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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발레로 삶을 열고, 사람을 만나다-발레리노 이원국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7-08-18 11:13
- 분류함께 걸어가다
- 조회수3313
이 우주가 , 이 세계가 반드시 눈에 보이는 물질로만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것을 이원국 발레리노와 대화를 나누며 확신할 수 있었다 . ‘ 운명 ’ 이라는건 어쩌면 정말 존재하는 게 아닐까 . 그는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경험을 몸으로 체험했지만 그 무엇도 발레만큼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고 했다 . 정교하고 세밀하게 , 톱니바퀴 맞물리듯 몸을 사용하는 정확함이 좋았다는 이원국 발레리노 . 그가 이야기하는 발레는 우아한 몸동작 이전에 치밀한 계산이었다 .
스무 살에 시작한 발레 , 그의 삶이 되기까지
열여섯 살 . 몸도 , 마음도 민감할 사춘기 .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이 시기에 이원국 발레리노는 학교에서 일어난 한 사건에 휘말리며 주위로부터 오해를 받았다 .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추궁 아닌 추궁을 받으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그는 열셋 어린 나이에 방황을 시작했다 . “ 학교에서 발생한 안 좋은 일의 범인으로 오해를 받았는데 , 어린 마음에 너무 억울한 거예요 . 부모님께 , 선생님께 , 친구들에게 오해를 받으니까 비뚤어지고 싶더라고요 .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점점 어긋난 생활을 했죠 . 학교를 벗어나서 학생이 가면 안 되는 곳도 많이 가고 , 하면 안되는 일도 많이 했어요 . 공부도 당연히 뒷전이었고 그저 제 마음대로 살았어요 . 그러다가 하루는 난지도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 붉게 지는 석양을 보면서 마음에 뭔가 훅 하고 올라오더라고요 . 이렇게 살면 안 되는구나 . 제대로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들이요 . 그 때부터 겉도는 생활을 접었죠 . 그 때 제 나이 , 열아홉 살이었어요 .” 한국 발레리노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원국 발레리노 . 국내 발레리노의 역사는 이원국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 그는 국내 발레의 산 역사로 불린다 . 타고난 신체조건도 큰 역할을 했지만 그가 국내 발레리노 역사에 획을 그을 수 있던 것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 지독한 연습 덕분이었다 . “ 스무 살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 더 독하게 , 더 끈기 있게 임해야 했어요 . 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습밖에 방법이 없었죠 . 처음 발레를 만났을 때 ‘ 이거 내가 해야겠다 ’ 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 그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 부모님 권유로 시작한 발레가 제 삶이 될 줄 , 그 때는 전혀 몰랐죠 .”
일찍 맛 본 거의 모든 삶들 … 힘든 연습에도 방황하지 않은 이유
늦게 만났지만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던 것은 발레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됐기 때문이다 . 발레는 몸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동작이 나온다 . 정확한 동작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잘 알아야만 했다 . 어린 시절부터 수영 , 축구 등 운동이라면 뭐든 두각을 나타냈던 그였다 . 하지만 발레는 지금까지 몸을 사용했던 것과 다른 방식을 요구했다 . 익숙하지 않았기에 더 호기심이 생겼다는 이원국 발레리노 . 그것이 발레에 흥미를 느낀 이유였다 . “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 늦게 시작했지만 그로 인한 좌절보다는 이 동작을 잘 해내고 싶다는 집념과 흥미로 연습했어요 . 그야말로 연습실에서 살았죠 . 쪽잠을 자며 하루 20 시간씩 연습했으니까요 . 이렇게 할 수 있던것은 즐거웠기 때문이에요 . 저는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실패를 먼저 경험한 사람이에요 . 십대 시절을 또래 친구들과 다르게 보냈잖아요 . 온갖 인간 군상을 다 보고 , 어린 시절에 너무나 많은 삶을 봤기 때문에 그 이후에 방황을 할 이유가 없었어요 . 이제 앞을 향해 달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향해 계속 집중하고 연습하면 된다 , 이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 같아요 .” 삶의 단 맛 보다 쓴 맛을 먼저 경험한 그는 세상이 얼마나 힘든지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에 힘든 삶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다 . 살기 위해 발레를 하는 게 아니라 , 발레를 하다 보니 살 수 있었다 . 발레가 아니면 더 이상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 이러한 집중력과 오기 , 지구력이 한데 모여 그를 만들었다 . “ 재능도 있었고 , 끈기도 있었고 , 집중력도 있었죠 . 모든 게 잘 어우러져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 1989 년 제 19 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어요 . 3 년 후에 국립발레단 객원 무용수로 < 모차르트 레퀴엠 > 주역을 맡으면서 또 한 번 관심을 받았고요 . 그 다음부터 유니버설발레단원을 거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했어요 . 이만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건 , 실력도 실력이겠지만 당시에 발레리노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 아무래도 제가 키도 크고 힘이 세다보니 많은 선생님들께서 저를 직접 사사해주셨죠 . 그 때 쉽게 접할 수 없던 귀한 자료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 기회였던 셈이죠 . 해외 유수의 무용가들의 동작을 보고 , 그대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 덕분에 기본이 탄탄하고 정확한 동작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
톱니바퀴 맞물리듯 치밀한 움직임 … 몸의 역학을 담고 있는 예술
2004 년 , 서른일곱 나이에 국립발레단을 은퇴한 그는 이후 제 2 의 인생을 써나갔다 .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발레공연을 기획해 극장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 “ 은퇴 후 이원국발레단을 창단한 이유도 대중과 발레를 더 가까이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 하지만 쉽지 않았죠 . 제가 발레만 해봤지 , 기획이나 행정적 업무를 해본 적이 있어야지요 . 하지만 다 거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고 버텨냈어요 . 무대를 가리지 않았어요 . 군부대부터 먼 지방 , 소극장 등 전국을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 발레를 접하고 싶었지만 막연한 거리감과 높은 관람료 때문에 접할 수 없던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 태어나 처음으로 발레를 봤다는 분들도 많았죠 . 그 분들이 발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고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더라고요 . 지금까지 이 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죠 .” 은퇴 후 여러 무대에서 대중과 만난 그는 2008 년부터 대학로 소극장에서 < 이원국의 월요 발레이야기 > 라는 타이틀로 상설 공연을시작했다 . 관객들에게 설명을 곁들인 발레를 보여주자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 세상의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기에 , 발레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갖춘다면 관객이 발레를 즐기는 방식이 한 차원 높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 이후 공연은 매 회 객석이 꽉 찰 만큼 인기가 높았어요 . 관객분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요 . 무용수로서 저희도 , 큰 무대에 서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더라고요 . 객석에서 ‘ 와 -’ 하는 소리만 들려도 마음이 쿵쾅거려요 . 관객들의 반응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 이토록 생생히 들을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어요 . 대극장은 아무래도 관객이 주눅이 드는 경우가 있거든요 . 하지만 소극장은 편한 마음으로 저희를 지켜봐주니까 , 극장을 감고 도는 공기도 자연스럽죠 .” 대중이 다소 어렵다고 생각하는 발레의 문턱을 낮춘 이원국 발레 리노 . 이런 점은 마치 과학과 대중의 관계를 보는 듯 하다 . “ 발레는 아주 과학적인 무용입니다 . 인체역학적으로 매우 치밀하게 계산돼 있거든요 . 동작을 이어가는 신체와 몸을 지탱하는 근육의 위치 , 뼈의 위치 등을 잘 알아야 해요 . 발레는 중심이 중요한 무용이니까 그 중심을 계속 인지해야 하죠 .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시계처럼 , 발레도 그와 같아요 . 정확하게 바퀴가 맞물려야 시계가 작동하듯 , 신체 모든 부위가 정확하게 맞물려야 동작을 진행할 수 있어요 .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 과학이 이처럼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거예요 .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뿐이죠 . 과학의 일상성을 대중에게 더 알려준다면 , 멀다고 생각한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지 않을까요 ?”
앞으로도 발레를 접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꾸준히 공연을 준비해 갈 것이라는 이원국 발레리노 . 현역 무용수로 오랫동안 남고 싶다는 그는 , 앞으로도 발레와 함께하는 삶으로 많은 사람들과 만날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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