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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보다 좋은 연구,청춘처럼 싱그러운 은퇴 후 인생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6-05-02 14:15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2413

세계여행보다 좋은 연구,
청춘처럼 싱그러운 은퇴 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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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덕 박사 (정년퇴직 연구원) 

먼 미래의 일로만 느껴졌던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는 말도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인생’을 걱정한다. 이래덕 박사 역시 은퇴 무렵 그런 고민을 했었다. 사실 그는 10년 뒤, 20년 뒤를 생각할 새가 없을 만큼 연구밖에 모르고 살았었다. 연구 외에 다른 것에 눈길도 주지 않았던 그가 선택한 인생 제2막은, ‘계속 연구’하는 것이었다.

진로를 바꾼 한통의 편지 
이래덕 박사는 1978년부터 2006년까지, 딱 1년 모자란 30년 동안 KRISS에서 전기표준을 연구했다. 전기표준 중에서도 집중했던 주제는 임피던스(Impedance) 표준. 당시 국내에는 임피던스 표준에 대한 연구경험이 전무했고, 그야말로 맨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표준을 만들어나갔다. 국가표준기부터 유지형 표준기까지 임피던스 표준을 이뤄놓은 장본인이 이래덕 박사이다.“특허 낸 것도 꽤 많고, 논문도 꾸준히 발표했죠. 특히 CPEM 컨퍼런스에는 거의 빠짐없이 참가해서 논문을 발표했어요. 그런데 그게 나중에 미국으로 가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겁니다.” 퇴직을 2년쯤 앞두고 세웠던 은퇴 후 계획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개인 연구실을 세워서 과제를 수주해 연구를 하는 것, 두 번째는 현직에 있으면서 계속해온 겸임교수 활동을 연장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의 계획을 바꿔놓은 건 그 무렵 미국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였다. 발신처는 NIST였다. “국제학술회의에서 자주 만났던 분이었는데, 어느 날 연락오기를 그룹 리더와 함께 KRISS에 와보겠다고 하더군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실험실도 구경시켜주고 제가 하는 연구에 대해 소개해줬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저를 선보러 왔던 거더군요. 제 논문이나 발표내용을 봤을 때 NIST에 필요한 사람 같은데, 제가 하는 연구가 그들의 목적과 맞는지 확인하려 했던 거죠.” 그로부터 2주 후, NIST에서 보내온 편지에는 “퇴직 후 초빙연구원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이 일을 행정적으로 성사시켜 준 사람이 김명수 前원장이었다.“아무래도 처음에는 고민이 되더군요. 그런데 당시 큰 아들이 포닥(박사후 연수)을 어디서 할까 고민하고 있던 터라, 그럼 가족이‘다 함께 가자’고 결정했죠.” 우리나라는 연구직의 경우 정년이 61세인 것에 반해, 미국은 65세라는 정년이 있긴 하지만 그 후에도 계약을 통해 나이 제한 없이 계속 연구할 수 있다. 그 대상에는 외국인도 포함된다.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퇴직한 과학자들을 초빙해 연구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7년 + ∝, 연구는 계속 된다 
그렇게 건너간 미국. 그는 그로부터 7년간 메릴랜드 게이더스버그에 있는 NIST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연구주제는 KRISS에서 평생 연구해온 임피던스 표준. 하지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스템에서의 연구는 그에게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게 해줬다. NIST에서의 첫 임무는 전기용량 분야 국가원기인 Calculable Capacitor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 기존 Calculable Capacitor가 50년 이상 사용한 것이어서 가동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신축 연구동(AML)으로 옮겨야 하는데 분해와 재조립 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래덕 박사를 초청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New Calculable Capacitor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명 두 명 그를 찾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알고 보니 임피던스연구실 리더가 저에 대해 이곳저곳에 홍보를 하고 다녔더군요.” NIST 내의 다른 연구실들은 물론 기업이나 대학 등 다양한 곳의 요청으로 이래덕 박사는 연구범위를 더 넓힐 수 있었다. KRISS에서 개발했던 토로이드형 크로스 커패시터를 이용해 압력표준기의 성능을 개선시켰고, Capacitive sensor를 힘표준기의 센서로 적용하는 연구, MEMS 기술로 Capacitive Sensor를 형성하여 미세한 변위를 측정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특히 Programmable Capacitor의 경우 기존의 것을 새로운 형태로 개선하여 출력값의 안정도를 1 ppm에서 0.01 ppm 수준으로 대폭 향상시켜 이 결과를 2014년 CPEM에서 발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NASA의 인공 위성용 연료 게이지와 관련된 연구도 흥미로웠다. “인공위성을 띄울 때 연료는 지상에서는 액체 상태이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일부가 기체로 변합니다. 그런데 이게 아래쪽에 가라않지 않고 제멋대로 돌아다니죠. 이 잔량을 측정할 수 있는 Sensor를 개발한 겁니다.” 이밖에도 미 해군사관학교 교수의 협력요청으로 나노미터 수준의 미소 변위 측정용 Capacitive Sensor를 개발하는 등 임피던스 정밀측정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방면의 연구를 수행했다. 처음엔 1년 계약으로 갔었는데 그게 2년이 되고 3년이 되고, 그렇게 7년이나 NIST에서 연구했다. 7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중국 NIM으로부터 초빙 제안이 왔다. 이제는 쉬고 싶을 만도 한데, 그의 선택은 역시나 ‘Go’였다. 그는 KRISS에서 재직 시 개발하여 여러 나라 표준기관에 수출한 바 있는 Toroidal Cross Capacitor(TCC)를 개선하여 안정도 0.01 ppm 수준의 Vacuum-type TCC를 성공적으로 개발하였고, 현재는 Programmable Capacitor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은퇴는 변화가 아닌 확장, 그리고 연속 
“정말 바빴어요. NIST와 NIM에 있는 동안 KRISS에서 축적한 기술을 가지고 대용량 부터 미소용량까지 적용해 볼 수 있었어요. Capacitor라는 한 가지 기술이지만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는 거죠.” KRISS에서는 ‘얼마나 더 정확하게 만드느냐’에 집중해 전문성을 키웠다면, 퇴직 이후에는 표준기는 물론 그 기술을 산업용으로 적용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중국에 있을 때 갑자기 집에서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MRI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가 하는 말이, 뇌 상태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너무 젊다는 겁니다. 기분이 괜찮더라고요.”마음만 청춘이 아니라 뇌도 청춘인 이래덕 박사. 가끔 후배들 만나면 어떻게 그렇게 계속 일 할 수 있냐며 비결을 물어보곤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이래덕 박사가 해주는 세 가지 얘기가 있다. “하나는 보직에 연연하지 말고 본인의 전문분야에서 꾸준히 연구 해라. 두 번째는 국제학회에 가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하여 개별적인 친분관계를 맺어 자신을 인지시켜라. 저 역시 이러한 인연으로 NIST와 NIM에 갈 수 있었으니까요. 셋째는 퇴직 이후에도 계속 일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시키는 방법이
라는 겁니다.” 그는 현재도 올해 후반에 NIM으로 가기 전 기간을 이용하여 테크노파크 지원에 의한 국내 중소기업의 테크노닥터로서 일하고 있다. 연구생활은 퇴직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이래덕 박사. 미국에서 지낸 7년 동안 여행다운 여행을 한 번도 제대로 못했다는 그에게 휴가라도 내지 그랬냐고 묻자,“일이 있잖아요.”한다. 그의 말 그대로 ‘바보처럼’ 살았다. “재밌습니다. 즐겁고요. 제 마음은 국내든 해외든 연구소든 기업이든, 저를 필요로 한다면 건강이 유지되는 한은 연구를 놓지 않으려고 해요.” 이래덕 박사가 꿈꾸는 남은 삶의 모습은 ‘계속 연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바보처럼 연구밖에 모르는 그의 모습이 청춘처럼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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