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KRISStory

TOP

KRISS가 만난 사람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6-06-22 09:23
  • 분류함께 걸어가다
  • 조회수1604
한 번 더 관찰하면, 기발한 결과가 생기는 법칙
-
변지민 웹툰작가




대한민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역사시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지 모른다. 조선시대 왕들과 그들의 업적을 ‘달달’ 외우는 게 모든 학생들의 과업이 됐기 때문이다. 사실 알고보면 이들도 모두 한 핏줄로 연결된 가족인데, 그간 우리는 이들의 연결고리를 잊고 그저 왕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서만 집중하진 않았을까. 변지민 웹툰작가는 어느 날 우연히 들춰 본 <조선왕조실록> 때문에 삶이 변화한 주인공이었다. 웹툰을 통해 역사가 재미있다는 것, 더불어 결국은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시종일관 엉뚱하고 또 진지한 변지민 웹툰작가와의 대화는 <조선왕조실톡>이 나올 수 있던 배경을 가늠케 했다.


그림에 마음을 담으니 독자가 찾아왔죠
2008년. 그녀 나이 20살 때부터 ‘어쩌다보니’ 아마추어 웹툰작가로 활동하게 됐다. 수능시험에서 마킹 실수를 해 9등급을 받게 된, 아마 그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시험을 망쳐 버렸다는 상실감과 좌절감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운 ‘내용’들을 그림으로 슥슥 그려내기 시작 했다. 의식적이라기보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헌데 그 그림들을 블로그에 올리니, 독자의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한 출판사로부터 출판 제의까지 받았다. “좀 생소하긴 했지만, 한 번 해보자 싶었어요. 휴학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추진할 수 있었죠. 그렇게 나온 작품이 제 데뷔작,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동화>에요. 하지만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해도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 어떤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데뷔를 하게 됐어요. 6개월 만에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서 계약서를 쓰자더군요. 결국 21세부터 정식으로 ‘돈을 받는’ 웹툰작가가 된 셈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워낙 만화를 좋아하던 그녀 였다. <세일러문>, <명탐정 코난> 등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만화는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니, 호기심을 넘어 그녀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친구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원래 꿈은 화가였어요. 지금은 대학에서 가상현실을 공부하고 있고요. 웹툰작가로 활동하는 지금이 좋아요. 물론 부모님께서는 얼마 전까지도 ‘웹툰작가 언제 그만 둘거냐’고 물어보셨지만요. <조선왕조실톡> 연재하는 동안까지, ‘그래도 취업을 할 거지?’ 라는 질문을 숱하게 들었던 것 같네요.”



어려운 것 쉽게 설명하는 과정 좋아
그녀의 데뷔작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동화>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알던 동화를 현실판으로 만들어주는 만화였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었을 때, 만화 속에서 한 초등학생은 이에 대해 ‘사과는 껍질을 깎고 먹자’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동화에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을 입히자 많은 독자들이 열성적인 반응을 보였다. 씁쓸하고 차가운 듯한 그녀의 시선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며 공감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톡> 이전에 저는 주로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어요. 문학이 기반이었죠. 하지만 <조선왕조실톡>으로 오면서 역사를 배경으로 갖게 됐어요. 전 역사를 전공하진 않았지만, 이 작업에 큰 애착을 갖고 있어요. 역사 전공자가 아닌데 어렵지 않느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물론 그렇죠. 그런데 제가 한 때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달라’는 글 의뢰를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어 젊은 사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무제표를 말로 잘 풀어달라는, 이런 거요. <조선왕조실톡>도 그러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조선의 역사를 감히 제가 건드려도 될까, 하는 고민은 있었어요. 그럼에도 과감히 결정을 내릴 수 있던 건 조선의 왕들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점이었죠. 세조, 단종, 광해군, 영조, 정조 등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고, 남편인 사람들이잖아요. 이들 가족 이야기를 보다 재미있게 공유해보자 싶어 시작한 작업이었어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조선왕조실톡>이 공개된 후 사람들이 더 놀랐던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SNS를 기본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만화라고 해야 할지, 교육서라고 해야 할지. 묘한 경계 위에서 변지민 작가는 자신만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조선왕조실톡>은 웹툰으로 분류하긴 했지만 굳이 장르로 말하자면 ‘말풍선이 있는 만화’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SNS 형태를 이용하겠다고 했을 때 담당자 분들 역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재미는있는데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된다고 하셨죠. 헌데 공개 되자마자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고, 오히려 SNS 형식을 이용한 것에 더 친근함을 느끼시더라고요. 초반 작업에는 일정한 톤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구축된 플랫폼 안에서 작품을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과학자와도 같은 탐구력, 관찰력 필요해
작품을 그리고 집필하기 위해, 변지민 작가는 공부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상당한 양의 책과 논문을 읽는다”는 그녀는“좋은 책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이야기 했다. “학교에서 강의 듣던 때 보다 훨씬 많은 양의 논문을 접하는 것 같아요. 논문에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요. 조선 경제에 대한 짧은 논문도 종종 보이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드라마를 보다보면 한 남자가 주막에서 국밥 먹고 ‘여기 닷 냥 있소’하고 가잖아요. 그런데 그 ‘닷 냥’이 어마어마한 금액이라는 거예요. 지금으로 치면 거의 50만 원 정도? 논문을 읽으면서 체감되지 않았던 당시의 경제수준, 혹은 거래 가치 등을 실질적으로 알 수 있던 것 같아요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어요. 뭐든 꾸준히 찾아 읽어야 하죠.” 그렇게 무수한 ‘공부’와 ‘습득’을 거쳐 웹툰을 업로드 하면,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접하게 된다. 독자들의 피드백이 있기에 계속해서 웹툰을 그릴 수 있다는 변지민 작가는 “<조선왕조실톡>의 피드백은 이전 작품들과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며 “이전에는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로 나뉘었지만, 이 작품은 ‘광해군은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
지금 우리 정세는 어떤가’ 등에 대한 이야기로 확대된다”고 이야기 했다. “현재 국내외 정세를 접목해 이야기 하고, 10대 친구들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인 만큼 더 반가워해요. 독자 분 중에 70대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은 비하인드 스토리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이야기 등에 대해서도 알려주시죠. <조선왕조실톡>이 아니었다면 접할 수 없던 피드백이었을 거예요. 독자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재미가 어떤 건지 알게 해줬죠.” “웹툰작가는 관찰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그녀는 “동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지점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등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전에는 저도 참신한 소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헌데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관찰’ 이더라고요. 사람들이 어떤 말투를 사용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등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는 게 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KRISS의 많은 연구자분들도 관찰을 잘 하는 분들이시죠. ‘연구자’라고 하면 제게는 ‘골방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저는 연구에 대한 건 잘 모르지만, 아마 연구자와 작가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관찰’이 아닐까요.”




자신을 일컬어 미디어라는 과학기술 발전의 수혜를 입은 사람이라고 설명한 변지민 작가는 앞으로 예술사와 과학사에 대한 콘텐츠도 제작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저의 남은 20대는 모두 <조선왕조실톡>을 만드는 데 쏟을 것 같아요. 이 플랫폼으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다만 SNS라는 미디어 역시 방향이 바뀔 수 있으니 다른 방향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가상현실과 어떤 새로운 접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UICK MENU

QUICK MENU 원하시는 서비스를 클릭하세요!

등록된 퀵메뉴가 없습니다.

등록된 배너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