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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의 보물 - 세상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해 줄 대한민국 레이저 길이표준기 -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22-01-07 16:05
  • 분류With KRISSian
  • 조회수3173

세상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해 줄

대한민국 레이저 길이표준기

- 「KRISS의 보물- KRISS Laser 2 -

 



이곳부터 저곳까지의 길이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길이의 기준이 들쑥날쑥 측정되면 불편함과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고 세상은 점점 공정함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일은 과거에 일어난 바 있다. 과거 미터협약 이전까지 길이의 기준이 없던 프랑스에서 들쑥날쑥한 토지 측정으로 영주만 이득을 보는 사례가 팽배했던 것이다.

 

이를 막고자 1889년 프랑스는 모든 과학기술을 동원해 백금과 이리듐으로 만든 미터원기를 개발했다. 그리고 현재, 물리적으로 존재하던 미터원기는 그 모습을 바꾸었다. 금속제의 인위적으로 만든 원기가 아닌 오직 주파수와 빛의 속도를 이용해 미터를 정의하고 이를 구현한 광 파장을 이용한 레이저원기인 것이다.

이번 ‘KRISS의 보물코너에서는 KRISS에서 개발한 대한민국 길이 표준기 ‘KRISS Laser 2’를 소개한다.


 

 

  ▲ 「KRISS의 보물- KRISS Laser 2 표지



 

대한민국 길이원기, 국산화를 위한 첫걸음

 

광주파수 표준기란 이름 그대로 주파수와 빛의 속도를 이용해 재정의 된 새로운 미터법에 의해 만들어진 표준기다. 기존의 미터원기는 백금과 이리듐으로 합금화하여 만든 물리적 인공물이었기에 세월의 흐름에 의해 마모되거나 온도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는 등 손상 혹은 손실될 위험이 있었다. 1960년에 이르러 과학자들은 인공적인 기준이 아닌 광 주파수와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미터를 새롭게 정의했다.

 

1983년 개정된 1 m의 정의는 맥스웰 방정식, 광속불변의 특수상대론과 일반상대론을 고려해 빛(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를 활용)299 792 458 분의 1 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다. 지구상에서의 거리는 변하지만 빛의 속도는 불변하는 만큼, 이 정의는 장소나 시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것은 과학의 발전에 따라 여러 차례 바뀌던 과거의 미터 정의와는 달리, 기본 물리상수에 기반함으로써 앞으로 정의가 바뀔 일이 없도록 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와 같이 미터가 새로 정의될 때, KRISS에서도 대한민국의 길이 일차 표준기를 직접 제작하는데 착수했다. 1980년대는 전 세계가 광주파수 표준기를 개발하는 초기 단계로, 각 나라의 측정표준연구기관에서 광주파수 표준기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개발 후에는 레이저 광주파수를 직접 측정해 진공 파장값을 결정하는 거대한 측정시스템인 레이저주파수합성체인을 통한 진공파장 값의 검증이 필요했다.

 

광주파수 측정시스템이 없는 나라에서는 레이저 주파수 값을 서로 비교하는 국제비교가 필요했는데, 이러한 국제비교에 참가하는 것이 그 나라의 국가 길이 일차표준기의 성능을 인정받는 중요한 계기였기에 1980년대 각 국가는 스스로 표준기를 개발하고 국제비교를 통해 자국의 표준기를 인정받는 중요한 시기를 보냈다.

 

KRISS에서도 설립 후 초창기부터 연구에 매달린 끝에 우리나라만의 길이 일차표준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KRISS는 자체 제작한 레이저를 이용해 국가비교에 참가하기 위해 총 세 대의 레이저를 제작, 이들 사이의 맥놀이 주파주 안정도와 주파수 옵셋 값과 7개 초미세 구조선의 사이의 주파수 간격, 레이저 광주파수 편이를 줄 수 있는 각종 파라미터에 대한 주파수 편이량 등을 측정한 후 그중 가장 안정된 레이저로 국제비교를 실시했다. 그것이 바로 현재 KRISS의 보물 중 하나인 ‘KRISS Laser 2’. 숫자 ‘2’, 제작한 레이저 3대 중에서 가장 안정도가 높은 것이 2번째 레이저였음을 의미한다.




강주식 책임연구원()과 서호성 객원연구원()

 

 

국제비교 위해 프랑스 간 표준기,

연구원 품에 꼭 안긴 채 10시간 비행

 

대한민국의 길이 일차표준기를 총 세 대 만든 이유는 그 당시에는 한 대 만으로는 레이저 주파수의 안정도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세 대의 레이저를 보유해야 각 레이저의 주파수 안정도를 상호 비교할 수 있었다. 또한 세 대가 있어도 주파수의 절대값은 알 수가 없으므로 절대 광주파수 값이 측정된 국제표준원기 레이저와 비교해 절대주파수 값을 결정해야만 국가길이 표준원기로 사용할 수 있다.

총 세 대의 표준기 중 두 번째로 만들어진 ‘KRISS Laser 2’는 세 대 중 가장 안정도가 높았고, 결국 ‘KRISS Laser 2’1991년 파리로 옮겨져 국제표준 원기와 비교 측정됐다. ‘KRISS Laser 2’는 당시 상당히 안정되고 주파수 편이가 적은 레이저로 인정받았으며 길이정의자문위원회 보고서인 ‘CCDM-보고서에도 발표되었다.

 

하지만 국제비교를 위해 ‘KRISS Laser 2’를 프랑스로 운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표준기는 매우 예민한 기기이기에 가능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이동시켜야 하는데, 비행기는 온갖 변수가 많은 공간이다 보니 연구원 품에 꼭 안겨 충격 흡수를 최소화해야 했다. 또한 당시는 전국적으로 레이저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았기에 항공사 직원들이 레이저 표준기를 무기로 오해하고 비행기에 탑승시키지 않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국 KRISS 연구원의 품에서 10시간을 비행한 후 프랑스에 무사히 도착해 국제비교를 받을 수 있었다.

 

‘KRISS Laser 2’요오드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이다. 요오드는 레이저 광주파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데, 당시 요오드 안정화레이저를 개발하는 일은 최첨단 기술을 필요로 했기에 KRISS 연구원들은 연구에 엄청난 역량을 쏟아야 했고 연구와 동시에 공부를 이어나가야 했다.

 

특히 요오드 분자의 초미세 구조선 중 일곱 개의 전이선(d, e, f, g, h, i, j)에 레이저 주파수를 제어해 안정화하는 레이저 개발은 고도의 초미세 분광기술과 3차 하모닉 분광신호를 분별신호로 검출하는 자동제어기술, 고진공 상태에서의 요오드 셀 제작 기술 등을 필요로 했다.

이에 당시 KRISS 연구팀은 이를 개발하기 위해 초미세 분광학 기술과 자동 제어이론 등을 공부하고 전자제어장치 제작을 위해 별도로 전자담당 연구원을 채용, 함께 공부하며 개발을 이어나갔다.

 

 

 

 ‘KRISS Laser 2’를 개발한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호성 객원연구원()

 

 

길이의 일차 표준기 제작 경험, 앞으로 큰 자산 될 것

 

마치 맨땅에 헤딩하는 듯한 과정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히며 표준기를 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표준기 내부에 존재하는 거울을 정밀하게 조정하고 공진기의 기계적 변형이 없도록 만드는 기술이 가장 어려웠다고 연구원들은 이야기한다. 당시의 초정밀 기계구조 설계기술과 가공기술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KRISS Laser 2’가 국제도량형국(BIPM)에서 국제 비교를 했을 때 안정도가 높고, 주파수 편이가 작다는 평을 받긴 했으나 장기안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계적 안정도는 문제로 지목되곤 했다. KRISS는 강체 변형을 이용하는 반사경 틸팅(tilting) 기술과 미러-홀딩구조로 설계·제작하는 기술 등을 국제비교 수행을 통해 습득했으며, 이를 적용시켜 레이저 광주파수의 장기 광주파수를 개선했다. 연구와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그야말로 배운 것을 바로바로 적용하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표준기관들은 상용화된 요오드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를 구입해 사용한다. 모든 면이 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한 나라의 길이 일차표준기로 사용할 정도의 품질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 때로는 고되고 지치는 일이지만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측정표준과 만날 때 더 안전해지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를 위해 KRISS는 소재 분야 간 융합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현재는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KRISS Laser 2’를 개발한 의의는 매우 크다. 국가의 길이 일차표준기를 A부터 Z까지 알게 되는 큰 자산을 얻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처음부터 끝까지 레이저를 개발한 경험은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표준기의 고장이나 이상행동에 대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표준은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유지되지 않은 표준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KRISS 설립 초창기 연구자들이 그 확립을 진행한 만큼, 지금의 후배 연구원들은 확립된 표준을 유지하고,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지금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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