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아이디어의 공간 첨단산업측정인증동
   

건물의 사전적 정의는 ‘토지에 정착한 구조물로 사람이 들어 살거나, 일을 하거나, 물건을 넣어두기 위하여 지은 집’을 이른다. 하지만 하나의 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과학·기술·예술이 어우러진 융합의 산물, 짓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과 사상까지 담고 있는 문화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창의와 아이디어로 태어나는 첨단산업측정인증동
대개 사람들이 떠올리는 공공기관, 연구기관 건물은 디자인 요소는 배제된, 회색 또는 갈색의 네모반듯한 건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단지 편견일 뿐이다. 과학과 디자인은 ‘창의’와 ‘아이디어’라는 공통분모에서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최근 대덕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KRISS의 첨단산업측정인증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1년 1월 첫 삽을 뜬 첨단산업측정인증동은 지하1층, 지상2층 9,420 ㎡의 규모로 시간, 길이, 질량, 전압, 광도, 온도 등 국가측정표준 확립 및 유지, 향상을 위한 정밀 측정 연구실이 들어선다. 첨단산업측정인증동은 일단 외관부터 비범하다. 무지개를 떠올리게 하는 건물 전면은 조선시대 도량형제도의 상징이었던 유척의 형상에 측정이미지를 재해석하여 리듬감과 KRISS CI를 모티브로 상승하는 이미지를 조합하였으며, KRISS 건물의 대표색인 브라운 계열의 세라믹 패널을 사용해 통일감을 부여했다.

건물 측면은 일곱개 SI 단위 각각의 의미를 상징하는 재료를 입면에 반영하고 그 주변을 압출성형패널로안정감있게 마무리했다. 건물 뒤편은 기존 산지와 녹지를 함께 끌어안아 야생초 화원, 바람의 언덕, 산내음길 등이 조성된다.

건물 자체가 첨단기술!
내부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중간 모멘트 골조형식을 적용해 내진, 내풍성을 확보했다. 120 kW 발전용량의 태양광시스템을 도입하였고, 자연채광과 자연환기가 잘 이루어지도록 하였으며, 고단열 Low-E 삼중유리 사용, 친환경 마감재 사용 등을 통해 고효율·친환경건축물로 설계되었다. 내부 공간배치에 있어서는 이용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실험실 주변에 3 m폭의 순환형 복도를 설치해 외부환경으로부터 실험실을 보호하도록 했으며, 실험실을 지원하는 공용부는 전면에 배치해 원활하게 실험실을 지원하도록 설계했다.

외부인과의 만남의 공간으로 조성된 1층은 견학자 대기실과 로비, 라운지 등의 공용공간이 회의실, 실험실을 포함한 실험존과 분리되도록 공간을 설계했고, 2층은 사무실을 계획해 독립성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큰 강점은 정밀제어 시스템에 있다. 28개의 실험실을 지하에 배치해 최적의 온습도(온도 : ±0.1 ℃ 오차, 습도 : ±1 % 오차) 및 미진동 제어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공기중 오염원들을 일정범위 내에서 여과하는 공기순환형시스템을 구축, 최상의 청정도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온습도, 청정도, 전자기파 제어가 그룹별로 가능해 각그룹의 특성에 적정한 환경조건을 구현할 수 있다. 실험장비의 원활한 작동과 실험결과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전자기파를 완전히 차단하는 초정밀 EMI 차폐 시스템을 갖추었으며, 365일 중단 없이 실험 이 가능한 설비 시스템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측정기술 개발 및 유지를 위한 연구실 환경을 실현했다.

중앙통제실은 이처럼 다양한 첨단기능을 갖춘 첨단산업측정인증동의 핵심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은 28개 랩과 LAN으로 연결되어 있어 모든 랩의 장비상태 점검 및 출입사항을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며, 통신·보안·조명·소방·냉난방·온습도 등을 요구사항에 맞게 설정해 놓으면 자동으로 상시 조절해준다. 또한 전기, 수돗물, 가스, 냉각수 사용량을 적확하게 계량하여 월단위로 결과수치를 확인함으로써 차후의 계획수립에 반영하도록 했다. 국내 최초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제어 시스템을 갖춘 첨단산업측정인증동이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을 책임지는 관제탑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