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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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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살아있다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6-10-10 09:44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4438
비석치기

일정한 거리에서 손바닥만 한 직사각형의 돌(비석)을 손으로 던지거나 발로 차서 상대의 비석을 맞춰 쓰러뜨리는 놀이. 이름 하여 ‘비석치기’다. 돌을 세워놓은 모습이 비석처럼 보여 ‘비석치기’라고도 부르고, 돌을 공중에 날려 세워놓은 돌을 맞추는 놀이방법 때문에 ‘비석(飛石)치기’라 부르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비사치기, 비석차기, 비석까기, 망깨까기, 비새치기, 돌차기, 자새치기, 마네치기 등 수 없이 많은 이름으로 불렸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널리 행해졌던 놀이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디에서도 아이들이 비석치기를 하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조선후기 사회모순이 낳은 놀이
비석치기는 오랜 역사를 지닌 놀이지만 그 유래에 대한 기록은 찾기 힘들다. 다만 민간에서 전해지는 비석치기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조선후기의 시대상이 반영된 놀이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는 비석거리로 불리는 곳이 많은데, 이는 길가에 비석이 즐비하게 서 있어 붙여진 지명이다. 비석거리는 대체로 옛 관아 근처에 많았는데, 수령(守令)이 고을을 떠나게 되면 그의 덕을 기리기 위해 송덕비(頌德碑)를 세웠던 것이다. 백성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세우는 것이었기에, 청렴한 수령들은 송덕비를 극구 사양하기도 했단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령들은 고을을 떠나기도 전에 세금을 거둬 송덕비를 세웠다. 백성들은 송덕비를 지날 때면 제 배만 잔뜩 불리고 떠난 수령을 책망했다. 하지만 뒤에서 수군거릴 뿐 달리 어쩔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달랐다. 비석에 대고 오줌을 싸기도 하고 돌을 던져 비석을 맞히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놀이로 발전해 비석치기가 됐다는 것이다.


재치와 익살이 살아있는 놀이
비석치기는 2명이 하기도 하지지만, 여러 사람이 두 편으로 나뉘어 할 수도 있다. 8~12명 정도가 노는 것이 보통인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다.
먼저 주변에서 비석을 할 만 한 돌을 고른다. 세우기 좋고 나르기도 좋은 것을 고르는 것이 승패를 결정하는 주요인이다. 가위바위보로 어느 편이 먼저 공격을 할지 결정한다. 순서가 정해지면 진 편은 바닥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비석을 세운다. 그러면 이긴 편은 4~5 m 정도 떨어진 곳에 그어놓은 금에 서서 비석을 던져 상대편의 비석을 맞혀 쓰러뜨린다. 맞힌 사람은 계속 던질 수 있고 못 맞히거나 비석을 떨어뜨린 사람은 실격한다. 비석을 모두 넘어뜨리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계속 공격을 할 수 있다. 만약 비석이 쓰러지긴 했는데 비석끼리 서로 닿아 있으면, 이는 쓰러뜨린 것으로 보지 않고 ‘반비’, 또는 ‘반비석’이라고 해서 수직으로 세워놓는다. 수직으로 서있기 때문에 쓰러 뜨리기가 어려워 다음 차례가 애를 먹게 된다. 세워진 비석이 한 개라도 남아 있는데 공격하는 편에 남은 사람이 없으면 수비와 공격이 바뀐다.
공격 방법, 즉 비석을 던져 맞히는 동작은 단계가 올라갈수록 난이도 또한 높아지는데, 일반적인 동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던지기: 비석을 손으로 던져서 상대편 비석을 쓰러뜨리는 동작이다. 선 채로 그냥 던지기, 한 발 뛰어 던지기(한발걸이)와 두 발 뛰어 던지기(두발걸이), 세 발 뛰어 던지기(세발걸이)가 있다. ② 발밑으로 던지기: 한쪽 발을 들고 그 밑으로 비석을 던지는 동작이다. ③ 세 발 뛰어 차기: 비석을 던져놓고 세 발 뛴 다음 네 발 째에 차서 쓰러뜨린다. ④ 발등: 비석을 발등 위에 올려놓고 가서 쓰러뜨린다. ⑤ 발목(토끼): 비석을 발목사이에 끼워놓고 깡충깡충 뛰어가 쓰러 뜨린다. ⑥ 무릎: 비석을 무릎 사이에 끼우고 종종 걸음으로 걸어가 쓰러뜨린다. ⑦ 가랑이: 비석을 가랑이에 끼우고 걸어가 쓰러뜨린다.⑧배(배사장): 비석을 배 위에 올려놓고 걸어가서 쓰러뜨린다. ⑨ 손등: 손등 위에 비석을 올려놓고 뛰어가 쓰러뜨린다. ⑩ 신문
팔이: 비석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가서 쓰러 뜨린다. ⑪ 어깨(훈장, 견장): 어깨 위에 비석을 올려놓고 가서 쓰러뜨린다. ⑫ 목: 어깨와 목 사이에 비석을 끼우고 가서 쓰러뜨린다. ⑬ 이목구비: 입, 코, 눈, 귀의 순서로 각각 비석을 얹고 가서 상대의 비석을 넘어뜨린다. ⑭ 머리(떡장수): 머리 위에 비석을 올리고 가서 쓰러뜨린다. ⑮ 장님: 비석을 던져놓고 눈을 감고 걸어가서 비석을 찾아 눈을 감은 채로 던져 쓰러뜨린다. 비석을 떨어뜨리기 전에 “떡 사세요?” 하고 상대와 흥정을 벌여서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 때 상대편의 비석 앞까지 가는 걸음 수를 미리 정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가령 비석을 등에 얹고 엉금엉금 기어가서 상대의 말을 맞히는 곱사, 비석을 들고 “앗 뜨거!” 하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서 상대의 비석을 내려치는 불덩어리가 있다. 눈 감고 던지기, 뒤로 던지기 같은 어려운 동작을 맨 끝에 배치하여 놀이의 흥미를 더하기도 한다.
공격하는 편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한 몸짓이나 언행에도 흥미로운 게 많다. 이를테면 배 위에 비석을 얹고 엉거주춤 걸어가는 아이에게 “사장님, 왜 그렇게 배가 나왔어요?”라고 웃겨서 실수를 유도하거나, “떡 사세요?”하고 물으면 “비싸서 안사요.”하고 퇴짜를 놓기도 한다.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놀이배를 쭉 내밀고 간다고 해서 ‘배사장’, 어깨에 훈장을 단것처럼 보여서 ‘훈장’, 신문을 겨드랑이에 끼고 돌리는 모습과 비슷해서 ‘신문팔이’, 발 사이에 돌을 끼고 토끼처럼 뛴다고 해서 ‘토끼’ 등 이름만 들어도 바로 어떤 동작인지 쉽게 연상된다. 조상들의 익살과 재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동작과 그 단계를 보면,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다. 손끝이나 발끝에서 무릎, 가슴, 어깨, 머리로 비석을 옮겨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신을 사용하게 된다. 동작의 순서는 신체 상하좌우의 균형이 치밀하게 고려돼 있고, 몸의 일부분을 통해 비석을 안전하게 운반함으로써 조정력을 길러준다. 또한 상대편 비석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침착성과 집중력이 필요하고, 순발력, 유연성도 길러진다.
비석치기는 다른 전래놀이들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에 들어서며 점차 아이들의 놀이 문화에서 멀어져 갔다. 비석치기를 하고 놀 마을 공터나 흙길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어디에나 널려있던 돌멩이도 찾기 힘든 요즘이다.


몸으로 하는 놀이가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이기에 전신과 오감을 모두 동원해 놀던 비석치기의 가치가 더욱 소중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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