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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마술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11-17 17:42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2126

시간의 마술 
구형 타이프 라이터 사진  

가을로 접어들면 늘 한 해가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무언가 마음이 급해짐을 느낀다. 푸르던 나뭇잎들도 어느새 초록빛을 잃고 단풍이 들어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할 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어떤 때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어떤 때는 느리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지나 간다고들 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시간이 마술을 부리는 것일까?

수천 년 전부터 인류는 해시계와 별을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했으며 그 후로 꾸준히 보다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정밀 시계들을 발명해왔다. 17세기에는 진자 운동을 이용하여 하루에 10초 가량이 느리거나 빨리지는 추시계가 발명되었으며, 1930년대에는 지구의 자전을 기준으로 3년에 1초정도의 불확도로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곧이어 수정 진동자를 이용한 시계가 발명되면서 불확도는 30년에 1초로 좋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1955년 원자시계가 발명되면서 우리는 300년에 1초 정도가 차이 나는 수준의 시간 측정이 가능해졌다.

1980년대에 개발된 세슘원자시계의 경우 불확도는 30만 년에 1초로 향상되었으며, 현재는 원자분수시계라는 것을 이용하여 수천만 년에 1초 정도의 불확도로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개발 중인 광시계를 이용한다면 앞으로 수십억 년에 1초의 불확도로 1초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고 하니, 머지않아 우주가 탄생한 138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단 1초 정도의 불확도로측정해 낼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시계가 발명된 이후 측정의 정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주변에서 시간은 언제나 어김없이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상대성원리에 의하면 대단히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고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니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농담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시간의 마술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즉 “한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와 한 시간을 함께 앉아 있다면, 마치 1분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를 뜨거운 난로 위에 1분간 앉아 있도록 한다면 그에게는 1분이 어떤 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상대성이다.

이러한 시간의 마술은 바로 사람들이 시간을 인지하는 방식에 기인하고 있다. 즉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같은 시계를 각자 마음속에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체에는 생체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생체시계는 해가 뜨고 지는 등 외부의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유지된다. 이러한 생물학적 시계는 우리 뇌에서 시신경 교차지점 부근에 존재한다고 하며 이는 빛이 생체시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계도 태양광도 없는 방에서 한 동안 살도록 하면서 실험을 해보면 생체신호에 의한 하루는 25시간 가까이로 늘어나며, 생체시계의 한 시간의 길이도 정확한 시계로 측정한 길이보다 길다고 한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는 데에는 이러한 생체시계의 리듬뿐 아니라 심리학적 상태, 지식, 개성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 머리는 감각자극 신호를 많이 처리해야 하는 일을 할 때에는 실제로 그 일을 하는데 걸린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간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반대로 감각자극 신호가 적은 일을 할 때에는 그 일을 하는데 걸린 시간을 짧게 느낀다. 그러므로 뜨거운 난로에 앉을 경우 엄청난 감각자극 신호가 들어오게 되어 실제로는 짧은 시간이지만긴 시간으로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험에 의하면 긍정적인 느낌을 경험하거나 그러한 상태에 있을 경우가 부정적인 경험이나 상태에 있을 때에 비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긍정적인 느낌 중에서도 만족이나 평온 같은 느낌보다는 욕구나 흥분 같이 동기를 유발하는 느낌이 더 시간을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또한 집중하여 일을 할 때 실제 시간보다 짧게 느끼며 쉽고 머리를 별로 쓰지 않아도 되는 지루한 일을 할 때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낀다. 때문에 흥미로운 일에 빠져있거나 시험을 보는 경우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끼며, 주전자의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지루한 일을 할 때엔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낀다. 만일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고 그걸 바라보면서 기다리지 않고 전화로 수다를 떨거나 재미있는 게임을 한다면 물이 끓어 다 증발해 없어져도 모를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한 몇 가지 가설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나이가 들면 자신의 생애의 길이를 시간 측정의 단위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1년이 자신의 생애에 비해 짧아진다. 또 다른 가설로는 지나간 시간을 인식하는데 있어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의 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에는 하루에도 많은 새로운 경험들을 하며 기억 속에 많은 사건들의 정보가 담겨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1년을 돌아보면 수많은 정보들이 줄지어 있어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일상적인 일들이 많고 새로운 경험이 많지 않아 기억 속에는 섬처럼 띄엄띄엄 사건의 정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되어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보통 나이든 사람들의 하루는 단조롭기 때문에 지루하고 시간이 더디 가지만,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기억할 특별한 것들이 많지 않아 1년이 펼쳐진 종이를 접듯 접히어 얇아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제 가을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곧 한 해의 끝 부분이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이 가을엔 새로운 경험과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볼 때 그냥 휙 지나간 해가 되지 않기를 소원해 본다. 시간의 마술에 말려들지 말고 거꾸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글_박용기(KRISS 전문연구원·UST 교무처장)
※이미지출처 :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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