, 다크 등 3단계 혹은 미디엄과 다크의 중간에 미디엄 다크의 한 단계를 더 두어 4단계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 좀 더 세분하여 이름을 붙여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분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라이트 로스트의 경우 로스트를 마치는 온도는 196 에서 205 정도이며 1차 균열(first crack)이 발생하는 온도와 유사하다. 색은 옅은 갈색을 띠며 향은 구은 곡물향이 나고 신맛이 강한 원두가 된다. 이 단계의 원두를 때로는 씨나몬(Cinnamon), 하프시티 (Half city) 등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디엄 로스트의 경우 210 에서 219 사이에서 로스팅이 이루어지며 2차 균열이 발생하기 직전까지의 온도다. 중간 정도의 갈색을 띠며 곡물향과 신맛이 줄어들고 향과 신맛 등이 라이트 로스트 보다는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 단계를 아메리칸(American), 시티(City) 혹은 렉퍼스트(breakfast) 로스팅이라고 부른다. 미디엄 다크 로스트의 경우 225 에서 230 사이에서 로스팅이 끝나며 2차 균열이 발생하는 온도에 해당한다. 보다 진한 갈색이 되며 원두의 커피에 기름 성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향이 강해지고 신맛은 약해지며 카라멜 향이 나게 된다. 이 단계는 풀시티(Full-City), 애프터 디너(After Dinner) 혹은 비엔나(Vienna) 로스트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다크 로스트의 경우 240 에서 250 사이에서 로스팅을 하며 원두는 어두운 갈색을 띄거나 검은 색에 가까워진다. 표면은 지방으로 인해 반짝인다. 신맛과 커피의 원래 풍미는 거의 사라지고 쓴맛이 강해지며 때로는 탄 맛이 나기도 한다. 이 단계는프렌치 로스트 혹은 이탈리안 로스트 등으로 불린다.

  여기까지가 생두에서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갈색의 원두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정이다. 다음번에는 여기에서 출발하여 분쇄 및 추출을 통해 한 잔의 완벽한 커피로 탄생하는 과정속의 과학과, 커피 한 잔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비밀 속에 담긴과학을 다루고자 한다. 쌉쌀하고 구수한 커피의 향이 유혹하는 봄날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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