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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행복을 연구하다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6-10-10 15:05
  • 분류Issue Report
  • 조회수149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눈에 보는 정부 2015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약 34 %로 집계되었다. 지난 4월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 대학생들에게 묻는 국가 신뢰도 조사에서 꼴찌를 기록하는 충격적 결과도 발표되었다.

굳이 숫자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메르스, 옥시 파동, 법조게이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는 사회에 팽배해 있는 불신을 맨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모두가 동의하듯 신뢰는 사회 갈등을 없애고 구성원들의 행복을 키워가는 기본 조건이다. 때문에 구멍 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다른 어떤 일보다 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불신의 시대를 극복해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 하고자 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

신문 헤드라인이 화려하다. 변호사가 기업인에게 전관예우를 빌미로 100억 수임료를 받는가 하면 내로라하는 대학 교수들이 기업과 함께 연구결과를 조작한다. 대형 병원에서는 어떤 환자가 다녀갔는지 상황을 숨기고 로스쿨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뽑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내가 곤경에 처하면 우리 사회가 나를 어느 정도 도와줄 것이다. 그 기업은 고객을 속일 리 없다. 벌면 버는 만큼 세금을 내겠지.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 등을 믿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 되어버렸다. 사회 안전망을 믿지 못하고, 법을 믿지 못하고, 세금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고, 기업을 믿지 못하고, 내 주변, 내 이웃을 믿지 못하는 불신 풍조가 사회에 만연해진 것이다. 이런 결과는 물질 만능주의가 낳은 병폐이다. 도시화, 경쟁, 성장, 대형화, 효율을 강조하는 자본주의는 지난 30여 년간 급속도로 팽창해왔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달콤한 열매를 맛보았고 그 욕망은 계속해서 커져가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는 자연스럽게 무시되었고 법과 질서는 희미해졌으며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갈등이 생겨났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뿌리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고성장 시대, 경제적 파이가 지속적으로 커져 구성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어쩌면 감수하고 갈만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미 저성장 시대로 들어섰고 더 이상 성장에 따른 파이를 키워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는 저성장 시대, 이럴 때일수록 구성원간의 신뢰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된다. 사회적 유대감과 공동체의 연대, 공유 가치가 새롭게 다가온 저성장 시대에서 행복해지는 열쇠인 것이다.



행복과 신뢰는 정비례

이에 발맞춰 유엔이 정한 세계행복지수는 6가지 지표에 의해 결정된다. 건강기대수명, 1인당 GDP, 어려울 때 의지가 되는 사람, 관대함,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자유, 기업, 정부의 부패 수준이 그것이다. 이 지표로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47위로 평가되었다. 기대수명이나 1인당 GDP에서는 안정적 성장을 보였지만 사회적 지원, 부패 문제에서 점수를 잃은 결과다. 규제, 질서, 신뢰 등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은 물적자원, 인적자원과 함께 행복경제를 이루는 3가지 틀이다. 그 중에서도 신뢰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이다. 스위스, 아이슬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행복지수에서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북유럽국가들은 사회적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공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 정책은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신뢰가 바탕이 된 사회는 갈등이 적고 안정된 사회 분위기 속에 행복을 추구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도 바로 이쪽이다.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회복하여 다함께 행복해지는 길 말이다.



뢰,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메르스, 옥시 파동, 법조게이트 등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서로를 신뢰할 수 없게 했고 ‘우리가 겨우 이 정도 수준이었나?’ 되묻게 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사태들은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라고 경각심을 주는 사건들이기도 하다. 이것을 극복하지 않고서 우리는 세계 일류 국가의 문을 넘을 수 없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 것일까?



폴 마르시아노의 <존중하라>에서는 개인의 신뢰 회복 방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다. 개인적 사과와 공개적 사과를 모두 잊지 않는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처한다. 지속적으로 대화를 갖는다.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어떻게 해야 문제가 해결될지 물어본다. 사회의 신뢰회복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를 반성하고 사과하고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해결책을 마련하고 오랜 시간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 이 과정에서 정성이 느껴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법과 원칙, 표준을 바로 세워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역사적으로 통일을 이루거나 새로운 나라를 건설했을 때 위정자들이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법제를 개편하고 도량형을 통일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사회를 빨리 안정시키고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였다. 이처럼 법과 제도, 측정표준은 구성원들의 신뢰를 만들어주는 발판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사회 신뢰를 구성하는 제도와 원칙, 이를 집행하는 과정이 헐거워져 있다는 데 있다. 기득권의 영향을 받아 다반사로 무시되고 있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 그리고 그것의 철저한 준수와 집행을 통해 정의가 살아있음을 알리는 실천이 필요하다. 경각심을 가질만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의미있는 변화들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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