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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그림

  • 작성자최고관리자
  • 작성일2014-11-19 19:20
  • 분류지식을 나누다
  • 조회수2273

빛으로 그린 그림 
피아노 건반위에 올려진 필름 사진기 사진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눈으로 본 것을 어딘가에 그대로 남겨 두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선사 시대의 동굴 속에서는 동물들을 그린 그림이 발견되곤 하는데, 이러한 동굴 벽화는 점차 그림이라는 예술분야로 발전하였다. 한 때는 얼마나 실물과 똑같게 그리는가가 미술가의 실력으로 평가될 때도 있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1600년대 초반부터 중반 사이에 지금의 카메라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라는 장치가 개발되었다. 라틴어로 ‘어두운 방’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장치는 박스 앞에 바늘 구멍을 내고 구멍의 반대쪽에 유리를 두어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바늘 구멍을 통해 들어와 유리에 상을 맺게 하는 장치이다. 인물을 정교하게 그리고 싶은 미술가들이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장치는 맺힌 상을 저장할 수는 없었다.

최초로 빛을 저장하여 기록으로 남긴 것은 1826년 프랑스의 과학자인 니에프스(Joseph Niepce)였다. 그는 창문에서 본 정경을 8시 간의 노출을 통하여 주석판에 에칭으로 새겨 이미지를 제작해 냈다. 한편 프랑스 화가며 무대디자이너였던 다게르(Louis Jacques Mande Daguerre)도 사진에 대해 연구하던 중 니에프스와 함께 연구를 하여 화학적인 방법으로 상을 기록하는 최초의 카메라 ‘다게레오타이프’를 개발하고 1839년 특허를 등록하였다. 그는 요오드 처리를 한 은 판을 이용하여 상을 기록하고 수은증기를 쪼여준 후 소금물 혹은 티오황산나트륨 용액으로 씻어 정착시킴으로써 영구적으로 상을 기록하는데 성공하였다. ‘포토그래피(photography)’는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이므로 상을 저장할 수 있게 된 이때부터를 사진의 시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사진이 대중에게 보급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가능하게 되었는데, 특히 빛을 감광시켜 상을 만들고 이 상을 저장하는 기술이 핵심이었다. 1888년 이스트만(George Eastman)은 최초로 대중을 위한 카메라 ‘코닥 No.1’을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며 다음 해에는 최초로 롤필름을 생산하였다. 그는 1892년에 이스트만 코닥 회사를 설립하여 사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초기의 필름은 물론 흑백사진용이었다. 사진 필름에는 미세한 할로겐화 은(AgCl, AgBr, AgI 등) 결정들이 도포된 감광층이 있어 빛에 노출되면 은과 결합되어있던 할로겐 원소들이 금속 은과 분리된다. 현상과정에서 빛에 노출되지 않았던 부분에 남아있던 할로겐화 은은 제거되고 필름에는 은 부분만 남게 되는데, 빛에 많이 노출된 부분에는 금속 은 입자들이 많이 남아있게 되어 더 검게 되고 노출이 안 된 부분은 금속 은 입자가 남아있지 않아 밝게 되어 음화가 만들어 진다.

원래 피사체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인화지라는 것을 사용하게 되는데, 인화지도 필름과 마찬가지로 빛에 민감한 할로겐화 은 층이 도포되어 있다. 현상된 필름을 통해 인화지에 빛을 비추면 필름에 있는 검은 부분으로는 빛이 통과하지 못하고 밝은 부분으로는 빛이 많이 통과하게 되어 인화지에는 필름과 반대의 음양을 지닌 그림이 만들어지게 된다.

최초의 칼러 사진은 영국의 물리학자이며 전자기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맥스웰(James Clerk Maxwell)과 사진가 셔튼(Thomas Shutton)의 공동작업에 의해 1861년에 만들어졌다. 맥스웰은 영(Thomas Young)과 헬름홀쯔 (Hermann von Helmholtz)에 의해 정립된 색의 ‘가법 혼색이론 (additive theory)‘에 근거하여 빨강, 초록 및 파랑(RGB)색의 필터를 사용하여 세 장의 흑백 사진을 찍은 뒤, 각각의 슬라이드를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한 필터들을 사용하여 세 개의 다른 프로젝터로 스크린에 비춰 겹친 상을 만듦으로써 최초의 칼러사진을 만들었다. 그러나 칼러사진의 대중화를 이끈 코닥의 ‘코닥크롬’이라는 칼러 필름이 등장하기 까지는 이로부터 74년이 더 필요하였다. 칼러 필름은 기본적으로 3개의 할로겐화 은 에멀전 층을 가지고 있으며 각 층은 감광된 은의 농도에 따라 색을 발현하는 색 커플러도 가지고 있다. 칼러필름의 감광, 현상 및 인화는 흑백필름과 유사하지만 사용하는 화학약품이 다르며 현상된 필름에는 은 입자가 남아있지 않고 염료만 남아있게 된다.

화학적인 방법으로 빛을 필름에 기록하던 시대가 새로운 변화를 맞은 것은 1969년 벨연구소의 스미스(George Smith)와 보일 (Willard Boyle)이 CCD(charge-coupled device)를 발명하면서부터이다. 요즈음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의 효시는 1975년 코닥에서 나왔는데, 코닥은 1986년에 세계 최초로 1백만 화소(pixel)가 넘는 CCD 센서를 개발하고 이를 탑재한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였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필름이 사라지고 필름에 해당하는 부분은 빛을 전기적인 디지털신호로 바꿔주는 CCD나 CMOS (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센서와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플래시 메모리 등의 저장장치로 대체되었다.

CCD나 CMOS의 기본원리는 물질이 빛을 받으면 광전자를 방출한다는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이다. CCD에는 필름에서 빛에 민감한 할로겐화 은이 있듯이 각 픽셀마다 빛을 받아 빛의 세기에 비례하는 전자를 방출하는 광센서가 있으며 각 픽셀에서 만들어진 전자는 전하결합소자(CCD)가 있는 이동통로를 통하여 ADC(analogue to digital converter)에 이르게 되고 여기에서 아날로그 신호가 전압형태의 디지털 신호로 바뀌게 된다. CMOS는 CCD보다 뒤에 개발되었으며 각 픽셀마다 ADC를 가지고 있는 점이 CCD와 크게 다른 점이다. 광센서 역시 흑백필름과 마찬가지로 색에 대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읽지 못하고 명암의 차이에 해당하는 신호만 제공한다. 디지털카메라에서 색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은 광센서 위에 빨강, 파랑 및 초록의 칼러 필터를 올려놓고 각기 다른 필터를 통해 들어온 명암 정보를 조합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필터는 한 픽셀을 4 등분하여 빨강과 파랑을 대각선으로 한 칸씩 배치하고 나머지 두 칸에 초록을 배치시킨 베이어 필터(Bayer filter)이다.

인간의 힘으로 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빛을 하나의 화폭에 담아두려는 인간의 욕심과 의지가 만들어낸 과학기술의 융합체가 바로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사진 기술이 앞으로 또 어떤 형태로 발전해 나갈 지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사진 기술의 발전 방향은 인간이 사물의 빛과 색을 인지하는 방법을 통해 힌트를 얻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빛을 기록하는 기술은 인지과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해본다.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아놓은 아름다운 풍경을 집에 돌아와 인간과 인터페이스된 컴퓨터 앞에 앉아 그대로 모니터에 재현해 내는 기술이 출현할 날을 기대해본다.

글_박용기(KRISS 전문연구원·UST 교무처장)
※이미지출처 :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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