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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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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킬로그램원기, 더는 믿을 수 없다?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자2016-03-02 19:40
  • 분류카드뉴스
  • 조회수484

국제킬로그램원기가 보관된 프랑스 국제도량형국의 원기보관실 입구가 열리려면 반드시 지정된 세 사람이 모여야 한다. 국제도량형국 국장과 국제도량형총회 의장 그리고 프랑스 외무부에서 파견된 직원이다. 이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열쇠를 갖고 모여야 방문을 열 수 있다. 원기보관실 입구는 국제도량형위원회가 열리는 매년 10월 딱 한 번만 열린다. 그렇다고 원기가 그때마다 바깥출입을 하는 건 아니다. 그저 원기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전부이다. / 삽화 : (양팔저울 1 원기 = 복사복, 양팔저울 2 원기 < 복사본) 과학자가 양팔저울들을 보며 말한다. '원기와 복사본 간에 질량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군!' / 국제킬로그램원기에 조금이라도 먼지가 묻거나 손상되면 질량 변화가 생긴다. 그러니 외출은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제킬로그램원기가 삼중으로 밀폐된 유리관 바깥으로 나온 건 총 4차례뿐이다. 약 40년 만에 한 번꼴이다. 가장 최근의 외출은 한국에서 하계올림픽이 개최되었던 1988년이다. 그런데 이때 과학자들은 원기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원기와 복사본 간에 질량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때 확인된 것은 최대 100 μg(마이크로그램, 1 μg은 100만 분의 1 g)이었다. 이 정도는 설탕 결정의 절반 수준의 질량으로, 질량을 재는 데 그리 큰 문제를 일으킬만큼은 아니다. 손가락이 남기는 지문의 질량이 약 50 μg인 것을 감안하면 극히 미세한 차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미세한 차이라 할지라도 털끝만 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측정과학자들에겐 묵과할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원기와 복사본 간의 질량 차이가 더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더 큰 일은 원기나 복사본들이 각각 얼마나 질량이 변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이를 위해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여러 가능성을 두고 경합을 벌이며 연구중이다. 대표적인 차세대 질량 표준 후보에는 플랑크 상수를 바탕으로 한 ‘와트밸런스(Watt Balance)’와 아보가드로 상수를 이용한 ‘아보가드로 프로젝트(Avogadro Project)’ 두 가지가 있다. 2011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새로운 질량 표준을 결정하기로 했으나 두 방식 모두 국제도량형국이 제시한 불확도를 달성하지 못하여 결정은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향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과연 어떤 방식이 지금까지의 국제 킬로그램 원기를 대신하여 새로운 국제 질량 표준으로 자리매김할지 추이를 지켜보자.

연구원님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