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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관측의 신비한 세계에 눈뜨다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20-10-08 14:50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1175

천체관측의 신비한 세계에 눈뜨다

가스분석표준그룹 김진석 박사

 

 

하늘에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질 무렵이면, 문득 별 헤던 밤이 언제였는지 그리워진다.

끝내 닿지 못할 것 같은 신비한 존재!  

 

그래서 사람들은 반짝이는 별을 보며 자신의 운을 점치거나, 사랑을 약속하는 등 별과 우주를

동경의 대상으로 여긴 것이 아닐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천체관측을 취미로 삼은 유별난 과학자가 있다.

 

광활한 우주를 만끽하며 사는 김진석 박사.

그를 무아지경으로 빠지게 한 천체관측의 세계를 만나보자. 

  

 

 

우주를 향한 본능적인 이끌림


인터뷰 덕분에 집에 초대됐다. 천체관측을 위해 집 선정에도 고심이 많았다는 그의 집은 산속에 자리 잡은 주택단지로 꼭대기 층에 위치해 있었다. 김진석 박사는 자신의 소개를 이름풀이로 시작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별에 관심이 많았어요. 알고 보면 이름에도 별이 있거든요. 별 진(辰), 주석 석(錫)자를 쓰니까요.

그래서 제 스스로 이름의 뜻을 ‘나는 별을 좋아하는 성실한 사람’이라고 분석했죠.

이것 때문에 결국 우주화학을 하게 됐고요.”

 

이쯤 되면 그는 별과 운명인 걸까? 흥미로운 궁금증을 가진 채 천체관측에 필수품인 망원경부터 둘러봤다.
복층에 위치한 방문을 열자 천문대에서나 볼 법한 육중한 느낌의 굴절망원경과 반사망원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가 제 취미방인데요. 날씨가 좋고 구름이 없는 날은 모기장을 준비해서 베란다에 나가 천체관측을 합니다.

이게 사진처럼 찰칵! 한 번 찍어서 되는 게 아니라 500장을 찍어서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취미도 제대로 하려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 김진석 박사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세상에 천체 관측을 취미로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언뜻 생각해도 참 매력적이다. 하지만 관련 지식이 없는 초보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기도 하다. 광활한 우주에서 별과 성운 등을 이해하고 제대로 보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우주화학을 전공한 김진석 박사에게 천체관측 취미활동은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찰떡궁합이다.

 

“천문학의 거장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이 있는데 그 작품을 읽고 나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다 챙겨보면서 정보를 습득했죠.

망원경은 미국에서 박사과정 때 우주화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어요. 우주화학을 하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망원경을 갖고 계셨거든요. 저 역시 저렴한 망원경을 사서 밤하늘을 관찰하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그 후 본격적인 취미생활이 시작된 것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망원경을 다시 꺼내들면서 부터다.

“KRISS에 와서 한동안 연구에만 매달리다가 부원장을 맡기 전후에 삶에 여유가 좀 생겼어요.

그래서 망원경을 찾아봤는데 다시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더라고요.

마침 보너스를 받기도 했던 터라 천체망원경과 필요한 장비를 과감하게 구매했습니다. 당시 아내에게는 중고로 구입했다며 안심시키기도 했죠. 결국 나중에 알게 됐지만요." 

  

 

  

그렇게 김진석 박사는 12년째 천체관측에 빠져있는, 아니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쳐있다. 독학으로 망원경을 공부했지만 재밌는 일을 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아내에게도 선언했어요. 다른 곳에 돈을 허투루 쓰지 않으니 이 취미생활은 즐기겠다고. 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즐겁거든요. 몇백만 광년 떨어진 빛을 보고 있으면 무아지경에 빠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고요한 세상이죠.”
 

 

 

 

 

취미 때문에 달라진 인생관


이쯤 되니 김진석 박사가 포착한 천체사진이 궁금했다.

그가 내민 사진 속에는 태양 활동의 척도가 되는 흑점은 물론, 선명한 고리를 뽐내는 토성을 비롯해서 별이 폭발하는 수퍼노바(Supernova)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우주 속 별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 지난 봄 도마령에서 천체관측한 오리온 성운

 

 

 

▲ 괴산군 공림사에서 찍은 M51: 3100만 광년 떨어진 ‘소용돌이 은하’
  

“저는 사진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예술성을 추구하지는 않아요. 다만 학생들에게 우주화학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일 년에 3~4번은 희망하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천체관측을 나갑니다.  

학생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학문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거든요.”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보니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료 연구원들도 천체관측 활동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김진석 박사는 이런 취미활동을 통해 또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은퇴 후에 천체와 관련된 지식기부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제 고향이 문경인데 그 동네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과학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시야를 키워주고 싶어요.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별들이 폭발할 때 생긴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별 5개의 가치야!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 눈이 반짝거려요. 그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취미활동으로 은퇴 후 삶까지 설계할 정도라니 그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모습은 마치 소풍을 앞둔 소년처럼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사실 우리가 지구에 살지만 스스로의 모습을 보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망원경을 통해 은하수를 관찰하다 보면, 인간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돼요.

드넓은 우주 속에서 한없이 작은 푸른 행성 안에 살고 있는데, 아옹다옹하면서 살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환경에서 사는 것이 다행이고 그래서 지구를 더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미를 통해 인생관이 바뀌게 된 셈이죠.”

 

 
무한한 우주의 신비를 경험하면 인생이 훨씬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까?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는 연구자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오늘은

왠지 밤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싶다.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을 담아 보내는 상상을 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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