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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꿈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8-08-03 11:22
  • 분류함께 걸어가다
  • 조회수1598

누구나 한 번쯤은 매일 같이 우리를 짓누르는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나는 꿈을 꾼다. 최돈국 단장 역시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그에게는 좀 더 구체적인 꿈이 있었다. 비록 8초 남짓 짧은 비행이지만, ‘스키점프’를 통해 멋지게 하늘을 나는 꿈이었다. 그 꿈은 안정적인 직장을 단숨에 그만둘 만큼 강렬했다. 그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은 스키점프는 비행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스키의 꽃’, 그리고 ‘인간 새들의 향연’으로 불린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종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키점프에는 좀 더 오랫동안, 그리고 더 멀리 날기 위한 다양한 과학원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글 . 이용국 사진. 김하람

?   사진 : 비디오 카메라로 영상을 확인하고 있는 최돈국 단장

여전히 사람을 키워내는 최돈국 단장
2009년, 영화 ‘국가대표’가 흥행하면서 ‘스키점프’라는 종목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 시작 했다. 변변찮은 점프대 하나 없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멋지게 비상하는 스키점프 국가대표의 모습에 많은 관객이 감동하며, 영화의 실제 모델이었던 선수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스키점프는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사계절 훈련이 가능한 스키점프대는 한 곳뿐이고, 현재 스키점프 국가대표들이 보유한 올림픽 최다 출전(6회)이라는 기록도 사실, 아직도 그들을 대체할 다른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스키점프 감독에서 시작해 스키점프 꿈나무팀 단장까지, 최 돈국 단장은 여전히 사람을 키워내고 있었다. “현재 제가 맡은 스키점프 꿈나무팀에는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어린 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20명 정도의 선수들이 있어요. 아직은 어리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해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꿈나무들입니다.”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에서는 꿈나무 선수들이 하나 둘 점프를 준비하고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바라본 점프대의 높이와 경사는 평소 TV를 통해 봤던 모습보다 훨씬 더 아찔하게 느껴졌다. 최 단장의 신호에 따라 35도 급경사의 인런(In-Run) 구간을 90 km/h 에 달하는속도로 활강한 선수들은 평창 거센 바람을 뚫고 힘차게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아파트 30층 높이(58 m)의 출발대에서 스키판만 의지한 채 100 m 이상을 날아가는 것이 무섭지 않을까?“원래 놀이기구도 처음 몇 번 탈 때는 무서워도 계속 타다 보면 무덤덤해지잖아요? 스키점프도 마찬가지입니다. 훈련을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하늘을 날아오르기 때문에 다들 지금은 무덤덤하다고 해요. 그리고 경기장 경사도가 비 행 곡선과 거의 평행하게 설계되기 때문에 착지 할 때 충격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잘 지킨다면 다른 스포츠보다 안전한 것이 바로 스키점프입니다.” 빠른 속도로 인런 구간을 가속할 때 나오는 특유의 굉음을 뒤로하고 하늘로 멋지게 날아오를 때마다 다른 선수들과 코치들의 격려 섞인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선수들이 두려움 없이 하늘을 날 수 있는 데에는 그런 응원도 분명 한몫했으리라.  

? 사진 : 점프 중 다리의 각도를 손으로 설명하고 있는 최돈국 단장  

좀 더 오랫동안, 그리고 멀리 날기 위한 과학
꿈나무 선수들이 반복적으로 점프 훈련을 하는 동안 최 단장은 모든 순간을 빠짐없이 비디오로 담아내고 있었다. 활강에서 착지까지 모든 과정이 10초 남짓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지기 때문에 비디오를 통한 분석은 선수들의 자세 교정과 기량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준다. “스키점프가 이뤄지는 과정은 ‘주행’, ‘도약’, ‘비행’, ‘착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바로 ‘가능한 오랫동안 떠 있는 것’입니다. 체공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행거리가 늘어나는데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나는 동안에는 단 0.1초 사이에도 몇 미터 이상을 훌쩍 더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날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됩니다.” 체공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날개 역할을 하는 스키판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그리고 몸무게가 작게 나갈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몸무게가 1 kg 가벼워질수록 비거리가 2~4 m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날기 위해 체중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리하게 체중을 조절하려다가 거식증과 같은 섭식장애에 시달리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 : 점프중인 선수의 모습

스키판의 길이는 선수 키의 145 %까지 쓸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앞선 체중조절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최대치의 스키판을 쓰려면 점프복과 부츠를 신고(약 2.7 kg) 체질량지수(BMI, 몸무게(kg)를 키(c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1을 넘어야 한다.“키와 몸무게 외에도 경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활강 자세인데, 스키판과 몸이 수평이 되는 자세를 취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저항을 덜 받아 가속을 더 낼 수 있거든요. 이륙할 타이밍도 매우 중요합니다. 최적의 지점에서 도약해야 가장 먼거리를 비행할 수 있습니다. 이륙 타이밍이 늦어지면 위로 뛰어오르는 힘이 약해지며, 반대로 이륙 타이밍이 너무 빠르면 멀리 못 나갑니다. 80~90 ㎞/h에 가까운 속도로 활강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계산해도 0.1초 사이에 도약지점이 2 m 이상 차이가 나고, 비행 결과로 따지면 10 m 이상으로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스키점프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선수들이 모두 ‘V’자 형태로 비행한다는 것이다.  

사진 : 스키를 들고 설명하고 있는 최돈국 단장  

불과 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11’자 형태로 비행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자세라고 여겨졌다.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스웨덴의 얀 보클뢰브(Jan Bokloev)라는 선수가 처음으로 V자 자세로 비행에 성공한다. 이후 스포츠 과학자들에 의해 V자 자세가 11자 자세보다 최대 28%나 양력이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제는 모든 선수가 V자 자세로 비행을 한다. “돌이켜보면 스키점프의 역사는 중력을 거슬러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류의 도전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 역시 처음에는 비웃음을 받았던 것처럼, V자 자세도 처음에는 모두의 비웃음을 샀을 뿐만 아니라 자세 심사결과에서도 감점을 받았다고 해요. 선수들과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앞으로 또 어떤 방법이 나올지 모릅니다.”  

사진 : 선수의 몸 각도를 훈련시키고 있는 최돈국 단장
또 하나의 꿈을 꾸며 스키점프를 통해 하늘을 나는 꿈을 이뤘고, 감독으로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키워낸 최 단장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바로 스키점프 저변 확대를 통해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것이다. “폴란드도 사실 스키점프 강국이 아니었는데 아담 마위시(Adam Henryk Małysz)라는 선수가 세계를 제패한 이후 저변이 크게 확대 되어 스키점프 강국으로 거듭하고 있습니다. 스위스도 시몬 암만(Simon Amman)이 뛰어난 활약을 한 이후 저변이 확대되었죠. 이처럼 앞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둬 스키점프 저변이 확대되었으면 합니다.” 30년이 넘도록 매서운 바람과 뜨거운 태양에 그을린 최돈국 단장의 얼굴은 세월의 무게를 넘어선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스키점프 강국으로 우뚝 서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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