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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발견, 광도표준
2018-09-03

천년 전 사람들은 눈에서 빛이 나와 사물을 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랍의 과학자인 이븐 알하이삼(Ibn Al-Haytham)은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와 인지된다는 것을 증명했고 광학의 기초를 다졌다. 현대에 와서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관측하고 기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광학표준센터 광도분야연구팀과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글. 김민영 사진. 김병구 

시장수요에 따른 다각적인 연구
인류는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구를 시작으로 형광등, 레이저, LED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광원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KRISS 광학표준센터 광도분야연구팀은 이러한 광원들을 정확히 측정하고 응용분야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도 연구의 불모지였던 초창기시절부터 연구를 지속해온 신동주 박사는 “과거 광도분야 표준은 미국에서 표준전구를 사다가 조명과 색채 표준을 확립하는 일에서 시작했죠. 당시에는 국내 산업체를 위한 표준 보급이 시급한 업무라서 독자적인 표준 확립보다는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광도표준의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연구자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은 국내기술로 측정시스템을 구축하고 독자적인 측정표준을 확립하는 등 세계최고 수준에 도달할 만큼 발전했다. 연구분야도 광원 특성·검출기 특성·색인지 측정을 비롯해 기타 응용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최근 광도분야연구팀에서 중점을 두는 분야는 원격관측기기 성능평가를 위한 중적외선 측정과 양자복사측정으로 미세한 빛을 측정하는 양자광학측정이며, 사람들이 색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대한 실험도 시작했다.
“중적외선 쪽은 눈으로 감지가 안 되는 2.5 ㎛ 이상 긴 파장인데요, 환경, 국방,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응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검출기의 감도가 매우 낮고 소자도 고가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의 어려움 크다보니 선진국 몇 나라들만 관련 측정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연구원에서 기후변화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해줘서 연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임선도 박사)” 

예를 들어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관측할 때 밤에는 영상획득을 위해 중적외선 복사율 측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반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배인호 박사는 중적외선 대역은 중요 원자 및 분자들의 흡수선을 포함하여 분광학적으로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행성의 환경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원격 관측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 투과도가 높은 파장대역에서는 주야에 상관없이 지형지물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어 국방과학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만 군사적 목적 등에 응용되다 보니 기반기술 자체가 쉽게 보급이 안 되고 진입 장벽이 높다는 애로사항을 밝혔다.
양자광학측정 분야는 약한 빛을 광자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검출기를 활용해서 그 성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신개념의 양자컴퓨터, 도청이 불가능한 양자암호체계, 의료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한 만큼 정확한 측정기준이 필요한데 세계적인 표준확립이 안 돼 있어서 여러 표준기관들이 함께 연구 중이다.
색채분야 연구는 색에 대한 표준을 잡는 전통적인 분야부터 물체의 반사율, 투과율을 측정하는 서비스, 그리고 LED 조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조명이 달라지면 신체 리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명과 함께 발전해온 광도표준은 LED시대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조명용 LED 광원은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쓰던 광도 표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도분야연구팀은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광도측정기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광도 표준을 선도하는 Teamwork
광도분야연구팀의 팀워크에 대해 묻자 인터뷰 전날도 팥빙수를 함께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며 밝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되는 투게더 데이에 연구팀끼리 산행이나 영화감상, 볼링 등을 즐기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모이면 즐겁습니다.(유재근 선임기술원)”
이이서 팀의 자랑거리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두 명의 명장을 꼽았다. 정기룡 책임연구기술원과 김봉학 책임연구기술원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광도측정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과 기능을 바탕으로 연구원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KRISS 명장에 임명되었다. 색채와 자외선 분야 서비스를 담당하는 정기룡 명장은 “저는 산업체 측정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현장에 나가보면 의외로 시험 절차나 성능 유지가 서툴러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이럴 때 실무자와 의견을 나누며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김봉학 명장 역시 광도와 복사온도 분야 서비스에 종사하면서 관련분야에서 측정표준의 유지 보급과 산업체 기술지원을 담당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연구원에서 주는 상이라는 상은 다 받아봤다며 포문을 연 대화는 서로의 연구업적을 칭찬하며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박성종 박사는 LED 조명산업의 핵심기술인 차세대 신개념 적분구 광도계 기술을 LED·태양전지 측정장비 전문기업에 기술이전하면서 ‘이달의 KRISS인상(2011)’에 선정되었다. LED 측정부터 태양광 측정까지 넓은 분야에 파급효과가 큰 광원기반 일차표준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한 신동주 박사 역시 ‘이달의 KRISS인상(2009)’ 수상자이다. 지난해 창립기념일 행사에서는 이동훈·홍기석 박사가 파장가변 펄스레이저를 사용하여 검출기 분광감응도 측정이 가능한 새로운 측정기술 개발로 논문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 밖에도 중적외선 저반복율 고에너지 펄스레이저를 개발해서 2016년 기준 JCR 상위 10% 논문을 게재하고 후속연구를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하며 광도표준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시스트지만 괜찮아, 세상을 밝히는 길
흔히 표준분야는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박승남 박사는 표준연구를 한정식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정식 상차림을 보면 반찬 하나 빠져도 상관없잖아요. 하지만 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한정식처럼 보이지 않아요. 표준연구가 그렇습니다. 분명히 필요한 부분인데 드러나지 않는 거죠.” 박성종 박사 역시 자신들이 하는 연구는 스스로 빛이 나는 분야가 아니라 남을 빛나게 해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저희는 누군가 성공을 하도록 도와주면 그것이 연구팀의 성과가 되거든요. 그래서 세계적인 표준기관으로서 시장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국제활동도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이동훈 박사)”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수다방을 휴(休)라운지로’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커피머신 이야기로 대동단결 되다니, 곧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해본다.