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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육감적인 이해와 과학적인 사고로 항해한 꿈의 바다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6-08-18 14:41
  • 분류함께 걸어가다
  • 조회수1992



보통 사람들의 생활공간은 한정적이기 마련이다. 아마도 집과 직장 근처 그리고 매일 출퇴근할 때 오가는 길들. 이곳에서 삶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고 가끔은 이 공간을 벗어나 작은 여행을 계획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고작해야 며칠을 넘기기 쉽지 않다. 평생 지구라는 별에 살면서도 아주 작은 공간만을 경험해볼 뿐이다. 모험가 김승진의 생활공간은 그야말로 ‘지구’다. 약 7개월 동안 4만 km가 넘는 지구의 바다를 요트로 일주한 아라파니호 김승진 선장에게 지구의 모든 공간은 모험의 대상이며 언제나 설레는 꿈 그 자체이다.



모험가의 어린 시절

마음 속 모험의 꿈을 실행에 옮기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꿈과 현실의 사이를 가로막는 수 많은 걸림돌 때문이다. 김승진 선장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며 삶을 살아왔다. 모험에 대한 꿈, 그리고 가능성이 곧 도전의 이유라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며 말이다. “어릴 때, 자전거를 타고 지방에 있는 친척 집에 놀러가곤 했어요. 친구들에게 함께 가자고 했는데, 고속버스를 타야 갈 수 있는 곳을 어떻게 자전거로 가냐며 동행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했어요. 사람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도 할 수 없다며 마음을 닫는 경우가 많아요. 모험의 출발은 가능성에 대한 확신에요.” 김승진 선장은 교직에 몸담았던 아버지와 평범한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그에게 안정적인 삶의 코스를 걸으라고 얘기 하곤 했지만, 절대 강요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의 평범한 바람이 자신에게 다른 꿈을 꾸라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다. “학창시절에도 모험활동을 많이 했어요. 다들 취업을 걱정하던 대학교 때도 다이빙을 하러 전 세계를 다녔어요. 세계 4대강을 다 정복해 보자는 야무진 꿈도 꿨죠. 남들이 보기에는 무모해 보였겠지만, 결국 양쯔강을 수영했어요. 끊임없이 꿈을 꾸고 그 꿈에 다가가다 보면 무엇이든 하게 되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이라면 뭐든 열심히 했던 김승진 선장. 학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문학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영상과 문학을 융합해 결과물을 만드는 방송 일을 생업으로 삼았다. 워낙 활동적인 일을 좋아하고, 처음 발을 내딛는 것을 즐겼던 그에게 방송 일은 너무 즐겁고 보람됐다. 하지만 거기서 멈출 그가 아니었다.




7개월 간의 요트 세계일주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종횡무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살던 어느 날, 김승진 선장의 눈에 ‘요트’가 들어왔다. 요트는 자신의 인생에 밀착해 삶을 살던 그에게 이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게 해줬다. 지구를 제대로 즐기며 사는 삶, 망망대해를 생활공간 삼아 사는 삶, 그 흥미로운 일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기로 한 것이다. “요트로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면 전 세계 바다가 내 바다가 될 수 있겠다 싶었죠. 지구를 이렇게 백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 별에 왔다가 언제 갈지 모르는데 마음껏 즐기다 가야죠. 요트를 보자마자 ‘저거다!’라는 확신이 들었죠.” 김승진 선장이 요트 세계 일주의 꿈을 갖게 되고, 그 꿈을 실현하는 데 까지 자그마치 14년의 세월이 걸렸다. 생업을 병행하며 요트를 다루는 방법을 습득하고 자료를 수집해서 공부하고, 다방면으로 바다를 경험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항해를 떠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충족됐을 때, 마침내 김승진 선장은 크로아티아에서 아라파니호를 구입했고, 당진 왜목항을 출발해 지구의 바다를 돌아 ‘단독, 무기항, 무원조, 무동력 세계일주’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인물이 됐다. “출항하는 날, 펑펑 울었어요. 어떻게 보면 정신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는데, 요트 항해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하기 위한 단초였죠. 출발선에 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웠어요. 항해하면서 상어를 만난다거나, 유빙을 만나면서 죽음을 건 사투도 계속 이어졌지만, 상어를 만났을 땐 위기에 빠르게 대처해나가는 짜릿함이 있었고 유빙을 만났을 땐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죠.”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의 7개월은 김승진 선장에게 꿈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 쪽잠을 자며 항해하고, 제한된 식재료로 음식을 해먹고, 수시로 요트를 수리하고 손봐야하는 불편한 항해였지만, 김승진 선장은 바다가 내주는 광경을 오래도록 음미하고, 갈매기와 친구 하며, 모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순간을 즐기며 7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과학적 사고’를 잘하는 모험가

김승진 선장에게 거대한 자연현상은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충분히 대처 가능한 존재다. “요트는 돛을 바람으로 받으면 쓰러지고 각도를 세우면 빨리 가요. 바람으로 움직일 수 있게 과학적인 선형으로 되어있습니다. 요트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가 필요했죠. 그리고 항해를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실패사례들을 꼼꼼히 보고 대처방법을 준비했었어요. 많은 사람이 모험의 무모함에 대해 생각하지만, 사실 모험가는 철저히 준비하고 모험을 떠나요. 죽으려고 모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위험을 최소화시키고 난관을 극복해 나가며 모험해나가는 거죠.” 일례로 탱크 안에 물이 썩어서 애를 먹었다는 사례를 책에서 읽고, 물을 정화하는 화학약품을 준비했고, 거대한 파도가 칠 때를 대비해 요트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유빙을 만나면 되도록 큰 얼음 덩어리 사이로 지나가 작은 얼음덩어리에 부딪혀서 요트가 파손되는 것을 막았다. 어쩌면 어려운 상황들은 육지나 바다에나 똑같이 존재한다. 어디서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전 어떻게 하면 몸을 안 다치고 모험을 할 수 있는지 늘 생각해요. 사유와 경험을 통해서 몸을 움직이죠. 
그러면 자연의 섭리가 터득되면서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알게 되요. 그리고 요트에는 첨단과학이 집중되어 있거든요. 배의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모험이란 과학적인 사고와 자연에 대한 이해가 모두 필요한 일이에요.” 




마치 과학자들이 우주의 원리를 궁금해 하고 지구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처럼, 김승진 선장은 바다에서 놀다보니 바다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적 호기심, 지적 갈증을 느꼈던 사람이다. 7개월간의 대항해 끝에 김승진 선장은 새로운 인생을 만났다. 사람들에게 유명인사로 알려졌고, 하는 일에 조금 더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 아라파니호는 이제 부산 영도 국립해양박물관에 영구 전시를 앞두고 있고, 김승진 선장은 또 다른 항해를 꿈꾸고 있다. 지구를 벗어날 수 있는 함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 본다는 기상천외한 꿈일지라도, 김승진 선장이라면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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