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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맵다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9-07-30 09:13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8347

 

작은 고추가 맵다  

속담 속 측정과 과학  

우리 속담에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이 있다. 겉보기에는 작고 볼품없는 사람이지만 재주가 뛰어나다는 의미의 속담일 것이다. 즉, 사람의 가치는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음을 뜻한다. 서양에도 "사람은 길이로 측정할 수 없다(Men are not to be measured by inches)."라는 비슷한 의미의 속담이 있다. 모두 사람의 능력이나 됨됨이는 외형적인 크기와는 무관함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의미라 해도 서양 속담은 직설적인 반면, 우리 속담은 은유와 재치가 돋보인다. [글: 박용기 KRISS 초빙연구원]

 

 

작은 키의 기준은

 

크다, 작다를 가늠하는 일은 측정의 시작이다. 옛날에는 길이, 부피 그리고 무게 정도를 측정할 수 있으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재는 방법과 재는 기구를 도량형(度量衡)이라 부르고 중요하게 여겼다. 여기에 아마 시간이나 시각에 대한 기준만 있으면 충분하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작은 키란 그 시대 사람들의 평균 키보다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류의 평균 키는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을까? 연구에 의하면 70만 년 전부터 20만 년 전까지 인류의 평균 키는 대략 157.5 cm였다고 한다. 그리고 20만 년 전부터 2만 8천 년 전까지 살았고 현존 인류와 가장 유사한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남성은 165.1 cm, 여성은 155 cm 정도였다고 한다.  

 

9세기에서 11세기까지의 중세시대에는 평균 키가 173.4 cm로 지금과 유사했지만, 1600년 이후 19세기까지는 오히려 줄어들어 167 cm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의 한 가지 이유는 중세시대 유럽의 따뜻한 기후 때문이다. 그 후 산업혁명으로 농업과 공업 생산량이 증가하고 인류의 생활이 나아지면서 평균 키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평균 키가 뚜렷하게 증가한 시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1900년대 초반부터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남성의 평균 키는 161 cm, 여성의 평균 키는 149 cm로 조사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키(2016년 자료)는 남성이 173.5 cm, 여성이 161.1 cm로 각각 세계에서 45번째 및 46번째로 큰 편이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크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라는 남성의 경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83.9 cm)이고 여성의 경우 네덜란드(169.9 cm)이다. 아시아의 경우 일본은 남성이 170.7 cm, 여성은 158.0 cm였으며, 중국은 남성이 167.0 cm, 여성은 158.6 cm다. 한편 북한은 남성 평균 신장이 165.6 cm, 여성 평균 신장은 154.9 cm다.  

 

 

키 작은 위인들  

 

키나 체구가 작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가지게 한다. 어쩌면 그래서 키가 작은 사람들은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키가 크고 신체적 조건이 좋은 사람보다 더 많이 노력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같은 맥락의 다른 속담도 있다. ‘키 크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
 

그렇다면 키가 작은 사람 중 뛰어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우리가 잘 아는 음악가 중, 두 명의 천재 음악가들은 키가 조금 작은 편에 속한다. 모차르트(1756~1791)는 163 cm로 그 당시 평균 키보다 약간 작은 편이었고, 베토벤(1770~1827)도 162 cm였다. 사망한 지 200년이 흐른 지금도 근대 철학의 중심인물로 남아있는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 역시, 키가 작고(155 cm 가량) 등이 굽어 꼽추처럼 보였을 정도로 대표적인 ‘작지만 매운 고추’라 할 수 있다. 미술계에서는 파블로 피카소(1881~1973)를 꼽을 수 있다. 그의 키는 163 cm로 역시 평균 키에 못 미쳤지만, 세계 미술의 큰 획을 그은 위대한 예술가였다. 전(前)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1874~1965) 역시 167 cm로 평균 키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인물 중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강감찬 장군의 키는 151 cm였다고 한다. 고려시대 남자 평균 키가 162 cm 전후였다고 하니 강감찬 장군 역시 아주 작은 키의 위인이었다. 조선 후기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인 전봉준 장군(1855~1895)도 키가 152 cm에 불과했으며 이로 인해 콩 종류 중에서도 작은 ‘녹두’라는 별명이 생겼고, ‘녹두장군’이라 불렸다.  

 

 

 

스코빌 지수(Scoville scale)


이제 진짜 고추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고추는 매워야 제맛인데, 그 매운맛이란 무엇이고 그 정도는 어떻게 결정할까? 매운맛을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Scoville scale)라는 것부터 설명하기로 한다. 스코빌 지수는 고추와 같이 매운맛을 가진 음식의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미국의 약사인 윌버 스코빌(Wilbur Scoville)이라는 사람이 1912년에 만든 지수로, 매운맛의 정도를 SHU(Scoville Heat Unit)라는 단위로 나타낸다.


스코빌 지수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사람들이 직접 매운맛을 보며 측정을 했다. 측정하고자 하는 마른 고추의 무게를 정확히 재고 알코올에 녹여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을 추출 해낸 뒤 설탕물에 조금씩 희석해 가면서 매운맛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다섯 명의 훈련된 매운맛 감별사들에게 맛을 보게 했다. 이들 중 최소 3명이 매운맛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시음을 계속했고, 그 때의 설탕물의 양으로 지수를 결정했다. 매운 정도는 이 희석된 설탕물의 양을 기준으로 100 SHU의 배수로 등급을 나눴다. 전혀 맵지 않은 파프리카가 0이며 매울수록 SHU 값이 커진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순수한 캡사이신의 매운맛은 15,000,000 SHU ~ 16,000,000 SHU다. 우리가 맵다고 느끼는 청양고추의 경우, 고추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대 12,000 SHU가 된다고 한다. 즉 청양고추 기름 1 수저는 설탕물 12,000 수저로 희석시켜야만 매운맛을 못 느끼게 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측정하는 사람들에 따라 50 % 정도까지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1980년대부터는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종류 물질의 정량적인 양을 측정해 지수를 결정하게 됐다. 즉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igh-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 HPLC)라는 방식으로 매운맛을 내는 물질의 함량을 측정한 후 기존의 스코빌 지수로 환산하는 것이다. HPLC로 측정한 캡사이신의 농도가 1 ppm(part per million, 백만분의 1)이면 여기에 16을 곱하여 스코빌 지수로 환산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청양고추의 경우 스코빌 지수가 12,000 SHU이면, 마른 청양고추 속에는 매운맛을 내는 물질의 농도가 750 ppm이라는 말과 같으며, 1 g의 마른 청양고추에는 매운맛을 내는 물질이 0.00075 g 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운 고추의 서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운 고추의 대명사는 청양고추다(스코빌 지수: 4,000~12,000 SHU). 하지만 청양고추의 매운맛을 세계적인 매운 고추들과 비교해보면 서열에 들지도 못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죽음의 사신이라는 캐롤라이나 리퍼(Carolina Reaper)였다. 이 고추는 빨갛고 쭈글쭈글하며 조그마한 꼬리가 특징인 작은 고추로, 2013년 《기네스 세계 기록》은 과거의 기록 보유자 트리니다드 스콜피언 버치 T 페퍼(스코빌 지수: 146만 SHU)를 누르고 이 고추를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인정했다. 이 고추의 스코빌 지수는 자그마치 157만~220만 SHU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이보다 2배 정도의 매운맛을 가진 고추가 등장하면서 매운맛 왕좌의 자리를 내놓게 되었다. 최근에 등장한 매운맛의 지존 격이 되는 고추는 페퍼엑스(pepper X)로, 이 신종 고추의 스코빌 지수는 무려 318만 SHU나 된다.
 

그 밖에 귀신고추라 알려진 부트 졸로키아(Bhut Jolokia)의 스코빌 지수는 8만~100만 SHU, 타이고추는 5만~10만 SHU, 할라피뇨는 2,500~10,000 SHU, 타바스코 소스는 2,500~5,000 SHU, 그리고 풋고추는 1,500 SHU 정도다.
 

 

매운맛의 과학


고추의 매운맛은 사실 우리가 느끼는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그리고 감칠맛과 같은 기본 맛은 아니다. 고추와 같이 매운 음식을 먹게 되면 그 속에 있는 캡사이신이라는 물질이 혀에 있는 TRPV1 이라는 통증을 느끼는 수용체와 결합하게 된다. 이 수용체는 통증과 함께 열을 감지하게 되므로 캡사이신에 의한 통감과 열감을 뇌에 전달하게 된다. 이런 강한 감각이 뇌에 전달되면 뇌는 입안의 통증과 뜨거움을 완화하기 위해 반응한다. 즉 대사활동을 증가시키고 땀을 내서 열을 삭이고 침과 점액의 양을 증가시켜 자극을 준 물질을 씻어내려 한다.


콧속의 섬유질이 자극을 받아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눈도 자극을 받아 눈물을 흘리게 된다. 더 나아가 식도에 있는 통증 수용체는 가슴이 뜨겁게 달궈지는 느낌을 들게 하고, 자극을 받은 격막신경은 폐를 자극하여 딸꾹질을 유발하며, 위에 경련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소화율이 증가해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우리 뇌는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도 방출한다. 이 때문에 통증과 함께 쾌감도 느낄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사람들이 매운맛을 찾는 이유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여기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매운맛을 좋아하고 더 즐기는 사람들은 매운맛을 잘 견디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는 게 정설이다. 이들도 동일 수용체를 지니고 있지만, 매운 음식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캡사이신이나 다른 매운 음식이 수용체로부터 뇌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P 물질’을 감소시킴으로써 얻어진 후천적 특성이라고 한다.


우리 속담처럼 작은 고추들이 실제로도 매운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매운맛이 강한 작은 고추를 먹어 입안에 불이 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는 물을 마시지만, 물은 매운맛의 주범인 캡사이신을 수용체로부터 녹여낼 수 없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하지만 알코올 혹은 우유와 같이 지방이 들어있는 음료를 마시는 것은 효과가 있다. 캡사이신이 이들 음료에는 녹아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설탕, 밥, 사우어 크림, 꿀, 라임 같은 산성분 등도 매운 고추로 불 난 입안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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