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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촉감표준으로 여는 더 생생한 메타버스 세상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24-10-05 00:00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726

가수 윤상의 노래 <백 투 더 리얼 라이프(Back to the Real Life)>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화면 속의 거짓 눈물에 그토록 너는 가슴 아팠고/녀석들의 가짜 사랑도 너에겐 이미 현실이었지 (중략) 돌아와 너의 거리로 따뜻한 피가 흐르는 세상 속으로” 


가상공간에 몰입하는 이들을 나직이 훈계하는 이 노래에 깔린 정서는 과거 세대에게 익숙하다.


그곳은 가짜고, 여기가 진짜라는 생각. 하지만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며 개발되고 있는 몰입 기술은 ‘가짜’와 ‘진짜’의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가상공간에서 시각과 청각뿐 아니라 촉감까지 진짜에 가깝게 구현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촉감표준융합연구단의 연구는 이런 노력의 최전선에 닿아 있다.




융합 연구를 통한 시너지 기대돼


요즘 IT산업 트렌드를 관통하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는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AI다.


그리고 이들이 집대성되는 곳이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공간이다. 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상호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했다.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은 인터넷, 모바일산업을 잇는 차세대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지목하고 관련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연계 신산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실감 콘텐츠 관련 사업 규모도 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 성장의 핵심은 실재감과 몰입감이다.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메타버스의 환경은 현재 시청각 기술 위주로 적용돼 실재 물리적 공간에서 상호작용할 때 느끼는 촉감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촉감 상호작용 기술이 시청각에 비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촉감표준융합연구단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김민석 단장 “팬데믹을 거치며 메타버스가 화두가 됐어요.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그중 하나가 촉감을 느끼게 하는 햅틱 기술입니다. 메타버스가 성장하려면 사용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촉감 기술이 꼭 필요하거든요.”


박준석 책임연구원 “실재감을 높이고자 디스플레이의 그래픽 해상도를 높이는 등의 시각 관련 기술이나 청각 기술은 활발하지만, 보고 듣는다고 다 진짜라고 느끼진 않잖아요. 사람들은 촉감이 느껴져야 실재라고 느끼거든요. 이런 필요성에 비해 촉각 관련 하드웨어의 개발은 사실 더딘 편이에요. 굉장히 까다로운 기술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도 발전하지 못하는 거고요. 이것은 전 세계적인 과제이기도 합니다.”


촉감표준융합연구단은 전 세계적으로 촉각에 대한 표준이 부재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표준이 마련되고 그에 따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개발된다면 현재 감으로만 표현하는 촉감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어 정확한 촉감 전달이 가능해질 것이다.


바로 이 과제를 해결하고자 촉감표준융합연구단이 출범한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2029년까지 6년간 368억 원이 투입되는 촉감표준융합연구단은 촉감의 표준화, 촉각 센서와 액추에이터 등의 초실감 촉감 디바이스 개발, 촉감 상호작용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개발 및 실증 등의 뚜렷한 목표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관이 협력해 융합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민석 단장 “KRISS와 ETRI, KAIST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기관이 참여해 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여기관 분야가 다양한 만큼 연구단 구성도 세분화돼 있죠. 총 5개 과제로 나뉘었는데 1세부는 촉감의 표준체계를 확립하고, 2세부는 센서, 3세부는 액추에이터와 햅틱 장갑 등 디스플레이와 소프트웨어, 4세부는 데이터 분석과 관리, 5세부는 이런 요소들을 통합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박준석 책임연구원 “기존의 연구단은 각 학교와 연구소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완성하고 나면 사업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이번 융합연구단은 각자 연구기관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그 요소들을 조화롭게 통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좋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만큼 상용화도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최우선 과제는 촉감의 표준 정립


앞서 박준석 책임연구원이 지적했듯 촉감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그 진행이 더딘 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광철 책임연구원은 촉감을 표준화하는 것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이광철 책임연구원 “R(적색), G(녹색), B(청색)로 표현될 수 있는 시각이나 음파의 주파수와 세기를 기반으로 한 청각은 감각을 구성하는 특징을 구별하기가 쉬워 표준을 정하는 것도 비교적 수월해요. 반면 촉각은 분류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촉감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데 워낙 다양하고 까다롭잖아요. 사물을 만지면 사람들은 그 촉감을 거칠기나 질감, 부드러움, 온도, 경도 등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런 촉각의 특징을 정의하고 분류해 스케일(범위)을 만들어야 하죠.”


사람들은 시청각에 대해서는 학습하지만 촉각의 종류나 정도에 대해서는 거의 학습하지 않는다. 때문에 로봇이나 메타버스 시스템에 촉각을 반영하는 데도 긴 시간의 학습이 필요하다.


이광철 책임연구원 “어릴 때 색이 무엇이다, 이것은 이런 소리라고 배우는 예는 있어도 이 사물의 거칠기가 어느 정도라고 배우지는 않잖아요. 그러니 이번 연구에서는 ‘어떤 천의 거칠기는 어느 정도’라는 식으로 수많은 재료를 기반으로 한 학습 과정이 필요한 거죠.”


김민석 단장 “촉감을 정량화해서 표준을 정립하고, 센서와 디스플레이 등을 만드는 작업에는 긴 시간이 필요해요. 연구단뿐 아니라 산업체 등 여러 분야와의 협업도 필요하고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표준을 정립해야 하니까요.”


촉각의 표준화는 해외에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완벽하게 구현한 사례는 없다. 먼저 선점하는 쪽이 촉각 연구에 이정표를 남길 수 있다.


촉각이 반영되면 메타버스 공간은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우삼용 박사 “특히 여러 분야의 시뮬레이션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구현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군사나 의료 분야에서의 가상 훈련이 대표적이죠. 예를 들어 의사들이 장기의 촉감을 느끼며 실감 나게 시뮬레이션을 한다면 실제 수술의 완성도는 훨씬 더 높아질 겁니다. 촉각의 반영으로 인해 의료 분야 전체의 발전도 가능해지는 거죠.”



가상공간에서 촉감까지 느끼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어쩌면 그곳에는 다른 차원의 위로와 희망,

가능성이 숨 쉬고 있지는 않을까?





파고 파도 끝없는 무궁무진함이 매력


각 분야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되는 융합 연구인 만큼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필수다. 


출범 이후 지난 1년은 서로를 이해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이었다고 김민석 단장은 말한다. 연구단 사람들은 이번 연구의 매력을 뭐라고 느끼고 있을까?


김민석 단장 “파고 파도 끝이 없는 무궁무진함, 그게 매력이에요. 촉각을 분류해서 표준을 정립하고, 센서나 액추에이터 같은 디바이스를 만드는 일은 무척 까다롭지만, 그렇기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촉감표준융합연구단은 촉감 상호작용 원천기술 확보와 관련 표준화를 주도해 메타버스 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햅틱 시장 선점에 이바지하고자 힘쓰고 있다. 


다양한 산학연 참여기 관과의 협업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융합 연구의 핵심은 모두의 힘 을 하나로 모으는 데 있다. 연구단은 각자의 개성을 살리되 거대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뚜벅 뚜벅 나아가고 있다. 


우삼용 책임연구원은 결국 이 연구 과정을 통해 상용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우삼용 책임연구원 “이번 연구는 결국 데모가 중요합니다. 촉감은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는 게 훨씬 나으니까요. 그래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연결되길 원한다. 인류의 연구 역시 줄곧 ‘연결’을 향해왔다. 그래서 사회를 만들고, 자동차와 비행기 등 이동 수단을 만들고, 인터넷과 네트워크 환경을 만들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상의 공간에서 무언가를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다는 건 그저 일부의 기이한 행동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연구를 통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냈고, 우린 이제 그곳에서 또 다른 차원의 삶을 꿈꾼다.


가상공간에서 촉감까지 느끼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어쩌면 그곳에는 다른 차원의 위로와 희망, 가능성이 숨 쉬고 있지는 않을까? 앞서 우삼용 책임연구원이 언급했듯 촉감을 통해 까다로운 수술의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해보라. 


가상공간의 초실감 구현은 곧 기술을 만들고 그 기술의 혜택을 받는 ‘인간’을 향해 있다. 인간은 언제나 스스로를 구원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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