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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하나를 보고 만지고 옮긴다.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03-19 23:21
  • 분류Issue Report
  • 조회수2854

원자 하나를 보고 만지고 옮긴다 

     

 원자현미경 사진

사람은 세상을 어떤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의 오감으로 외부의 사물을 인식하며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것이 시각이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 더 이상의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이 먼저 믿고 이해한다. 인간의 맨눈으로는 보지 못하여 존재 자체를 몰랐던 미시의 세계를 보게 해 주는 현미경은 이제 개별 원자를 관찰하고 제어할 수 있는 극한의 수준에 와 있다. 

 

겉보기에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우리의 세상은 무엇으로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하는 물음은 고대 그리스 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다. 훨씬 더 단순한 부분들의 조합으로 되어 있지 않을까? 당시 4원소로 되어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철학자들도 있었으나 증명될 수 없는 가설일 뿐이었다. 그렇게 수 천 년이 흘러갔다. 1660년대 광학현미경이 처음 등장하고 이것으로 관찰된 미생물들의 세계는 맨눈으로 세상을 파악하던 사람들에게 이전에 알지 못했던 엄청난 새로운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충격을 주었다. 또한 모든 생물체는 세포라는 신기한 기본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관찰은 인간사회에 인식의 혁명적 전환을 가져왔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는 또 다른 고대 철학자들의 가설은 19세기를 거치고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었고 양자역학의 발전과 함께 주기율표의 여러 가지 원자들의 세부적인 구조가 결정되었다. 20세기 초 X-선 회절실험으로 기체분자뿐만 아니라 고체 덩어리도 원자들의 질서정연한 배열상태로 존재한다는 실험결과는 새로운 과학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 고체 내부의 규칙적인 원자배열은 나중에 나온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더욱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확인이 되었다. 

 

파장이 0.5 μm 전후인 가시광을 사용하는 광학현미경이 회절한계로 인하여 더 이상의 고배율로 가지 못하는 데 비하여 20세기에 들어와서 만들어진 전자현미경은 훨씬 짧은 파장의 전자빔을 사용하여 nm수준의 초고분해능의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오늘날 전자현미경은 산업재료의 개발에 필수적인 장비가 되었다. 다양한 소재의 조합이나 공정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재료의 미세구조를 제어하여 재료의 거시적 물성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으로 물체를 보는 것과 같은 관점의 가장 고배율의 현미경은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달성되었고 이것은 더욱 성능이 좋아져서 nm 수준의 분해능을 보였으나 그것으로 끝이라고 여겨졌다. 즉, 개별 원자배열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궁극적인 원자분해능의 현미경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모두들 여겼다. 전자현미경의 분해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파장을 더 짧게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전자빔의 에너지를 더욱 높이면 시료가 파괴되어 관찰이 불가능하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단일 원자는 인간의 시각적 관점으로는 관찰이 불가능할 것으로 누구나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1980년대에 나온 주사관통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은 이런 여러 가지 선입견을 모두 뒤집어 버렸다. 1983년 실리콘 웨이퍼 위에 있는 개별 원자배열의 관찰이 처음 논문으로 보고된 후에도 3년 정도는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고 그 중에는 논문이 사기일것이라고 내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를 실현시킨 것은 당시 최첨단의 정밀측정 기술들의 조합이었다. 

 

pA (1x10-12 A) 수준 저전류의 고속 측정, 0.1 ?보다 정밀한 위치측정과 위치제어 및 외부진동의 차단, 컴퓨터에 의한 측정 및 제어의 자동화 등 1980년대 초반의 시점에서는 최첨단인 여러 분야의 기술들을 모아서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작동시켜야 가능했다. 또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자는, 상식을 뒤집는 발상의 비약도 필요했다. 원자 분해능의 이 현미경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가설로만 존재했던 전자구름의 개념과, 직접 접촉하지 않은 전극 사이에도 에너지 장벽을 뚫고 전류가 흐르는 터널링 현상 등을 거시적 규모에서 실현하고 제어했다. 

 

이후 30여년이 지나는 동안 원자현미경 기술은 여러 사람들에 의해 더욱 발전되었고 최근에는 한 개의 원자를 관찰하고 제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실리콘은 지표에서 산소 다음으로 가장 풍부한 물질이며 반도체 소자의 주재료로 사용된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지상 최대의 산업으로 60년 이상의 오랜 투자와 기술개발로 지상 최고의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단원자 제어 수준의 초정밀 제조기술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KRISS에서는 자체 제작한 원자현미경을 이용하여 실리콘 웨이퍼의표면 부근에 대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미량의 불순물에 의한 웨이퍼의 오염, 단분자 수준의 흡착과 열분해, 표면 이하로 침투한 불순물 원자 주위의 구조 등을 정량적 측정으로 규명해 왔다. 또한 특별한 표면구조의 쌍안정성을 이용하여 한 개의 원자에 1-2개의 전자를 넣어 장기간 저장하거나 빼내는 단원자 메모리 기술 등도 연구하고 있다. 이 현미경으로 과거에는 해결이 불가능했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글 : 구자용 (KRISS 나노소재평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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