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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괴담, 일곱 개 비석의 정체는?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5-11-13 14:54
  • 분류함께 걸어가다
  • 조회수2083

 

 

한 여름 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전설 따라 삼천 리’. 수년 전 KRISS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초임 연구원이 혼자 남아 야근을 하다 느지막이 연구실을 나섰다. 인적 없는 연구소엔 적막이 감돌았고 달빛도 구름에 가려 스산한 분위기마저 들었다. 너무 피곤했는지 이상하게 가도 가도 정문은 보이지 않았다.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혼비백산 도망쳤지만 몇 미터 못가 그 물체와 다시 맞닥뜨렸다. 그러길 일곱 번, 겨우 길을 찾은 그는 다음 날 그 기이한 물체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미스터리한 이 물체의 정체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KRISS에 처음 온 사람들에게 낯선 이‘물체’의 존재는 미스터리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잔디밭 위에 드문드문 서 있는 일곱 개의 화강암 기둥은 얼핏 보면 묘비로 착각 하기 딱 좋다. 하지만 잘 보면 크기며 모양이며 묘비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신원미상의 이 물체의 이름은 기선장, 정식명칭은 EDM(Electrooptical Distance Meters) 기선장이다. 이름을 들어도 도통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찾아간 길이센터 서호성 박사에게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기선장은 측량기를 검사하는데 활용하는 장비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자를 사용해 길이를 측정하지만 직접적인 측정이 어려운 경우 정밀제작 된 측량기를 이용해 스타디아(Stadia, 가시거리)와 방위각, 고도각 등을 측정해 실제 길이를 계산하죠.  이 측량기가 제대로 정확한 값을 내는지 성능평가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기선장입니다.”기선장은 이처럼 측량기의 정확도를 확인할 때 사용되는 국가중요시설로, KRISS는 정확한 측량기 사용을 위해 관련 표준을 개발 및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선장은 어디에 필요할까? “대표적인 곳이 조선소예요.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할 때 사용하는 설비들의 정확성을 기선장을 통해 확인합니다. 이밖에도 건물이나 교량 등 구조물을 지을 때, 특히 토목공사에 쓰이는 측정기들도 주기적으로 기선장을 이용해 관리감독 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죠.” KRISS 내의 기선장으로 측정기를 직접 평가하는 일도 하지만 외부 기관에 설치되어 있는 기선장에 대한
평가도 맡고 있다. 실례로 KRISS 기선장을 통해 국립지리원, 대우조선해양 등의 측량기들을 교정했으며, 작년에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기선장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국내 최초로 국제도량형위원회(CIPM)에서 인정하는 교정성적서를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 바 있다.

단순한 겉모습 이면의 첨단과학 그런데 그 역할에 비해 기선장의 겉모습은 좀 단순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될 일이다. 측량기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기선장 역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국제규격에 근거해 과학적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기선장 매립지점들 간의 수평을 맞추고 거리를 정확하게 일치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7개 기선장의 총 거리는 280 m. 각 기둥과 기둥 사이의 거리는 가장 짧은 것이 21 m, 가장 긴 것이 35 m로, 과학적인 설계에 따라 구간마다 간격이 다르다. 등간격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서로 다른 거리에서 측정한 21회(A~B, A~C, A~D ……E~F, E~G, F~G)의 측정값을 총괄 평가함으로써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잔디밭에 설치하는 이유는 안정성 때문. 아스팔트의 경우 기온에 따른 공기 굴절률 변동으로 인해 빛의 반사가 일어나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 이러한 오차를 방지하기 위해 잔디밭에 설치하는 것. 아무리 잔디밭이라도 기온이 매우 높은 한여름엔 커다란 우산 이나 가리개로 햇빛을 가리고 측정하기도 한다. 외부는 열팽창계수가 비교적 낮은 화강암을, 내부는 철근콘크리트를 재료로 사용한 것 이나, 깊이 3 m로 땅을 파 매립한 것, 흔들림 방지를 위해 삼발이로 균형을 맞춘 것 또한 안정적인 측정을 위해서다.
그저 7개의 떡 하니 서있는 비석처럼 보일지 몰라도 잘 들여다보면 KRISS 기선장에는 복잡한 계산과 정확한 설계, 과학성이 들어있다. 더 깊이 보면 우리의 산업현장과 생활 속의 안전이 그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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