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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어딘지 비밀스러운 친구, kg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8-08-03 10:38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1685

익숙하지만 파악이 쉽지 않은 단위   


보통 도량형이나 단위를 생각할 때 처음 떠오르는 물리량은 대부분 길이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익숙하면서 신경 쓰이는 단위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kg(킬로그램)이라고 대답하기 쉽지 않을까?(k는 1,000을 뜻하는 접두어로 kg은 1,000 g이라는 의미) kg이 사용되는 대상은 무수히 많지만, 가장 친숙한 대상은 아무래도 몸무게일 것이다. 몸무게는 키와 더불어 누구에게나 익숙한 측정 대상이다. 그러나 성인의 키는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는 반면, 몸무게는 변화의 폭이 크다. 게다가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므로 누구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kg은 친숙하면서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단위다. 그런데 키와 같은 길이는 시각적으로 쉽게 와닿고 파악이 가능한데 비해 무게는 그렇지 않다. 단적으로 어제와 오늘의 체중 차이를 눈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같은 부피의 물과 쇠의 무게가 다른 것을 눈으로 보고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과거의 학습 경험에 의해서 이들의 무게를 짐작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 뿐이다. 무게는 눈으로 파악이 가능한 물리량이 아닌 것이다. 무게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핵심적 물리량이므로, 문명이 시작되면서부터 사람들은 무게를 측정할 방법을 만들어냈다. 곡식의 수확량을 파악하고, 나누고, 거래하기 위해서 단위가 필요했다. 사실 수렵, 채집에 의존해서 살았던 시대라 해도 별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먹거리를 구해서 삶을 이어나가는 종이 아니다. 그래서 손에 넣은 것을 적절히 나누려면 무게를 측정할 방법이 필요했다. 이는 어느 문화권에서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kg은 질량의 단위
역사적으로 무게의 기준으로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었다. 오늘날 사용되는 표준은 kg이다. 하지만 정작 kg은 무게가 아니라 질량의 단위다. 뉴턴 역학에 따르면 무게는 질량에 가속도를 곱한 값으로, 자신의 몸무게를 비롯해서 일상적인 물체의 무게는 물체의 질량과 지구의 중력이 그 물체를 지구 중심 방향으로 끌어당기 는 힘에 의한 가속도(중력)가 곱해진 결과다. 당연히 중력의 크기에 따라 무게는 달라진다. 대체로 높은 곳에서는 낮은 쪽에서보다 몸무게가 덜 나간다. 아파트 1층에서의 몸무게보다 20층에서의 몸무게가 가벼운 것이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높은 곳에서는 시간도 늦게 흐르므로, 높은 층에 살면 더 오래, 더 가벼운 체중으로 살 수 있는 셈이다. 우주정거장의 실내와 같은 무중력 상태에서 사람과 물체가 떠다니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무게가 지상에서처럼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물체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런 고유한 특성을 그 물체의 질량이라고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처럼 질량은 물체의 고유한 성질이라고 여겨 졌었다. 아주 단순하게는 물체를 구성하는 원자의 개수라고 이해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이 등장한 이후,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변환 가능한 물리량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질량에 대한 여러 가지 새로운 개념이 만들 어지기 시작했다. 상대성 이론의 세계에서는 질량이 확실하게 정의되지 않는 경우조차 존재한다. 양자 역학의 세계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질량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일이 물리학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측정은 비교
kg 이전의 무게 기준, 예를 들어 근과 돈은 말 그대로 모두 무게의 단위다. 반면 kg은 질량의 단위다. 1795년에 세워진 g(그램)의 정의는 “얼음이 녹는 온도에서 물 1cm 3 의 질량”이었다. ‘질량’의 의미를 이끌어내는 데 ‘얼음(물)’, ‘온도’, ‘cm’라는 요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물이라는 물질의 불안정성이 문제가 되어, 결국 1889년에는 질량의 기준이 되는 원기(原器)를 만들어서 1 kg을 정의하고, 이 원기를 ‘소중히’ 보관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사실 이런 방 식은 안정성도 떨어지고 비용도 많이 드는 방법이지만, 온도와 습도가 정밀하게 조절되는 파리의 어느 거창한 지하실에 보관된 귀금속(백금 90%, 이리듐 10%)이 질량의 기준이라는 정의는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잘 만들고 보관해도 원기는 어쩔 수 없는 인공물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공물이란 존재하지 않고, 이는 천체와 같은 자연물조차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변하는 존재를 비교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얼마나 문제가 되는 지를 떠나서 과학자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당연히 과학자들은 변치 않는 기준을 찾겠다는, 어찌 보면 철학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들이 택한 방법은 ‘자연에 존재하는 숫자’로부터 질량을 정의하는 것이다. 그 결과 kg도 자연에 존재하는 상수(변하지 않고 항상 같은 값을 가지는 수)인 플랑크(Planck)상수를 이용 해서 2018년에는 공식적으로 새롭게 정의될 예정이다. 이는 이론적으로 이미 알고 있던 방법이었지만, 플랑크상수를 충분한 정확도로 측정하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지금껏 미루어졌던 일이다.  

현재 국제단위계에서 정의된 단위 중 인공물에 의존해서 기준이 만들어져 있는 것은 질량, 즉 kg뿐이다. kg을 자연의 성질을 이용하여 정의 할 수 있다면, 모든 단위가 인공물과 무관하게 정의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처럼 kg을 정의하는 일은 단순히 질량의 기준을 변경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적어도 과학자들은 그렇게 믿는다. 단위는 인간이 자연을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인데, 자연에 존재하는 불변의 특성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면 인류는 이제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변치 않는 기준을 갖게 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것은 대부분 변화라는 큰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었다. 물건이나 건물처럼 형체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상, 사고, 언어, 문자 등 모든 것이 그렇다. 그러나 단위가 자연에 존재하는 상수를 통해 정의된다면 인류가 무엇인가를 후세에 변치 않는 형태로 전해주는 수단을 찾아내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 정도면 정말 큰 사건이 아닐까? 세계 유수의 언론사에서는 매년 올해의 인물 혹은 사건을 선정하는데, 과연 올해의 선택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kg의 새로운 정의는 어느 모로 보나 손색없는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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