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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연주의 부드러운 하모니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6-03-21 16:24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2173

연구와 연주의 부드러운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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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광도센터 책임연구원 

 

“음악 좋아해요.” 취미를 물었을 때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대답이다. 클래식 음반을 즐겨 듣거나, 악기 한두 가지 다룰 줄 안다거나, K-pop 가수를 좋아할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음악이 취미라고 하면 조금 평범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음악 좋아해요.”라는 이동훈 박사의 조금은 무덤덤한 대답. 사실 그에게 음악은 특별한 취미가 아니다. 늘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배웠다. 공연을 보러 다니며 자연스럽게 연이 닿아 민간오케스트라 단원이 됐고, KRISS에 들어와 보니 동호회가 있기에 가입해서 활동해왔다. ‘그냥’ 음악을 좋아할 뿐이라는 이동훈 박사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

 

인연 아닌 인연
매끈한 연미복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체격, 살짝 웨이브가 있는 헤어스타일은 베토벤을 떠올리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동훈 박사는 외모만 봐도 딱 클래식적이다. KRISS 광도센터에서 오랫동안 광학 측정 분야를 연구해온 그는 원내에서 음악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원내 현악연주 동호회인 ‘KRISS 앙상블’의 붙박이 회원이다. “재능이 있어서나 특별히 좋아해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교양 삼아 배우게 하신 거죠. 제가 삼형제 중 맏인데, 처음엔 절 피아노 시키고 둘째는 바이올린, 막내는 첼로를 시킬 생각이셨나 봐요. 그런데 바이올린이 더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어떤 공연에서 감동을 받았다든지, 동경하는 연주자가 있었다든지…. 그런 별다른 스토리는 없다. 바이올린을 택한 이유 역시 바이올린 전공자가 비교적 많으니까 레슨받기 쉬워서였다. 구분하기 조금 애매하지만, 음악 자체보다 공연 보는 걸 좋아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악기를 연주하다보니 공연을 자주 접할 수 있었고, 공연 보러 가는 걸 즐기게 됐다. 

그라운드를 뛰며 경기를 즐기는 것과 축구경기 관전을 좋아하는 것의 관계랄까.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 였을까, 정확한 시기를 따지는 건 무의미할 것 같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됐다. 본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기하지만, 3자입장에서 들으면 이동훈 박사와 음악은 대단한 인연인 게 분명하다. “학창시절에는 바이올린을 배웠어도 연주를 할 기회는 거의 없었죠. 본격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악기 연주를 하기 시작한 건 독일 유학시절이었어요. 아무래도 유럽이 클래식의 본고장이다 보니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한국보다 훨씬 대중적이고 비전공자들도 연주할 기회가 많더군요. 그때 처음 대학교 동아리 오케스트라에서 활동을 하게 됐죠.” 독일 유학시절 음악은 현지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공연 보는 걸 좋아했지만 자신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무대에 선건 처음. 여러 단원들과 하모니를 이뤄가는 과정은 음악을 감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기쁨을 알려주었다. 더 기막힌 인연의 주인공은 바로 그의 아내.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만난 아내는 공대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을 다시 들어가 바이올린을 전공했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서로 더 호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갖는다는 건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살만 한 일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더 많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과학자
이동훈 박사가 소속된 대덕오케스트라는 2000년 창단된 대전의 대표적인 민간오케스트라이다. 그동안 80여 회의 연주회를 무대에 올리며 민간오케스트라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15년에 이르는 오랜 역사의 비결은 꾸준함.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장대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정기연습을 갖는다. 전에 음악을 전공했던 사람도 많지만, 전공자 외에도 주부부터 교사, 의사,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직장인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관심사가 같아서인지 금방 허물이 없어지고 모이면 항상 즐겁다. “현악기는 혼자 연주하는 것보다 다른 악기와 협주하는 게 더 재밌어요. 박자부터 강약, 미세한 소리의 느낌까지 다른 악기들과 조화를 이뤄야 하죠. 협주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는 건 여러 가지로 장점이 있다.  

음악 전공자들과 연주를 함께 하다보면 자연히 실력이 는다. 유명한 아티스트와 협연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작년 봄에는 대전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김다미 씨와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여러 가지 악기에 도전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비올라 파트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독학으로 비올라를 배웠어요. 또 최근에는 첼로 쪽에 인원이 부족하다기에 첼로 강습을 받았죠. 덕분에 다양한 현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된 거죠.” 말이 쉽지 파트를 옮긴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동훈 박사답게 ‘쿨’하게 OK 했다. 실은 내심 다른 악기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동훈 박사는 대덕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파트를 모두 섭렵한 특이한 경력자가 되었다. “바이올린은 전체적인 멜로디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커요. 첼로의 경우는 뒤에서 받쳐주는 우직한 역할을 하면서 가끔은 주가 되어 연주를 리드하기도 하죠. 반면에 비올라는 어떻게 보면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작곡을 할때 비올라에 비중을 많이 두지 않기 때문에 악보 자체도 단순하거든요.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내성적이지만 다른 사람을 잘 맞춰주고 도와주는 배려 깊은 성격이랄까요? 그래서인지 비올라 연주자들 보면 대부분 착한(?) 편이에요. 눈에 많이 띄는 자리는 아니지만 비올라만의 매력이 있어요.” 이동훈 박사가 굳이 새로운 파트를 맡는 이유는 계속 배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과학자로서는 한 우물을 파는 집념이 필요하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다양한 악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음악과 함께하는 달콤한 꿈 “두 가지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첫 번째는 독일에 있을 때 제가 악장을 맡아서 무대에 올린 공연이었어요. 교회에서 미사곡 연주를 하게 됐는데 원래 악장을 맡았던 전공자가 연주에 참여할 수 없게 되어 단원 중 제일 고참이었던 제가 바이올린 파트 악장을 맡았었거든요. 비전공자는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기회였죠. 두 번째는 작년 5월 정기공연이에요. 제가 첼로를 연주한 첫 무대인데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라는 대작을 연주해서 힘들었지만 뜻 깊은 공연으로 기억돼요.”  

 

이동훈 박사에게 음악은 또 다른 도전의 대상이다. 훌륭한 합주를 위해 주어진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자리에 세워지더라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을 해낸 뒤엔 뿌듯함 이상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음악을 통해서 감흥을 받는 부분이 많아요. 가장 큰 매력은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데서 오는 기쁨이죠. 50대가 되면 콘트라베이스도 배워 볼 생각이에요. 은퇴 후에도 아내와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계속 즐기는 노후를 꿈꾸고 있답니다.” ‘그냥’ 음악을 좋아할 뿐이라는 이동훈 박사. 그의 10년 뒤, 20년 뒤의 달콤한 꿈이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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