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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기본단위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8-09-03 09:42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2403

국제단위계는 7개의 기본 단위로 구성돼있다. 먼 과거의 관점에서 현존하는 개별 단위들이 어떤 순서로 성립되었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성경 창세기에서는 창조주가 천지를 창조한 후에 가장 먼저 있게 한 것이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로 표현되는 빛이다. 이어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어둠을 밤이라 칭하시니’라는 구절이 나온다. 낮과 밤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빛의 있고 없음으로 정의되었다고 우기면 빛의 세기를 재는 광도표준이 시간표준보다는 먼저 성립되었다 할 것이다. 우리 감각이 가끔 오류를 일으키긴 하지만 빛이 존재하는 덕분에 관측을 통해 물체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 낮과 밤이 있으니 따뜻함이 추움에 대비되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을 하면 광도표준에 이어서 시간표준이, 그 다음에 길이와 온도표준이 성립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글. 박승남 (KRISS 광학표준센터) 일러스트. 최명미  

칸델라 이전의 광도표준
이런 상상과는 다르게 실제 광도표준의 기본단위인 칸델라는 다른 기본단위에 비해 훨씬 나중에 성립된다. 바로크 시대에 화려한 무도회나 오페라 공연 장면을 영화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수십 개의 양초가 꽂힌 샹들리에가 여기저기 매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악기를 동원하고 음악과 극이 어우러진 형태의 오페라(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가 초연된 것은 1607년이었고,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는 1791년 초연되었다. 당시에는 양초 몇 개를 사용하는 정도로 광도를 표현했던 것 같다.  


이 시기에 과학자들이 광도표준을 활용하기 위한 기초적인 광계측 이론을 확립했다. 1729년 프랑스의 보귀(Pierre Bouguer)는 광측정 역사의 첫 페이지를 쓰게 된다. 표준촉광을 기준으로 달의 밝기를 측정한 것이다. 그 당시 천문학에서 별의 밝기를 정량화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양초나 기름을 조명으로 사용하던 이 시기에 벌써 광도표준을 정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은 1890년에 향유고래유에 약간의 밀랍을 섞어 정해진 크기로 만든 양초가 시간 당 120 그레인(옛날 질량 단위로 1 그레인(gr) = 64.8 mg) 씩 소모되며 내는 빛의 광도를 영국국회촉광으로 정했다. 프랑스는 유채 기름을 시간 당 42 g 소모하는 카르셀(Carcel) 전구로, 독일은 지름이 2 cm인 파라핀 양초의 심지를 절단하여 불꽃 높이가 5 cm를 유지한 것을 1 촉광으로 정의하였다.  


1884년에 독일에서 개발된 헤프네(Hefner) 램프는 1942년까지 독일 촉광을 정의하는데 사용되었으며, 오스트리아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도 사용되었다. 1903년 프레밍에 의해 출판된 책에 따르면 그 당시에 가장 정확한 광도표준으로 비올(Violle) 백금 발광이 언급되고 있지만 가장 실용적인 광도표준으로는 헤프네 램프, 10 촉광 펜탄 램프와 플레밍 탄소필라멘트 전구가 소개되었다. 비올 백금 발광은 용융이나 응고상태에 있는 백금 흑체의 면적 1 cm 2 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 발광을 비올(Violle)이라는 독립된 광도단위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탄소필라멘트를 채용한 에디슨 전구가 발명된 것은 1880년이지만 안정성이 향상되면서 광도표준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왼손법칙과 오른손법칙의 주인공인 플레밍 덕분이다. 이 무렵 영국, 프랑스, 독일의 표준에 따라 10 촉광 펜탄 램프를 비교 측정한 결과 각각 10.75, 11.0, 11.4 헤프네 촉광을 얻었다. 일종의 비공식적인 국제비교가 이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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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칸델라의 탄생과 변천
최초의 국제 칸델라(international candle)는 1909년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대표가 만나면서 성립된다. 그 결과 프랑스, 영국, 미국은 탄소필라멘트 전구를 표준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하지만 독일어권에서는 헤프네 촉광(1 국제칸델라 = 0.9 헤프네 칸델라)을 고집하게 된다.  
1921년 국제조명위원회(CIE)는 탄소필라멘트 백열전구를 사용하여 국제칸델라를 재정의하였다. 한편 제련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고순도 백금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백금 발광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1937년 CIE와 국제도량형위원회(CIPM)는 플랑크(Planck) 복사체를 기초로 뉴 칸델라(new candela)를 1/58.9 Violle로 재정의하게 된다. 여기서 플랑크 복사체는 재료의 물성에 관련이 없는 이상적인 복사체이지만 매우 정교하게 구현이 가능하다. 이어서 1946년에는 CIPM에서 개구 면적이 1 cm 2 인 백금 응고점 또는 용융점 흑체에 나오는 광도를 60 뉴 칸델라로 정의하였다. 바야흐로 1948년 제 9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기존의 뉴 칸델을 칸델라로 개칭하면서 백금 고정점의 자격에 응고점을 명시하고, 백금 고정점의 실현 압력도 101 325 N/m 2 로 명시하였다. 이것은 응고점과 용융점의 차이를 극복하여, 응고 온도가 압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모호함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여기에 언급한 플랑크는 플랑크 상수의 플랑크와 동일한 사람이다. 백금흑체는 백금을 담은 도가니 속에 흑체를 구현해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을 요구한다. 도가니를 가열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도가니의 온도와 같은 흑체가 구현되는데 용융점이나 응고점에서는 액체와 고체가 공존하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된다. 즉 백금의 응고점이나 용융점에 도달한 흑체가 잠시 유지되는데, 이 순간을 광도표준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백금흑체는 실현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분광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광도의 정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분광기술 발전을 고려한 칸델라의 개정
1979년 제16차 CGPM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칸델라를 정의하게 된다. 이 때 정의에 의하면 진동수가 540 x 1012 Hz(파장으로 555 nm)인 단색광의 복사세기가 1/683 와트/스테라디안일 때 이 광원의 광도를 1 칸델라라고 정의한다. 여기에서 683은 기존에 정립된 와트라는 일률의 단위와 우리 인간 눈의 응답을 연결하는 상수이다. 이렇듯 칸델라는 다른 어느 단위보다도 우리 인체 반응을 기초로 정의된 인간적인 단위라고 할 수 있다. CIE는 우리 인간 눈에 대한 시감효능의 측정 결과를 종합하여 1924년 ‘표준관찰자 시감효능 함수’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시감효능은 여러 단색 빛에 반응하는 우리 눈의 응답을 함수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 눈은 파장이 555 nm인 녹색을 가장 밝게 느낀다. 파장이 더 길어져서 노랑, 주황, 빨강으로 갈수록, 파장이 더 짧아져서 파랑, 남색으로 갈수록 더 어둡게 느낀다. 적외선이나 자외선 영역에서는 밝기를 인지하지 못한다. 개인별로 시감특성이 약간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당시까지 얻어진 데이터를 종합하여 표준관측자의 시감효능이라고 공표하였다. 1982년 CIPM에서는 CIE가 정의한 시감효능함수를 공인함으로써 파장이 555 nm와 다른 단색광에 대해서도 칸델라 눈금을 매길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을 갖추게 되었다.  


2019년 세계측정의 날부터 몇 개 물리상수를 고정함으로써 국제단위계를 개정하는 안이 발효된다. 그렇지만 칸델라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일률 단위 와트(W)와 cd로 변환하는 상수 Kcd는 변함없이 683이며, 소급성은 물론 측정불확도도 동일하다. 칸델라는 이번 개정에서 소외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제단위계 영속성의 중요성을 칸델라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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