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개의 기둥 ‘ 門 ’ 이 되다

대덕연구단지 초입에 자리 잡은 KRISS 캠퍼스 . 연구기관이라고 하면 높이 쌓아올린 담 , 기능에 충실한 단조로운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KRISS 캠퍼스에 와본다면 그런 선입견은 곧 깨질 것이다 . 정문만 보더라도 말이다 . KRISS 정문은 경계를 구분 짓거나 보안을 위해 설치된 일반적인 문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 지난 40 년의 전통과 그간의 연구 업적을 표현한 KRISS 의 얼굴 , 7 개의 기둥으로 만들어진 KRISS 정문에 대해 알아본다 .  

‘ 연구소 ’ 의 이미지를 깬 ‘ 연구소 ’  

‘ 표준과학연구원 ’ 이라고 하면 규격에 꼭 맞춘 단조로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 하지만 직접 KRISS 에 가본다면 자신도 모르게 가졌던 선입견은 금방 깨지고 만다 . 무엇보다 제일 파격적 (?) 인 것은 정문이다 . 정문만 보면 어느 연구소인지 구별이 어려울 만큼 비슷 비슷하다보니 KRISS 의 정문은 조금 튀는 것도 사실이다 . 그렇다고 그저 눈에 잘 띄려고 , 주목받으려고 이런 정문을 만든 것은 아니다 .

‘ 문 ’ 의 의미를 확장한 ‘ 문 ’  

KRISS 정문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KRISS 40 년의 전통과 그간의 연구 업적을 표현한 하나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  

이 상징물은 측정단위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7 개의 ‘SI 기본단위 ’ 를 형상화한 것으로써 국가측정표준기관으로서의 KRISS 의 고유 임무를 담고 있다 .

먼저 가장 왼쪽에 서있는 화강암 조형물은 물질량의 단위를 상징한다 . 화강암은 석영 , 장석 , 운모 등 각기 다른 규산염 결정들로 구성돼있으며 화강암의 종류에 따라 각 구성 요소의 양이 다르다 . 물질량을 말할 때 구성요소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화강암을 사용한 것이다 .

그 오른편에 서있는 벽돌 조형물은 온도의 단위를 상징한다 . 벽돌은 점토를 원료로 고온에서 구워 만들어 내기 때문에 온도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 내부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시켜 주는 장점 덕분에 건축 재료로 많이 쓰인다 . 이러한 벽돌의 특성을 이용하여 온도의 단위를 표현한 것이다 .

다음으로 철판 조형물은 시간을 상징하는데 철과 같은 금속은 공기에 노출된 금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화된다 . 이러한 특성을 지닌 철판을 사용해 시간의 단위를 표현한 것이다 . 콘크리트 조형물은 질량을 상징한다 .

콘크리트는 고유의 중량감을 포현할 수 있는 건축재료로 콘크리트 자체의 색상과 질감을 그대로 나타내는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해 질량의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

알루미늄 조형물을 통해서는 전기를 표현했다 . 알루미늄은 전기를 잘 전달하는 대표적인 물질이자 아주 낮은 온도에서는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져 전기를 손실없이 전달할 수 있는 재료이다 .

나무를 소재로 만든 조형물은 길이를 표현한 것이다 . 길이는 많은 표준단위 가운데 가장 오래전 부터 사용돼온 척도로 , 나무는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재료이다 . 또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자는 고구려 시대의 나무자이다 .

마지막으로 유리 조형물은 광도를 상징한다 . 유리에 빛이 닿으면 일부는 표면에서 반사되고 일부는 유리를 통과하며 일부는 유리에 흡수된다 . 이처럼 빛을 반사 , 투과 , 흡수하는 유리의 성질을 이용해 광도의 개념을 표현했다 .

집의 얼굴 , KRISS 의 얼굴  

사실 ‘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하기 위하여 달아 놓고 여닫게 만든 시설 ’ 이라는 문의 사전적 의미에 비춰보자면 KRISS 에 있는 7 개의 기둥은 명확하게 문이라 할 수 없다 . 하지만 달리 생각해볼 수도 있다 . 예로부터 문은 집의 얼굴로 여겨졌다 . 특히 우리 민족은 가문 ( 家門 ) 또는 문중 ( 門中 ) 이라는 말을 써왔는데 문이 집에 사는 사람들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 그런 의미에서 KRISS 의 7 개의 기둥은 가장 훌륭한 문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