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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 선 과학자들, 과학이 아닌 꿈을 가르치다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5-11-12 18:02
  • 분류함께 걸어가다
  • 조회수2458

 

 기부는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선뜻 시작하기가 힘들다. 답은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가진 것, 아는 것, 관심 있는 것에서 출발하면 된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고 대중과 지식을 나누는 것, KRISS 과학자들이 실천하는 기부의 방법이다. 

단위는 꼭 필요한 것, 과학자는 생각보다 친근한 존재 
“자동차는 정지선을 잘 지켜야 하죠? 사람들끼리의 약속이고 규칙이이니까요. 선생님 이름이 바로 정지선이에요. 우리가 지켜야 하는 규칙, 표준을 연구하고 있죠.”  지난 5월 14일 송촌평생학습도서관에서 열린 생활과학교실, 강사로 초청된 KRISS 정지선 박사는 교실에 모인 초등학교 2~5학년 아이들에게 낭랑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강의는‘단위의 정의’에서부터 시작됐다. “단위가 뭔지 아는 사람?”정 박사가 낸 문제에 여기저기서 정답이 나왔다.“어떤 걸 재는기준이요.”“수치를 적을 때 뒤에 붙이는 거요.” 이미 다 안다는 듯한 말투였다. 단위는 아이들이 이미 잘 알고 있듯 ‘길이, 무게, 시간 등의 수량을 수치로 나타낼 때 기초가 되는 기준’. 그렇다면 단위는 왜 필요할까? 정 박사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그림들을 보여주며 우리 주변에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가 다른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 때문에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는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또한 파라오의 팔 길이를 기준으로 한 단위인 큐빗, 중국 대륙을 통일한 뒤 제일 먼저 도량형을 통일한 진시황, 측우기와 앙부일구 등 측정도구를 만들게 했던 세종대왕 이야기 등 흥미로운 역사 속 단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마패와 함께 가지고 다니던 게 있는데 그게 뭘까?” 정 박사가 문제를 내자 “부채요!" “짚신이요!” 등등 각종 기발한 답들이 쏟아져 나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정 박사가 낸 마지막 문제는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많은 아이들이‘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정 박사는 공부를 잘 하려면 많이 공부하는 것보다 재미있게 공부하는 게 중요 하다며, 나중에 과학자가 돼서 만나자는 인사로 아이들과의 과학수업을 마무리했다. 

무궁무진한 소리과학의 세계 
5월 18일 대전 문지중학교에서는 서재갑 박사의 ‘소리과학의 세계’수업이 진행됐다. 카이스트, 충남대, 한밭대 등에서 10여 년간 겸임교수를 맡아온 서 박사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과학교육도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해오고 있다. 게다가 딸과 조카가 중학생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부모 강의에 자주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말을 더듬기도 하고 강의가 끝나면 땀으로 옷이 다 젖을 만큼 떨고 긴장했었지만 이제는 미소를 띠며 조근조근 강의를 진행하는 베테랑이 됐다. “여러분 이 영화 다 봤죠? 맞아요. 타이타닉이에요.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사고로 1,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죠. 그런데 같은 해에 소나센서가 발명됐어요. 바다 속의 빙산을 감지할 수 있는 장치죠. 만약 타이타닉호에 소나센서가 설치돼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거예요.” 타이타닉 이야기로 시작된 강의는 자연스럽게 소리와 측정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됐다. 다음으로 서 박사는 소리를 연구하는 학문이 얼마나 많고 다양한 지 보여주었다. 지진파처럼 소리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영역이 음향학에 속한다는 얘기에 아이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바다표면의 온도도 소리로 측정해요. 음속이 온도의 영향을 받는 원리를 이용한 거죠.” 예술에 속하면서 동시에 생명과학에도 속하는 심리음향학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서 박사가 소리와 관련된 학문을 소개한 이유는 음향학이 ‘나와 상관없는’ 과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님을 알려주고자 함이다. 또 박수 소리를 측정하는 실험을 통해 음향측정의 상대성을 체험하고, 플라스틱 관의 길이에 따라 다른 음의 소리가 나는 팬플룻 만들기도 하며 풍성한 수업을 진행했다. “소리는 과학, 의학, 공학,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이 있어요. 때로는 소리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죠. 친구들이 소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고맙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서 박사의 ‘소리과학의 세계' 수업은 아이들에게 소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새겨주며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스토리로 오래 기억되는 과학, 즐거운 과학나눔 
“오드리햅번은 노인이 됐을 때 자원 봉사에 앞장서며 약한 사람들을 돕는데 남은 생을 바쳤어요. 멋진 영화 포스터 속에서보다 아프리카 난민 아이를 안고 있는 이 사진 속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보이지 않나요? 여러분도 꿈을 이뤄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임현균 박사가 과학강연을 할 때마다 꼭 전하는 메시지다. 임 박사는 지난 2005년부터 초중고, 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식기부를 해왔다. 그는 지난 9년간 100회 가까이 강연을 했다. 국립중앙과학관 유망직업 특강, 한국연구재단의 아동과학교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주니어 닥터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또한 한국과학창의재단 STEAM 아웃리치 교육프로그램 연구책임자로 개발한 소리과학 프로그램은 우수 사례로 선정되었다. “사실 무대공포증이 있었거든요.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에 스피치 관련 책도 읽고 다른 사람이 하는 강연도 들어보고 했죠. 그러다 홍보팀에서 과학강연 요청이 왔는데 내심 제 자신에게 좋은 훈련이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된 게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  현재 과학나눔교류회장을 맡아 과학교육기부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임 박사지만 처음에는 거창한 뜻 같은 건 없었다고 한다. 한 번 두 번 참여하다보니 언젠가부터 사명감도 생기고 강연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한 번 강연을 하려면 적어도 1시간 반 이상 자료를 준비해야 하고 황금같은 주말에 시간을 내야 하지만 취미생활처럼 즐겁게 하니 전혀 아까울 게 없다고.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고 하기 보다 잘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춰요. 어렵고 복잡한 설명 말고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동영상이나 초전도체 같은 신기한 실험을 보여줘요. 관심을 끌 뿐만 아니라 기억에 오래 남도록 하기 위해서에요. 음식도 스토리가 있어야 더 잘 기억하듯이 과학도 스토리를 입혀서 전달하는 거죠.” 임 박사가 강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눈높이’이다. 아무리 유익한 내용이라도 이해가 잘 안 되거나 지루해서 아예 듣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과학이 어렵지 않고 재미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강연을 듣고 다음에 또 와달라고 부탁하는 선생님이나 사인을 받아가는 아이들도 있고 계속 이메일을 보내오는 아이들도 있어요. 뿌듯하기도 하고 고맙죠. 하지만 그보단 강연을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제 자신도 배우는 게 많아요.” 임 박사가 뿌리는 ‘꿈의 씨앗’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지고 열매로 맺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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