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SS 소식
TOPTalk 2 - 레이저로 채운 세월, 사람을 남긴 시간, 서호성 박사
- 작성자홍보실(권혜진)
- 작성일2025-08-08 00:00
- 분류사보
- 조회수519
레이저로 채운 세월,
사람을 남긴 시간
서호성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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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에는 오랜 시간 연구소를 지키며 한 분야의 초석을 다져온 연구자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한 자리에서 무려 42년을 근무하며 대한민국 레이저 광원 및 주파수 표준의 기틀을 마련한 서호성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퇴직 후, 감사한 일상
대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닿을 수 있는, 피톤치드 가득한 메타세쿼이아 숲. 서호성 박사를 만난 곳은 장태산 자연휴양림 초입의 한 카페였다. 집과 가까워 종종 찾는 곳이라며 취재팀을 안내하는 서 박사의 모습은 여유롭고도 활기차 보였다. “2010년 봄, 아내가 전원생활을 좋아해서 근처 평촌에 조그마한 집을 짓고 이사 왔어요, 전입 신고하고 동네 이웃분들과 식사하는 날, 무지개가 둥그렇게 떠서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장태산 휴양림을 정원 삼아 산림욕을 즐기며 사는 그는 희망하던 꿈을 일찌감치 실행에 옮겼고, 지금의 여유로운 삶에 만족해 하는 모습이다.
“요즘도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고, 남는 시간에는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도 듣고 있어요. 1985년 당시 KRISS 강홍렬 소장님의 의지로 박신석 기술정보실장님이 추진하던 ‘과학의기 복원사업’ 일환으로 세종의 앙부일구 복원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레이저 투영을 이용한 자유곡면 해시계 제작 장치’로 특허를 등록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천문연의 연구원들과 같이 만든 해시계 연구회의 회장직도 맡고 있구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체에서 의뢰하는 펨토초 레이저 등을 수리하는 회사의 기술고문으로,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는 서 박사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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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에서 보낸 42년
서 박사가 KRISS에 입소한 것은 1982년 봄. 당시 레이저를 가르쳐 주시던 KAIST 출신 교수님의 추천으로 시험을 보고 KRISS에 입소한 그는 1986년에는 독일 PTB의 ‘길이표준실’에서 6개월간 연수를 받았다. 그 곳에서 안정화 레이저 구조 설계와 전자 제어회로 설계 기술을 익힌 서 박사는 귀국 후 국내 최초로 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우리나라의 길이 및 광주파수표준기 개발을 이뤄냈다.
1983년 개정된 1 m의 정의는 “빛이 299 792 458 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요오드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를 표준원기로 사용하였다. KRISS는 국제비교에 참가하기 위해 총 세 대의 레이저를 제작하였고, 이들 사이의 주파수 안정도 및 각종 파라미터의 주파수 편이, 주파수 옵셋을 비교하여 가장 안정된 레이저가 ‘KRISS 레이저-2’인 것을 알게 되었다.
요오드 안정화 레이저 개발에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했다. 초미세 분자분광학, 자동 제어 이론 등을 익히며 ‘공부’와 ‘연구’를 동시에 이어 나가야 했던 당시를 떠올리는 서호성 박사. 그는 무엇보다 공진기를 형성하는 거울을 정밀하게 조정하고 공진기의 기계적 변형이 없도록 만드는 기술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한다. “이 레이저 광학계의 광축 얼라인이 까다로워요. 투입한 에너지의 10만분의 1 정도만 빛 에너지가 나오거든요. 광학계나 거울에 미소 먼지가 붙거나 공진 거울이 조금만 틀어져도 2~3일 지나면 레이저가 꺼져버립니다. 그러니 연구실에 레이저 원기를 보러 손님들이 오신다고 하면 늘 긴장했죠. 다들 힘들다고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결국 제가 레이저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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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레이저 유지도 개발하는 일에 버금갈 만큼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길이 및 광주파수 표준 유지와 레이저주파수 국제비교를 하는 일이기에 보람이 컸다고 서호성 박사는 말한다. 레이저의 광주파수의 안정도나 주파수 편이량은 3대의 주파수 표준기를 제작해 서로 비교 하며 알 수 있었지만, 5×1014 Hz나 되는 광주파수의 절대주파수 값은 알 수가 없었다.
‘주파수 합성체인’이란 복잡한 측정기술로 광주파수를 측정할 수 있는 나라는 당시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정도 뿐이어서, 기술이 없는 나라에서 레이저의 광주파수를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은 절대주파수값이 측정된 BIPM-레이저와 국제비교를 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KRISS 레이저-2’를 1991년 파리의 국제도량형국로 옮겨 국제표준 레이저원기(BIPM4)와 비교를 실시하였고, 이 결과값을 이용하여 KRISS 레이저-2의 절대주파수 값을 드디어 결정할 수가 있었다.
이후, 그는 레이저광주파수 절대측정, 교정, 국제비교연구와 2년간의 국가참조표준센터 운영, 측량 측정표준 구축, 국악 삼분율의 음정표준 연구, 시력굴절률 측정표준 구축 등의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후 전문연구원과 객원연구원으로 5년을 지낸 후 2023년 10월 1일 정든 연구소를 떠나게 되었다.
올 4월 측정클럽에서 운영하는 길이분야 워크샵에서 길이분야 전문가로서 ‘미터의 역사’라는 초청강연을 하기도 하였다. 이 강연에서 우리나라의 백금-이리듐 미터원기(No.10C) 및 킬로그램 원기(No. 39) 도입에 대한 팩트와 더불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나라 원기 관련 역사와 도량형법 제정의 숨은 이야기들’을 120여 년 전 평식원 원기실 사진들과 함께 새롭게 정리 한 자료를 발표하여 많은 측정전문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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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그리고 후배를 향한 마음
그는 KRISS에 근무하는 동안 크게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같이 근무하던 엄태봉 박사님과는 평생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입사 시기도, 나이도, 승진과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하고 손주도 같은 5명이에요. 지금도 종종 만나 술 한잔하면서 사람 사는 이야기하며 지냅니다.”
후배 연구원들에게 한마디 남겨달라는 요청에 서 박사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후배들에게 항상 연구실 정리를 잘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정리를 잘하면 자연스럽게 장비의 위치나 부품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연구 흐름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료들끼리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지내길 바랍니다. 인인성사(因人成事)라는 말이 있잖아요. KRISS에는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으니, 좋은 관계를 갖고 서로 배운다면 분명 훌륭한 연구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서 박사는 故 정명세 KRISS 6대 및 7대 원장(길이실장 역임)을 떠올리며 직원들 간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故 정명세 박사님께서는 항상 ‘사람 사는 냄새가 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여름에는 야유회도 하고, 매년 연말이면 댁에 직원들과 그 가족들까지 모두 불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하였죠.”
그는 마지막으로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언급하였다. “세상 모든 것이 공부의 대상이에요. 하나하나 배워가며 즐기는 게 연구의 진정한 재미였죠.” “인터뷰를 하고 보니, 좋게만 이야기한 것 같네요, 못 한 것도 수없이 많았는데...” 42년 간 KRISS와 함께하며 대한민국 길이 측정표준의 한 축을 쌓아온 서호성 박사는 퇴직 후에도 연구와 공부, 사람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여전히 바쁘고 즐겁게 살고 있다. 그의 담백한 조언처럼, KRISS의 후배 연구원들도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배우고 또 공부하며 세상과 재미있게 부딪혀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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