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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꿈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12-01 14:28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1709

소리와 꿈
서재갑 유동음향센터 책임기술원이 연구센터를 견학온 학생들에게 1일 선생님이 되어 강의를 진행중인 사진   
 

“여러분 타이타닉호 알죠?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가 1912년 빙산과 충돌해서 침몰했죠. 많은 사람들이 죽고 실종된 안타까운 사건이에요. 그런데 요즘 배들도 이렇게 빙산과 충돌할까요? 그렇지 않아요. 바다 속의 물체를 탐지하는 음향표정장치를 통해 수면 아래에 잠겨있는 빙산이나 해저 장애물을 초음파로 탐지해요. 그래서 배가 바다를 항해할 때 장애물에 부딪치지 않을 수 있지요.”

나는 소리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리고 가끔 연구원에 견학 온 아이들의 1일 선생님이 되곤 한다. 이는 언제나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다. 더 즐거운 일은 따로 있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에게서 미래의 꿈에 대한 편지를 받는 것이다. 이럴 때면 딸을 가진 나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찬찬히 편지를 읽어본다. 요즘 들어 7년 전 편지를 보낸 한 소녀와의 대화가 문득 생각난다.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나? 음.... 치과 의사.”
“왜 치과의사가 되고 싶은데?”“몰라, 엄마가 그러던데, 난 치과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그럼 아저씨에게만 솔직히 말해 봐.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2PM 매니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래 희망을 치과 의사로 결정해 버린 소녀를 보고 있자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가수의 매니저가 되고 싶은 아이를 마냥 응원할 수도 없었기에, 그저 마른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친구들의 장래희망은 대통령 아니면 과학자같이 무모한 것들이 제법 많았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 패기 넘치던 ‘꿈’을 가진 아이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다.

모든 것이 경쟁인 요즘, 아이들은 ‘경쟁력을 갖춘 아이’로 크도록 강요받는다. 이를 위해서는 일명 ‘돈’이 잘되는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할 뿐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실용성 있는 것들을 선택하는 방법만을 배운다. 어떤 각도로 그네에서 점프를 해야 더 멀리 뛸지, 팽이는 어떤 식으로 줄을 감아야 더 오랫동안 돌지에 대한 아이다운 생각은 ‘철없음’으로 여겨진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나로서는 여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은 상상에서 시작되며 과학자는 상상을 현실로 실현시킨다. 견학을 오는 학생들에게 무향실, 잔향실 등 소리에 관한 장소를 보여주면 의외로 많은 흥미를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무한한 ‘꿈’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어른들의 욕심이 그들을 의사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기도 한다.

아무쪼록 아이들의 마음에 꿈이 생기고, 자라나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기쁘고 감사하다. 아이들의 꿈이 바로 우리의 미래이므로. 오늘도 소리에 대해서 무언가를 연구하는 중에 어딘가에서 자라나고 있을 그 아이들의 명랑한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 아이들의 소리도 언젠가 연구해봤으면.

글+사진_ 서재갑(유동음향센터 책임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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