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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걷는 길, 초전도 소자 기술로 양자컴퓨터의 꿈에 다가가다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9-10-01 14:28
  • 분류함께 걸어가다
  • 조회수2828

뚜벅뚜벅 걷는 길, 초전도 소자 기술로 양자컴퓨터의 꿈에 다가가다
KRISS 양자기술연구소 양자정보팀


영화 앤트맨이나 어벤져스의 주인공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역학의 원리를 활용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물론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였지만 대중들이 양자역학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에 충분했다.
현재 양자역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꿈의 컴퓨터라 불리는 ‘양자컴퓨터’다.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슈퍼컴퓨터가 푸는 데 10억 년이 걸리는 소인수분해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풀 수 있는 차원이 다른 컴퓨터다.
이를 연구하는 KRISS 양자정보팀과의 만남이 더욱 기대된다.
[글: 김민영, 사진: 김병구]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양자컴퓨터 시대  

 

최근 구글과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목적으로 초보적인 모델을 선보이는 등 앞다퉈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대체 뭐길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것일까?  

 

양자컴퓨터는 1982년 미국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R.Feynman)이 처음으로 개념을 제시했다. 기존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비트가 아닌 양자역학의 특성을 이용한 컴퓨터를 만들면 연산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당시 그의 제안은 이론적인 아이디어에 머물렀지만 1994년 피터 쇼(P. Shor)가 양자컴퓨터 기반의 암호해독 알고리즘을 발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정연욱 책임연구원은 “양자컴퓨터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기술 개발 속도가 정말 빠르다는 겁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특정한 문제에 대해 기존 컴퓨터가 할 수 없었던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셈이죠.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기술 중에 가장 유망한 것이 초전도 기술인데요. 우리팀이 오랜 기술적 노하우를 가졌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구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비트(bit)라는 단위를 쓴다. 0과 1이라는 두 숫자로 모든 정보를 처리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 두 가지 상태의 양자역학적 중첩(superposition)을 이용하는 큐비트(qubit)로 정보를 기록하고 처리할 수 있다. 즉 N개의 큐비트는 양자 얽힘(entanglement)현상으로 인하여 2N개의 정보를 가질 수가 있다.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정보처리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잘 이용하면 연산 속도를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기존 컴퓨터가 하기 어려운 복잡한 연산 등의 문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보조적인 슈퍼 머신인 것이죠. 아직 세상에 완성된 형태의 양자컴퓨터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발전 속도로 봐서는 10년 후 쯤이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정연욱 책임연구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제대로 된 양자컴퓨터가 등장한다면, 암호해독이나 신물질 개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최적화 문제, 머신러닝 등 특정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혁신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조셉슨 소자기술을 이용한 큐비트 연구  

 

KRISS 양자정보팀은 2009년부터 조셉슨 소자기술을 이용한 큐비트 연구에 뛰어들어 양자컴퓨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큐비트란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핵심요소로, 현재는 조셉슨 소자기술을 이용한 초전도 회로를 통해 큐비트를 구현하고 있다.   

 

큐비트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양자가 서로 얽힌 상태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큐비트에 변화를 주면 미세한 온도 변화나 소음, 진동만으로도 에너지가 새어 나가 연산에 실패하는 결잃음(decoherence) 상태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양자컴퓨터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핵심은 큐비트의 품질을 높여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중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큐비트의 안정성 지표인 결맞음 시간(Coherence time)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시작한 연구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세계적 수준에 가깝게 끌어올렸습니다(송운 책임연구원).”  

 

연구에 참여했던 박관열 학생은 “제가 처음 KRISS 양자정보팀에 왔을 때만 해도 양자상태 유지기간이 수십 마이크로초까지 가능했는데요. 지난해 100 마이크로초까지 증가시키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양자정보팀은 2016년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함께 ‘멀티 플랫폼 큐비트 양자정보 보안기술’에 대한 융합연구를 통해 정보통신의 안정성에 대한 검증 및 양자암호통신 원천기술 개발에 착수하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다. “양자기술은 범위가 넓어요. 원자나 빛, 다이아몬드로도 할 수 있는데 그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우리 표준연에 다 있어요. 그래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가면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고 했던 거죠. 3년째 진행중인데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합니다(정연욱 책임연구원).”  

 

이 밖에도 연구팀은 초전도 소자를 이용해서 빛의 알갱이인 광자를 하나하나 검출해 볼 수 있는 단일광자검출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송운 책임연구원은 “양자통신에서 보낸 신호를 받기 위해서는 감도가 높은 검출기가 필요한데요. 그런 성능 좋은 검출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초전도입니다. 그래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 애쓰고 있죠.”라고 소개했다.  

 

검출기 연구를 함께하는 최지만 학생은 “검출기는 광학적인 특성이 결합된 소자거든요. 그래서 광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나 시뮬레이션도 필요하고 포괄적인 공부가 필요해서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성능이 향상되는 걸 보면 뿌듯하죠.”라고 연구의 보람을 밝혔다.  

 

 

 

 

우리가 제일 잘하는 일, 뚜벅뚜벅 가겠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비가 필요하다. 더욱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장기연구이기 때문에 국내 저변이 좁다. 양자정보팀은 “선진국에서는 20년 전부터 연구를 해왔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사람을 모으기 시작한 단계죠. 그래서 연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실험실이 작기도 하고, 낡은 장비들로 소자를 많이 생산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습니다.”라며 한 목소리로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일당백을 해내고 있다는 이준영, 최지수 연구학생은 “학부생일 때는 정해진 솔루션을 따라해보는 정도 밖에 안 됐는데 실제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발전이 있을 때 희열을 느낀다.”며 “어렵지만 자긍심이 느껴진다”고 했다. 정연욱 책임연구원도 “우리팀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을 또박또박 잘 해요. 좋은 학생들과 연구를 하게 된 건 행운이죠.”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지금 단계에 맞는 연구 과제를 잘 파악해 탄탄한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뚜벅뚜벅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팀이 더 커진다면 장기적으로 정말로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인터뷰 내내 초전도는 우리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던 양자정보팀! 그들의 연구에 날개를 달아줄 우수인력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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