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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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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6-10-10 08:55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1465
기르고 거두어 나누며 사는, 넉넉한 시골 살이
-
유시관



36년하고도 7개월, KRISS에서 반평생을 보낸 유시관 전 감사부장이다. 총무, 회계, 자재, 시설, MIS그룹리더, 연구관리과장 등 여러 보직을 거쳤으며, 퇴직 직전까지 감사부장을 지내며 바쁘게 젊은 날을 보낸 그에게도 ‘정년’이라는 관문이 다가왔다. 그렇게 4년 전 KRISS를 떠난 그는 지금 밀짚모자가 잘 어울리는 농촌 사람으로 살고 있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마을에서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유시관 부장의 두 번째 인생은 여름 햇볕처럼 생기롭다.



문전옥답의 시골 집
차 두 대가 겨우 교차하는 좁다란 시골길. 꼬불꼬불 차를 몰아 논산시 연산면 청동리, 유시관 부장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하얀 철문을 타고 자란 능소화가 환한 얼굴로 도시 손님을 맞았다. 텃밭으로 둘러싸인 집 현관 앞에서 유시관 부장이 수더분한 미소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전부 직접 기른 건데 드셔보세요. 맛이 어떨지 모르겠네…” 참외, 수박, 오이, 옥수수, 토마토 등등 텃밭에서 금방 딴 먹거리들을 한상 가득 차려놓고, 우리는 한 식구처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게 바로 문전옥답 아니겠어요? 여기 거실에 앉아 있으면 밭이 다 보이잖아요. 지금은 온통 초록인데 금방 누렇게 변할 거예요.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참 마음이 편해요. 비올 때, 눈 올 때는 또 얼마나 정취가 좋은지 몰라요” 집 자랑에 침이 마르지 않는 유시관 부장. 잔디 깔린 고급 전원주택은 아니어도, 그에겐 더없이 족한 집,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이다.



거두는 기쁨 나누는 행복
“고구마, 감자, 참깨, 들깨, 강낭콩, 돈부콩, 서리태, 파, 마늘, 양파, 오이, 고추, 상추, 아욱…
밭에 수두룩해요. 30가지쯤 될 거에요. 이건 가지고추라는 건데, 올해 처음 심어봤는데 잔뜩 열렸어요. 아내에게 퇴직하면 전국일주 하자고 했는데 전국일주는 커녕 앞산에도 못가봤네요. 농사라는 게 뭔가 계속 할 일이 있거든요. 닭장에 모이 줘야지, 백구랑 재롱이 밥도 챙겨줘야지… 집을 비울 수가 없어요.”곡류면 곡류, 채소면 채소, 거기다 과일까지, 다 외우기도 힘들만큼 기르는 농작물 종류가 다양하다. 말 그대로 자급자족 생활. 예전 같으면 마트에서 손쉽게 사왔을 재료들을 손수 키워 얻는 기쁨이 크다. 그렇다고 쉴 틈 없이 바쁜 건 아니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으니 일이 많더라도 다급할 게 없지요
안빈낙도란 말이 제격이다. 욕심 없이 조금씩 농사지어 두 식구가 맛있게 먹고, 손님들이나 친지들에게도 나눠주면서 흡족하게 산다. 공해 없는 곳에 살아서인지, 아니면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서인지, 오래 복용해온 혈압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농작물도 사람도, 답은 결국 ‘마음’
“요새는 인터넷에 다 나오니까 큰 어려움은 없어요. 이웃들이 가르쳐주기도 하고요. 다른 것 없이 식물들도 항상 아껴주고 관심을 주면 되더라고요. 약은 전혀 안 쳐요. 되면 되고 말면 말고, 욕심을 안 내요.” 한 발 물러나면 다 적응할 수 있다며 수더분하게 웃는 유시관 부장. 수십 년 동안 살았던 대전을 떠나 논산에 정착하기까지는 생각처럼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년을 2년 쯤 앞두고 부터 준비한 귀촌. 애초엔 무주, 상주, 해인사
쪽으로 땅을 알아보러 다녔는데 대전에서 너무 먼 곳은 망설여졌다. 그래서 이곳 계룡산 자락으로 터를 정하고, 땅을 마련해 차근차근 귀촌을 준비했다. “텃세라고 하긴 뭐하지만, 작은 마을인데 타지 사람을 경계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오고가는 동네 어른들께 음료수라도 건네고 또는 집에 들어와서 커피 한잔 들고 가시라고 하면서 … 그렇게 다가갔더니 점점 마음을 여시더라고요. 지금은 동네에서 인기가 엄청 좋다니까요. 대부분 여든 넘은 어르신들이라 이 마을에선 저희 부부가 애나 다름없거든요.” 이웃들도 낯선 도시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3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이들 부부는 딱‘동네 사람’이 됐다.



땅에서 일구는 안빈낙도의 삶
“퇴직한 뒤 1~2년은 바쁘게 갈 곳도, 오라는데도 많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 갈 곳이 없어지기 마련이에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뭘 하지 어디 가지?’ 걱정하는 생활이 될 것 같아서 일거리를 찾자고 생각했어요. 과학자라면 전문지식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편인데 인문계열은 상대적으로 퇴직 후에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이 적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유시관 부장은 생면부지의
터전을 택했었다. 그리고 아내는 평생 가족을 위해 성실히 일해 온 남편의 선택을 따라 줬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지금 부부는 누구보다 행복한 은퇴 후 인생을 살고 있다. “가끔 친구나 친지들을 만날 때 생산한 농작물을 가져다주면 얼마나 고마워들 하는지 몰라요. 지난번엔 감자 캐는 날 아들네 식구들도 다 왔었는데, 그 다음부터 손자 녀석들이 매일 여기 온다고 난리라니까요.” 이웃, 친구, 가족과 적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열매를 거두면 새로운 작물이 그 자리에서 또 싹이 자라고 열매가 맺히니 늘 풍족하다.


”잡념이 없고 그저 마음이 편해요. 신선노름이 따로 없다니까요. 물론 덥고 추운 날 밖에서 일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열매 딸 때, 나눠줄 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참 좋아요. 이대로 편하게 만족하고 사는 게 꿈이에요.“ 욕심이 없으니 불만도, 걱정도 없는 생활이다. 기르고 거두어 나누며 사는 유시관 부장의 인생 2모작은 늘 풍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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