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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단위의 탄생에서 재정의까지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9-01-22 09:51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2946

물리학 연구에서 사용되는 PPMS라는 실험장치가 있다. 단어를 풀어쓰면 Physical Property Measurement System이고 번역하면 물성측정시스템이다. 일반인들은 물론 과학자조차 관련 분야가 아니라면 평생 접하기 힘든 물건이다. 그런데도 모습은 복잡하게 보이지 않는다. 마치 커다란 맥주 저장 탱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탱크는 온도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냉동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특정 물질이 낮은 온도에서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고 우리는 과학자가 이런 변화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연 물질 온도가 얼마나 내려가야 그들에게 의미가 있을까? 글. 김병민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최명미    

 

우리가 잘 몰랐던 절대온도 켈빈(K)


이 장치는 절대온도인 켈빈(K) 단위로 약 2 K까지 내려간다. 그 런데 이 사실이 대단한 걸까. 0 K도 아니고 음의 온도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이 장치의 가격이 수도권 아파트 한 채와 맞먹는 다. 그러니까 이 정도 온도로 내리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2 K는 얼마나 낮은 온도일까? 절대온도의 가장 낮은 온도는 0 K이다. 그러니까 음의 온도가 없다는 거다. 0 K가 얼마나 낮은지 보자.  

 

지구를 떠나 9년 반 동안 암흑공간을 날아간 뉴허라이즌스호가 지구로 보내온 왜행성 의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차가운 우주에 있던 그 행성은 바로 명 왕성이고, 온도는 33 K이다. 그리고 우주에서 가장 춥다는 부메 랑 성운은 1 K이다. 그러니까 이 장치가 만들어내는 온도는 깊은 우주환경과 같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절대온도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우리는 섭씨(℃) 온도에 익숙하다. 

 

그렇다면 절대온도 0 K은 섭씨로 어느 정도냐는 질문이 생긴다. 0 K를 섭씨로 변환하면 ?273.15 ℃이다. 그런데, 질문이 하나 더 생긴다. 0 K 미만의 온도는 없으니 -273.15 ℃ 미만은 없 다는 얘기가 된다. 우주에서 이보다 더 낮은 온도로 존재하는 물 질이 없다는 말인가? 

 

사실 온도 단위에는 잘 알려진 하나가 더 있다. 바로 화씨(℉)온 도이다. 섭씨와 화씨는 한자표기된 외래어이다. 화씨는 영어로 파렌 하이트이다. 1724년 독일 물리학자인 파렌하이트(Daniel Fahrenheit)가 온도를 정의했고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왔 다. 중국인들이 ‘파렌하이트’를 ‘화륜해(華倫海)’로 불렀던 것을 우리나라는 누군가를 호명할 때 성을 이용해 부르듯이 화씨(華 氏)를 사용한 것이다. 섭씨도 마찬가지다. 1742년 독일 물리학자인 셀시우스(Anders Celsius)의 이름을 딴 ‘셀시우스’는 중국에 서 ‘섭이사(攝爾思)’로, 우리는 ‘섭씨(攝氏)’로 사용된 것이다.    

 

 

 

‘만질 수 없는’ 온도 측정의 척도  

 

근원적 질문으로 가자. 과연 이렇게 다양하게 존재하는 온도란 무엇일까. 온도는 수많은 물질 입자들의 평균적인 속도를 측정 하는 척도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뜨거운 물질의 입자들은 차가운 물질의 입자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그로 인해 생성된 열 의 양으로 차갑고 뜨거움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온도가 된다. 그렇다면 이런 열의 측정에는 척도가 있어야 한다. 

         

17세기 초 과학자들은 온도를 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준을 내세웠다. 온도는 길이나 질량과 달리 만질 수 없는 개념이다. 14 15 그래서 직관적인 대상이 필요했다. 버터의 녹는점이나 프랑스 파 리의 관측소 지하실 온도도 기준으로 나왔다. 뉴턴은 사람의 혈액 온도를 기준으로 제안했다. 당연히 모두 부정확했다. 어느 하나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물의 상태 변화는 다른 물질에 비해 일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의 어는점을 100 ℃, 끓는점을 0 ℃로 정하고 그 사이를 100등분 한 섭씨온도가 나왔다. 참고로 초기의 섭씨온도는 어느점과 끓는점이 지금과 반대였다.  

 

반면에 화씨온도는 물의 어는점을 32 ℉로 하고 끓는점을 212 ℉로 해서 그 구간을 180등분 했다. 절대온도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등장 하게 된다. 산업혁명을 떠올리면 증기기관을 빼놓을 수 없다. 유 럽에 소빙하기가 닥쳤고 치솟는 목재 가격으로 대체 연료인 석탄을 찾았다. 탄광이 늘어났고 깊게 파고들어간 갱도에 들어온 지하 수는 채광을 방해했다. 

 

이 물을 퍼내기 위해 펌프가 필요했고 이 때 증기기관이 등장했다. 증기기관은 제국주의의 영토 확장과 함께 철도와 산업 발전의 엔진이 됐다. 당연히 증기기관의 열효율을 높이는데 과학자들이 투입돼 열역학을 발전시켰고 열과 엔트로 피 그리고 온도 사이에 다양한 법칙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켈빈 경은 오스트리아의 볼츠만과 함께 열역학 분야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1848년 절대온도 켈빈(K)을 제안했다. 켈빈이 제안한 온도는 그 전의 온도와 무엇이 다를까. 온도는 물질 입자들의 평균적인 속도라고 했다. 입자가 빠르게 움직이면 온 도가 올라가고 느려지면 온도가 내려가는 논리가 된다. 여기에 이 상기체 방정식인 PV=nRT=NkT(P는 기체의 압력, V는 부피 ,n은 몰 수, N은 분자수, R은 기체상수, k는 볼츠만상수, T는 절대온도) 가 등장한다.  

 

방정식을 외우지 않아도 된다. 쉽게 말해 일정한 압 력(P)에서 기체의 부피(V)는 온도(T)와 비례한다는 것이다. 당연 한 현상을 수학식으로 정리한 거다. 다른 항목은 이미 정해진 값 이거나 상수이니 무시하자. 그런데 섭씨나 화씨의 음의 온도를 여 기에 넣으면 연산이 복잡해진다. 부피가 마이너스라니 이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열역학적인 온도를 묘사하기 위해 양의 값으로만 정의되는 절대온도를 제안한 것이다. 결국 물질의 최소단위인 원자가 움직이지 않는 지점을 절대온도 0 K로 정하게 됐다. 최소 입자가 움직이지 않으니 음의 온도는 없게 된 것이다.  

   

 ?  

 

변하지 않는 상수로 재정의 되는 온도표준

 

시간이 지나고 과학자들은 물을 더 정밀하게 다루게 되었고, 더 나은 기준을 찾게 되었다. 물이 얼음과 물, 그리고 수증기 형태로 동시에 존재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삼중점 온도다. 이 평형상태 온도를273.16 K로 해서 실용 온도계의 기준으로 정했고 이때가 1967년이니 50년 넘게 이 기준이 지구에서 사용된 셈이다. 물의 분자식이 H20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이 아직까지 그 정체를 완벽하게 풀지 못할 정도로 물은 복잡한 상태를 보인다.  

 

물분자를 구성하는 산소와 수소가 여러 동위원소를 갖고 있으며, 조건에 따라 켈빈온도마저 미세하게 달라졌다. 삼 중점에서 벗어난 상태에서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명확하다고 정의한 켈빈온도도 완벽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과학자들은 온도의 새로운 기준을 정의해야 했다. 많은 고민 끝에 변하는 대상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상수를 척도로 삼기로 했다. 

 

앞에서 소개한 이상기체 방정식을 살펴보면, 볼츠만 상 수( k)를 확인할 수 있다. 상수값을 알면 온도를 거꾸로 계산할 수 있으니 거시 세계의 온도를 입자라는 미시세계의 운동과 연결할 수 있고 더 정확하게 온도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새로운 정의가 내년 5월 20일부터 적용된다. 절대온도를 다루는 세상은 일반인에게는 평생 경험하지 못할 영역일 것이다.  

 

리는 섭씨 100 ℃에서 라면을 맛있게 끓일 수 있고 영하 날씨가 되면 따뜻하게 옷을 입으면 된다는 것을 안다. 섭씨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작은 오차조차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온도 단위의 재정의가 왜 중요한가. 섭씨 온도의 세계에 살고 있는 인류이지만, 4차 산업혁명을 포함 한 미래 사회에는 보다 정밀한 과학기술이 필수적이다.  

 

분명 어 느 과학자의 연구실에서는 PPMS 저온 장치를 이용한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고 있을 지 모른다. 대체 에너지와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고, 인간에 가까운 지능을 가진 AI기술이 발달하는 데에는 이러한 새로운 물질이 큰 역할을 한다. 미래에도 여전히 인류는 섭씨온도의 세계에 살고 있겠지만 분명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누군가는 더 정확한 온도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이를 통해 인류의 미래는 더 정교한 이정표를 따라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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