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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9-07-29 16:43
- 분류함께 걸어가다
- 조회수1552
영화 같은 도시, 안전을 생각하는 여행
부산
내게 부산은 파라다이스 같은 도시이다.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친구들과 떠난 여행지, 크고 빛나는 아름다운 해수욕장, 밤을 수놓은 불빛들과 해변의 재즈공연. 그 후 한동안, 학교를 졸업하면 부산에서 살 거라고 얘기하곤 했다. 여전히 부산 가는 길은 스무 살 그 시절처럼 설렌다. 돌아가고 싶은 그 날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을 때, 부산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글: 성혜경, 사진: 김병구]
생명을 지키는 인생체험
부산, 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좀비 스릴러액션 <부산행> 그리고 쓰나미 속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그린 <해운대>이다. ‘해운대’라는 특정지역, 한정된 공간을 쓰나미가 덮친 전대미문의 재난구역으로 그렸기에 더욱 경각심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바다와 접한 부산은 지역 특성상 태풍, 지진, 해일 등의 피해 우려가 높은 지역이다. 전국 소방안전체험관 방문객이 7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해양안전에 초점을 맞춘 부산 119안전체험관 역시 매일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어린이 체험자들 틈에 섞여 체험관 투어를 시작했다. 부산 119안전체험관은 전국 최초의 전기안전체험관을 비롯해 도시재난, 자연재난, 생활안전, 화재대응, 구급출동119 등 모두 7개의 코스로 구성된 119안전체험관이다. 2층의 도시재난 코스에는 다중이용업소의 화재 상황을 연출해 대응 방법을 체험하는 체험이 준비되어 있었다.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노래방, 화재경보음이 울리고 체험자들은 미리 배운 대로 손수건이나 옷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연기가 꽉 찬 복도를 지나 탈출했다.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지만, 사실 연기 때문에 앞도 잘 안 보이는 데다 복도가 워낙 좁다 보니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서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실제상황이라면 어떨까 생각하면 지금도 간담이 서늘하다.
바닥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던 관람객들은 황급히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테이블 다리를 붙잡고 앉았다. 진동이 잦아들자 밖으로 나와 전기와 가스 밸브를 차단했다. 문이 찌그러져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할 수도 있기에 미리 현관문을 열었다. 그 순간 다시 땅이 흔들렸고 체험자들은 다시 테이블 밑으로 피해 지진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진도 7 규모의 지진 발생 상황을 연출한 지진체험 코스였다. 겨우 1분 남짓이었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날 체험자들은 구명뗏목을 타고 여객선을 탈출하고, 화재가 발생한 지하철 전동차의 문을 수동으로 열고 선로를 통해 빠져나가는 등 다양한 안전 행동 요령을 체험했다. ‘4분의 기적’이라 불리는 심폐소생술도 배웠다.
레트로 감성의 부산 골목
이제 기차 속에서 내내 그렸던 해운대로 향할 차례. 그 시절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해운대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달맞이고개가 필수였다면 요즘은 달맞이고개의 명성을 넘보는 해리단길이 있다.
해운대구 우동의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역. 그 뒤쪽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의 자원 수탈을 위해 건설한 철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길을 따라가니 높은 빌딩들이 솟아 있는 해운대해수욕장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기껏해야 2~3층의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해리단길이다.
한때 동해남부선 해운대역 구간이 폐쇄되면서 낙후되어갔던 마을이 재정비되었고 3~4년 전부터 감각적인 카페와 상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소문이 퍼지면서 2017년부터 이곳을 ‘해리단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을 곳곳에 퍼져 있는 상점들을 구경하려면 골목을 구석구석 누벼야 한다. 길에는 2층 남짓한 주택들이 보이고 집들 사이에는 느낌 있는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50여 개의 상점 중, 대부분은 레스토랑과 카페이다. 옷가게와 액세서리 가게도 있다. 이 상점들은 마을주민의 집을 개조해 만들었다고 한다. 상점 건물들은 모두 하얀색이나 파란색 등 한 가지 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저마다 개성이 담긴 간판들이 걸려있었다. 굳이 무엇을 사거나 먹지 않더라도,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구경거리가 많았다.
짙은 청록색 타일벽에 주황색 미닫이문이 달린 카페에 들어가 카푸치노를 마시며 레트로 감성에 흠뻑 취해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길을 나섰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철길
해안 쪽으로 조금 더 접근해보기로 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미포철길이다. 동해남부선 철도(1934년) 폐선부지로 해외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진 곳. 북적이는 해운대해수욕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정적인 분위기이다.
와우산 기슭의 부산과 경주를 잇는 동해남부선은 우리나라 유일의 임해철도선이었다. 지난 2013년 12월 2일 해운대 도심을 지나는 우동~기장 구간의 복선화가 완료되면서 해안을 따라 달리던 147.8 km의 동해남부선 철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행히 4.8 km의 구간을 트레킹코스로 개방해 해운대 미포, 청사포, 구덕포 등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남아 있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철길’이라는 수식어 그대로, 고개만 살짝 돌려도 짙푸른 바다와 초록 나무, 검은 바위들이 어우러진 해안 풍광이 내다보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있는 침목을 하나씩 밟으며 걷다 보니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졌다. 멀리 파도 소리가 들리고 얼굴에 닿는 바람이 느껴졌다. 레일을 따라 예쁘게 어우러진 나무들은 따스한 느낌을 주고 한때 기차가 통과했던 터널은 녹이 슬고 페인트가 벗겨진 상태 그대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사람들이 끄적거린 낙서들마저 예스럽다.
평온하기만 한 해수욕장
걸어서 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 스무 살 여행의 추억들이 먼저 스쳐 갔다. 영화 <해운대>의 장면들도 오버랩되며 떠올랐다. 평온하고 행복한 순간에 닥쳐온 무시무시한 재난. 예상치 못한 쓰나미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이던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다행히 해운대해수욕장은 평온하기만 했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석양을 배경으로 셀카 촬영에 여념이 없는 커플들, 모래 장난에 까르르 웃는 아이들과 흐뭇이 미소를 짓고 있는 부모. 뭔가 몽환적이랄까, 비현실적인 장면처럼 느껴졌다. 해수욕장을 호위하듯 병풍처럼 둘러싼 고층빌딩들은 어두워진 하늘을 배경으로 화려한 야경을 그려냈다.
검은 수면 위에 일렁이는 오색 불빛들은 해운대를 더 매력적인 곳으로 만든다. 안전은 평화로울 때 지켜야 하는 법. 지금 누리는 여유로움에 감사하고 혹시 모를 위험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마음껏, 충분히 생각할 수 있게 해주기에 여행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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