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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인터뷰 - 우주 극한환경의 거대한 가능성에 다가가는 사람들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24-12-27 00:00
- 분류With KRIS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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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는 공간은 유한하고 인간의 이상은 무한하다. 그래서 일 것이다. 인류는 어느 순간부터 우주를 신의 영역이 아닌 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후 인류의 활동 영역은 대기권을 벗어나 지구 저궤도와 달, 화성, 목성으로 확장해왔으며 그 너머의 우주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 인류의 활동 영역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만들고, 가능성의 공간이자 극한의 공간인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밝히는 사람들.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을 만나봤다.
다중극한환경에서의 물질을 연구하다
항공우주 분야라고 하면 대부분 발사체나 인공위성, 우주정거장처럼 눈에 그려지는 무언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이 모두의 시작과 끝에는 ‘물질’이 있다. 인류가 우주로 보내는 발사체는 어떤 물질(신소재)로 만들 것인가, 그 발사체가 만나게 될 우주 환경에는 어떤 물질이 존재하는가. 또한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 거주하게 된다면 우주에서는 어떤 물질로 어떤 부품이나 장치, 구조물을 제조할 것인가? 이는 우주 진출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학기술의 연구 주제이다.
이근우 책임연구원 “조직개편으로 우주광학팀, 극한측정연구팀이 합쳐져 우주극한측정그룹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극한측정 연구와 관련하여 우주 환경에 노출된 상황을 구현하고, 초고온이나 초고압, 초고농도의 극한환경에서 측정하고 물성을 알아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주광학 연구분야에서 인공위성 카메라 광학계 개발 등 보다 실용적인 연구를 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기초적인 연구를 한다고 말할 수 있죠.”
극한측정 연구분야에서는 초고온, 초고압, 초고농도 등의 다중극한 환경을 구현하는 기술과 이러한 다중극한 환경 하에서 실시간으로 극한물성을 정밀 측정하는 기술(RTEM, real-time, environments, matters)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이를 이용해 극한 환경에서 물질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탐구해 새로운 물질을 탐색하는 것 또한 이들의 미션이다.
초고온, 초고압, 초고농도, 초고속...극한환경을 다루다
조용찬 선임연구원 “핵융합장치인 K-Star 속 플라즈마 온도는 1억 5천도씨가 넘거든요. 그 열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림으로써 전기를 만들죠. 그렇다면 플라즈마를 가두는 용기는 녹는점이 엄청나게 높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핵융합연구소에서는 플라즈마 대면벽 재질을 텅스텐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2,000 K 이상에서는 핵융합로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열팽창률을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낮은 온도에서 운영한다는 거예요. 열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 공중에 띄운 상태라면 접촉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3000 K이 넘는 초고온에서도 안전하게 열팽창률을 비롯한 텅스텐의 다양한 열물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이 개발한 정전기 부양장치(ESL)로 그것이 가능한 거죠.”
초고온 분야를 연구하는 조용찬 선임연구원. 그는 초고용융점을 갖는 금속의 액체 상태부터 고체 상태까지의 물성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로켓엔진소재와 같은 우주 발사체 연구분야는 물론 핵융합 발전 등의 에너지 및 국방 등의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이윤희 책임연구원 “일반인들이 고압을 느낄 수 있는 압력밥솥이 2기압 정도인데요. 우리 팀은 1 GPa(기가파스칼) 그러니까 1만 기압 이상을 다룹니다. 궁극적으로는 수백만 기압까지 구현하고 측정하는 것이 목표고요. 초고압 연구는 주로 다이아몬드와 같은 특수한 기능성을 갖는 준안정 수퍼물질을 찾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상을 갖고, 상전이 경로 조절을 통해 준안정상 형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요. 생명물질이기도 한 물은 20개의 얼음상을 갖고 있어서 이러한 상전이와 준안정상 연구에 주요한 시료가 됩니다. 물의 온도를 낮추면 얼음이 되는데, 온도가 아닌 압력을 이용해 물을 얼음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저희는 엑추에이터가 융합된 동적 다이아몬드앤빌셀을 사용해 압력을 빠르게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면서 준안정 상태에서 물분자들의 결합을 조정해 물질의 상변이를 관찰하는 연구를 하
고 있습니다.”
이윤희 책임연구원은 초고압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로켓은 추진제로 액체산소와 액체수소를 사용한다. 그런데 액체수소가 아닌 고체 금속수소를 사용하면 부피를 1/6로 줄이면서 비추진력은 4배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초고밀도를 갖는 고체 금속수소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윤희 책임연구원은 목성이나 토성, 해왕성 중심부에나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체 금속수소를 지구상에 구현할 계획이다.
새로운 물질은 온도와 압력과 더불어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만들어진다. 특히 새로운 화학물질이나 인체 내 질병 유발 물질 등의 생성은 농도변화가 주요 요인인 경우가 많다. 초고농도 분야에서는 기존 포화용해도의 수백 퍼센트 이상의 초고농도 환경 구현과 이를 통한 준안정 물질 형성 및 새로운 물질 발견을 목표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또한 정전기 부양장치를 사용한다.
초고농도 분야에서는 기존 포화용해도의 수백 퍼센트 이상의
초고농도 환경 구현과 이를 통한 준안정 물질 형성 및 새로운 물질 발견을
목표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근우 책임연구원 “통풍이 생기면 침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고 하잖아요. 혈액이나 신경 속 여러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 발가락이나 손가락의 관절 부위에 뾰족한 형태의 요산 결정이 생기는데, 그것이 신경을 자극하는 거예요. 농도를 조절해 요산 결정의 모양을 뭉텅하게 만들면 통증을 줄일 수 있겠죠.”
초고농도 분야의 연구는 제약 쪽에도 활용 가치가 높다. 수용액용 정전기 공중부양 장치를 이용하여 고농축 액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알약 수준에 버금가는 농도의 액상 약제를 투약할 경우 정제 약의 용해과정이 필요 없는 관계로 빠르게 약효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변화하며 이를 활용하면 새로운 물질상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물질상의 변화는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나므로, 시간에 따른 물질상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이 새로운 물질상 발견과 활용의 핵심이다. 이에 우주극한측정그룹에서는 초고온/초고압/초고농도 환경에서의 실시간 초고속 물성 측정을 위한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한계를 딛고 쌓아가는 성과
이근우 책임연구원 “물질이 어떤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할 때 준안정상이라고 부르는 여러 중간상을 거칠 수 있거든요. 140년 전에 이것을 발견한 사람이 독일의 화학자 빌헬름 오스트발트예요. 그는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추정했는데, 수용액 내 용질의 분자 구조변화가 주된 요인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했죠. 하지만 이를 증명하려면 결정화 과정을 분자 단위까지 관측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 극한적인 환경을 실현해 가설을 밝히는 데 성공한 겁니다.”
정전기 부양장치 독자개발의 주역인 이근우 책임연구원은 물질 결정화 과정의 정밀 관측에 성공해 분자 구조 대칭성 변화가 새로운 물질 형성의 원인임을 밝힌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이는 정전기 부양장치로 수용액을 공중에 띄워 포화용해도의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초고농도 환경을 구현함으로써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즉 용질이온당 수십에서 수백개의 물분자가 있는 환경을 고농축 수용액으로 만듦으로써, 용질이온 하나당 결합하는 물분자를 1~2개 수준까지 줄여 용질분자들의 구조변화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본 연구 성과는 수용액 내에 있는 분자의 구조변화 조절을 통해 새로운 물질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 밖에도 정전기 부양장치를 통해 2022년 3,000 K 이상의 초고온 소재 밀도 측정의 낮은 재현성의 원인을 규명하였으며 올해는 4,000 K에 육박하는 초고온 환경에서 소재의 밀도와 열팽창 측정 불확도를 떨어트리는 원인을 밝히고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일본 JAXA와 더불어 KRISS도 3,000 K 이상 초고온 소재의 물성을 정밀 측정하는 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초고압, 초고농도 분야에서도 숱한 연구 성과를 만들어 온 우주극한측정그룹. 이들이 2023년 새롭게 시작해 최근 주력하고 있는 연구는 크리프 변형률 측정이다. 항공기 엔진의 터빈 블레이드나 우주발사체의 노즐확장부 등은 수천 ℃에 육박하는 초고온 연소가스가 마하를 넘어서는 빠른 속도로 배출되며, 터빈 블레이드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경우 초고온에 노출된 금속이 장시간 힘을 받아 늘어나는 현상, 즉 크리프 손상(creep damage)을 겪게 된다. 올해 초고온 소재의 크리프 손상을 유발하기 위한 부양시료의 초고속 회전 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하였고, 현재 1,000 rpm 정도의 고속 회전이 가능함을 확인하였고, 초고온에서의 크리프 실험에 적용하기 위해 현 수준의 2배에서 4배 이상의 고속 회전을 위한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윤희 책임연구원 “극한측정 연구에 활용하는 장비들은 모두 본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관련 연구에 있어서 타 연구그룹과 차별화의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관련 선진 연구기관들에 버금가는 혹은 이를 뛰어넘는 수준의 연구 수행이 가능해졌죠. 우리가 개발한 연구 장비를 포항가속기연구소, 독일 방사광가속기연구소(DESY),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 유럽 X선 자유전자 레이저 연구소(EuXFEL) 등의 국내외 거대설비와 융합하는 국제공동연구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극한측정 연구에 있어서 세계적인 연구팀이라 하더라도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과 같이 초고온, 초고압, 초고농도와 같은 다양한 물리화학적 극한을 모두 다루지는 않는다. 각각의 극한 환경에서 물질이 형성되는 과정상에는 공통적인 측면들이 있기에, 한 분야의 연구 결과가 다른 분야의 측정 결과를 해석하거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분야간 강한 협업 관계를 이루고 있는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의 강점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국내에서도 우주항공, 핵융합에너지, 국방, 지구 재난에 대한 관심과 관련 산업들이 태동하고 있습니다. KRISS의 극한연구는 이러한 변화에 기반을 제공하는 것으로써, 국내 극한연구 활성화에 초석이 되고자 합니다. 더불어 세계 최고의 극한측정역량을 확보해 극한연구의 선두 연구그룹이 되고자 합니다.”
어떤 물질이 형성되는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인류에게 이로운 다이아몬드나 금속수소와 같은 고기능성 수퍼물질을 구현하는 것. 우주극한측정그룹 구성원들이 말하는 극한측정 연구의 의미다. 인류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극한 환경을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며, 이러한 극환 환경에서 필요한 소재를 찾고 물성을 측정 및 평가하는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의 여정은 계속 확장될 것이다. 해외 선도국들에 비해 진행이 늦은 데다, 국내 관련 수요 확대가 느려 국가 차원의 연구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한계가 존재하더라도 그들만의 경쟁력으로 성과를 쌓아가고 있는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 극한을 향한 그들의 열정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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